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세계적인 규모로 사회 시스템 전반의 패러다임을 뒤집어놓고 있다. 우리에게 늘 익숙하던 삶의 면모를 아주 낯선 방식으로 변화하도록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근본적인 변화를 흔히 정상(normal)’에서 새로운 정상(new normal 또는 next normal)’으로 이행하고 있다고 표현한다.

우리 사회에서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눈에 띄게 변화된 삶의 모습은 아마도 감염증에 대한 방어 수단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비대면(untact)’일 것이다. 정상적인 삶의 방식이던 '대면이 코로나19를 겪게 되면서 '비대면이라는 새로운 정상으로 이행하게 됐고, 그래서 우리 인류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전인미답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런 가운데 우리가 얼마나 많은 일을 비대면을 통해 할 수 있는가를 깨닫고는 놀라기도 한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의료, 제약, 의료기기 등 바이오헬스 산업 분야도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근본적인 변화를 거치고 있다. 그러나 지금 당장 팬데믹 양상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를 판단하기 어려운 만큼, 바이오헬스 산업이 어떻게 변해갈지에 대해서도 역시 전망하기가 쉽지 않다.

본지는 2022년 새해를 맞아 바이오헬스 산업의 미래를 말한다주제로 특집호를 제작하기로 했다. 그러나 생각했던 것처럼 바이오헬스 산업의 미래를 제대로 조망해 줄만한 자료는 쉽게 찾을 수 없었다.

그런 와중에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2021820일 발간한 보고서 <바이오헬스 산업의 넥스트 노멀(The Next Normal on Biohealth Industry)>을 발견했고, 그 중에서도 글로벌 기관의 포스트코로나 시대 바이오헬스 전망제목의 글(보건산업혁신기획단 김용민박인용)이 특히 눈에 들어왔다. 본 특집은 이 글에 전적으로 의존했음을 밝혀둔다. 이 보고서는 진흥원 홈페이지(www.khidi.or.kr)에 게시돼 있다. <편집자>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의료서비스

코로나19로 인한 의료서비스의 변화는 서비스의 형태 및 전달, 이용자 관계 등에서 발생한다. 의료진 및 의료기관의 역량이 코로나19 대응에 집중되면서 다른 질환 환자를 비롯한 일반인의 의료접근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중첩되어 의료진에서 환자로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기존 의료서비스 전달체계의 지속성을 저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디지털 기술이 결합된 원격의료는 다양한 방식으로 일반인의 의료서비스 접근성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많은 국가에서 비대면 상담과 처방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다.

딜로이트(Deloitte)를 비롯해서 글로벌 컨설팅 기관들이 전망하는 의료서비스의 미래는 공통적으로 환자, 즉 수요자를 중심으로 의료시스템이 구조적 전환을 하고 있는 것으로 그려진다. 코로나19가 현행 공급자 중심의 의료서비스 전달을 가로막으면서 등장한 각각의 요소들이 수요자의 역할 강화와 연계되어 수요자 중심의 의료서비스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는 뜻이다.‘글로벌 기관의 포스트코로나 시대 바이오헬스 전망에서 검토한 바와 같이 글로벌 컨설팅 기관들이 각각 보고서를 통해 의료서비스와 관련하여 내놓은 미래 전망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과 결합하는 의료서비스

인공지능을 활용해 신장이식 거부반응을 판독하는 모습/ 자료=서울아산병원
인공지능을 활용해 신장이식 거부반응을 판독하는 모습/ 자료=서울아산병원

딜로이트(Deloitte)2020년에 발표한 보고서 <Shaping the future of European healthcare>에 따르면 의료서비스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디지털 기술은 SMART 속성을 지니고 있다. 디지털 기술은 직관적이고(Straightforward), 측정 가능한 파급효과를 지니며(Measurable impact), 솔루션이 기민하게 적용되고(Agile solution), 산업계 협력을 기반으로(Reliant on industry collaboration), 사용자의 수요에 맞추어(Tailored to end-user needs) 변화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속성을 토대로 보고서는 원격 모니터링, 의사결정 가속, 디지털 치료법(가상치료), 임상시험 등의 의료서비스가 디지털 기술과 결합하여 고도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먼저 원격 모니터링은 웨어러블 또는 모바일 기기를 통한 이용자의 건강 데이터 이동이 핵심이 된다. 이를 기반으로 영상/전화 상담까지 연계되어 외래환자의 접근성을 강화한다. 응급실에 내원하는 환자의 수요 조절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의료서비스 과정에서 수행되는 의사결정에는 AI가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처방, 수술, 입원 등 수많은 의사결정의 근거를 형성하는 데에 딥러닝 등의 기법이 이용될 수 있다. AI의 활용은 치료방법의 고도화에도 적용되어 환자의 건강 및 임상진료 관련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최적의 치료법을 도출하여 환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임상시험은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및 집체 실험이 제한된 환경에서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기반의 행동 및 관리를 통해 의료서비스의 개발을 지속시켜줄 것이다.

원격의료 환경 급속도로 확산될 것

재외국민 디지털 헬스케어 센터 모습/ 자료=강북삼성병원
재외국민 디지털 헬스케어 센터 모습/ 자료=강북삼성병원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현재 시점, 그리고 팬데믹 극복 이후에 비대면 의료기술의 수용 의도를 조사했을 때 의료진과 이용자(환자)의 수용 의도가 모두 팬데믹 이전보다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언스트&(Ernst & Young)2021년에 의료진과 환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전후 디지털 진료의 경험 및 활용 의향에 관하여 실시한 설문조사의 결과이다.

이러한 비대면 의료서비스의 수용 확대는 단순히 사용자의 의료 접근성 강화에 그치지 않는다. 의료 모델의 변화로까지 영향이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소비자와 의료진 모두 스마트병원(smart hospitals)이나 가상병원(virtual hospitals)이 새로운 의료 모델로서 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의료진의 73%VR 기기를 통한 가상진료가 전문가 대면진료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물론 전문가 자체를 대체한다는 뜻은 아니다. 대면진료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를 보완할 수단으로 대체 가능하다는 것이다.

설문조사 내용이 실린 보고서의 제목은 <How COVID-19 has triggered a sprint toward smarter healthcare>이다.

미국 가상의료 시장 2,500억불까지 성장

매킨지 앤드 컴퍼니(Mckinsey & Company)2020년에 낸 보고서 <Telehealth: A quarter-trillion-dollar post-COVID-19 reality?>에서 코로나19 이후 미국의 가상의료 시장이 2,50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가상의료가 다양한 원격 의료서비스를 변화시킬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소비자와 의료진/기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전후 원격의료 이용 변화를 조사한 결과, 소비자의 경우 2019년 원격의료 이용 비율이 11%에 불과했으나 코로나19 이후 그 비율이 76%로 급증했다. 의료진을 포함한 공급자 역시 원격의료 활용 건수가 팬데믹 이후 50-170배 증가했다. 응답자의 57%는 원격의료가 더욱 보편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매킨지 보고서는 원격의료가 보편화됨에 따라 실현 가능한 5가지 가상의료 모델을 제시했다. 가상 응급치료(virtual urgent care) 가상 방문 모델(virtual office visits) 근접 가상 방문 모델(near-virtual office visits) 가상 자가의료서비스(virtual home health) 자가투약 관리기술(tech-enabled home medication administration)이 그것이다. 5가지 원격의료 모델이 차지하는 시장 규모는 20202,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체 미국 건강보험 규모의 20%에 해당한다.

가상의료에 대비한 기술적 솔루션의 활용

의료진, 병원, 기업 등 의료서비스 공급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는 미국의 가상의료 시장이 연평균 23% 증가하여 20251,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견했다. 또 응답자의 74%는 가상의료 시장 투자가 매년 25% 이상 증가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 결과는 딜로이트가 2020년 발표한 보고서 <The future of virtual health>에 나와 있다.

이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가상의료 기술이 기존 의료서비스 전달체계의 단점 또는 불균형적 분배를 개선할 잠재력이 있으며, 행동건강종양근골격계 등 다양한 분야의 건강과 의료전달체계 내 소통의 고도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답했다.

보고서는 의료서비스 전달체계 전반을 강화하기 위한 요소로 온라인 프로그램과 원격 외래환자 모니터링, AI 기반 서비스 고도화를 꼽았다. 각 질환에 이들 기술이 적용되는 과정에서 유망한 서비스가 창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원격 외래 환자 모니터링은 행동건강과 종양을 포함하여 다양한 질환에 적용할 수 있으며, 진단과 처방을 넘어 환자의 심리적 안정, 부작용 완화, 경구화학요법에 이르기까지 진료 전 과정에 적용할 수 있다. 이 과정의 보조 수단으로서 AI 기반 영상진단을 도입할 경우 이상신호 포착 및 빠른 진단이 가능하다.

특히 이 보고서는 진료처방 등의 개인 진료기록 데이터(EMR, PHR )를 축적하고 적극적 활용함으로써 의료결정이 고도화될 수 있다고 했다. 데이터의 공유 및 상호 운용성이 확산됨에 따라 의료진은 환자의 개인 건강데이터의 접근성 및 활용성을 높일 수 있고, 기존의 의료전달 모델이 진료 데이터 활용과 결합되어 개개인의 배경에 맞춘 케어 모델이 확립될 수 있다는 것이다.

■ '사용자 중심성이 핵심가치로 등장

컨설팅 기업인 KPMG2020년 보고서 <Connected health: The new reality for healthcare>에서 다양한 비대면/가상 기술이 팬데믹을 거치면서 보편화될 때 의사결정을 비롯한 의료서비스 전달체계가 고도화되는 과정에서 사용자 중심성(consumer-centricity)이 핵심가치로 등장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텔레메디신(telemedicine)의 가상 서비스 이용 건수가 폭증하는 추세에서 팬데믹은 병원/의료진 중심으로 형성된 기존 의료서비스 전달체계의 지속성 저하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그에 따라 의료서비스 접근성 및 효용을 유지하기 위한 대안으로 환자 중심 의료시스템의 재설계를 부각시키고 있다. 수요자(환자)에게 일방적으로 전달되던 의료 모델이 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을 통한 비대면 기반 의료서비스의 다양한 적용 사례는 궁극적으로 환자 중심 헬스케어 모델의 토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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