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혈우병 치료는 출혈이 있을 때 약제를 투여하던 보충요법에서 부족한 혈액응고인자를 주사하는 ‘유지요법’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이미 출혈이 있는 상태에서 더 많은 응고인자를 투여해야 하는 만큼 과도한 비용이 발생하고 제때 막지 못한 출혈로 인해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화이자의 혈우병A 치료제 ‘진타(성분명: 모록토코그알파)’가 한국혈우재단 산하 의원에서 첫 처방을 기록했다. 환자 접근성 확대에 신호탄을 쏘아 올린 셈이다. 
 
기존 1, 2세대 치료제도 혈액응고 효과가 있었던 것은 같지만 정제기술 부족으로 인해 감염 문제가 지적됐던 만큼 유전자재조합 방식의 3세대 제제가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 섞인 목소리가 크다. 
 
유지요법이 수면 위로 떠오른 데는 혈우병 예방에 대한 중요성이 언급되기 시작하면서다.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는 가운데 출혈 예방을 통해 발생률을 감소시키자는 것이다. 
 
이는 진타가 주목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전자재조합 기술로 만들어진 혈액응고 F8(VIII Factor)을 성분으로 하는 진타는 알부민을 배제, 펩타이드 친화성 리간드(Synthetic peptide affinity ligand)를 사용했다. 바이러스 유입의 가능성을 낮췄다는 의미다. 
 
▲ 진타의 유지요법 효과
출혈 예방에 대한 적응증을 획득한 진타는 과거 치료경력이 있는 혈우병A 환자 89명을 대상으로 유지요법에 대한 효과를 조사한 결과 절반 가까이(45.7%)가 연구기간 동안 한 번도 출혈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영국의 경우 18세 이하에서 95%, 18세 이상에서 70%의 혈우병 환자가 유전자재조합제제를 통한 예방요법을 시행 중이다. 
 
이 같은 예방 차원의 치료법은 투여 편의성을 고려한 시린지(주사기) 기술 집중으로 이어졌다. 치료 순응도를 높이자는 게 이유인데 제때 주사하는 것만으로 특정 치료법을 개선하는 것보다 더 좋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 진타 리필드시린지
실제로 유럽 5개국 혈우병 환자 299명을 대상으로 5개 디바이스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치료제 재구성 단계를 생략한 듀얼챔버시린지(진타 솔로퓨즈)의 선호 중앙값은 71점(0~100)을 기록, 혈우병 환자들에게 가장 편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기적으로 정맥 투여를 해야 하는 만큼 번거로움이 있을 경우 제대로 된 치료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이 디바이스를 사용한 98명의 환자 중 절반 이상(56명)은 현재 사용 중인 시린지 보다 우수하다고 응답, 환자들에게 있어 투여 편의성이 중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에는 치료제의 안전성과 장·단점을 입증하기 위한 모니터링에도 집중하기 시작했다.
 
진타 솔로퓨즈로 치료제를 바꾼 환자들을 대상으로 항체 생성 여부를 조사한 결과 1년간 진타를 사용한 환자들에게서 항체 발생 사례는 없었다.
 
진타는 B-domain 삭제로 자연 F8 활성형과 유사해지도록 했다. 이는 무삭제(Full Length) 구조를 가진 타 제제와의 차별성이었던 데 반해 항체 발생에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 B-domain 삭제 과정
하지만 연구 결과는 달랐다. Full Length 제품과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김효철내과의원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B-domain은 응혈원 활성(procoagulant activity)에 영향을 주지 않았는데 이는 B-domain 활성화 이전에 면역글로불린을 구성하는 4개의 폴리펩티드사슬 중 분자량에 따라 나눈 H사슬(heavy chain)과 L사슬(light chain)이 분리되기 때문인 것으로 봤다.
 
항체 발생은 경제적 손실뿐 아니라 치료 효과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혈우병에서 최대 관심사 중 하나였다. 이번 연구 결과를 미루어 B-domain 삭제가 항체 발생으로 이어진다는 그동안의 논란과 관련, 사례를 찾을 수 없었던 만큼 이를 잠식시킬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는 데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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