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소송에 있어서는 의사가 환자를 치료함에 있어서 얼마나 필요하고 적절한 진료를 했는가가 쟁점이다. 의사와 환자 사이의 진료계약은 일종의 위임계약으로서 반드시 일의 완성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즉 의사는 모든 환자의 병을 반드시 치료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위임계약에는 선관주의의무라는 것이 있어서 통상의 경우 실시했어야 하는 일을 하지 아니한 경우 즉 다른 의사들이 치료를 하더라도 이 정도의 치료는 실시했어야 하는데 하지 않았다고 객관적으로 판단될 경우에는 의사의 과실이 있다고 보아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최근 한 60대 환자가 현기증과 구토 등의 증세로 대학병원 응급실을 통해 입원하였는데 환자의 소뇌경색을 제때 진단하지 못해 사망한 의료사고가 발생한 일이 있다.

서울고법 춘천 제1민사부는 숨진 60대 환자의 아내와 딸 등 가족 5명이 대학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병원 측의 책임 비율은 원심과 같은 60%로 정하고, 원고 5명에게 모두 6천 175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환자는 2011년 12월 30일 오전 4시께 춘천시의 자택에서 잠을 자던 중 어지럼증과 구토 증상으로 도내 모 대학병원에 응급실을 거쳐 입원했다. 당시 병원은 환자의 당뇨 합병증에 무게를 두고 검사와 치료를 했다. 그러나 환자는 입원 다음날 새벽 갑작스러운 혈압 상승으로 의식을 잃어 응급조치를 받았고, MRI와 CT 검사 결과 '후하 소뇌동맥 경색' 등이 확인돼 수술 후 혼수상태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한 달여 만에 숨졌다.

이에 환자의 가족들은 "병원 측이 머리 충동검사나 온도눈떨림검사 등을 시행하지 않아 소뇌경색을 제때 발견하지 못했다"며 "환자가 의식불명에 빠지자 그제야 소뇌경색 진단을 내렸으나 치료시기를 놓쳐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병원 측은 "소뇌경색을 초기에 발견하지 못했으나 이를 진단상 과실로 볼 수 없다"며 "머리충돌검사나 온도눈떨림검사는 환자의 질환을 진단하는 데 있어서 유의미한 검사가 아니어서 시행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현기증에 관한 대부분 연구논문에서 소뇌경색과 말초성 현기증을 감별할 때 가장 유용한 검사는 머리충돌검사와 온도눈떨림검사라고 서술하고 있다"며 "환자가 고령이고 어지럼증이 급성인 점을 고려해 소뇌경색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었던 만큼 이를 확인할 업무상의 주의 의무가 있다"고 밝히고 "피고 측 의사들이 소뇌경색을 염두에 두고 각종 검사를 하는 등의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과실이 있는 만큼 원심의 판단은 적법하다"고 판시하였다.
 
실무에서 의사들은 진료를 하면서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쌓게 될 것이다. 그러나 주의할 점은 자신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정도의 진료가 아닌 통상적이고 객관적으로 필요한 만큼의 조치를 해야 의료소송에서 과실이 없다고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연구논문 등이 항상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법원이 판단할 때 일반적으로 의사들이 보는 의료전문서적이나 연구논문 등에 인용되어 대부분의 의사들이 인지하고 있는 정도의 치료라면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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