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가 6월 발표한 전국민 정신건강검진사업이 준비도 덜 된 상태에서 구체적인 내용과 예산도 없이 추진할 경우, 비전문가에 의한 정신검진 우려와 사회적 낙인 효과 그리고 검진정보 유출에 따른 사회적 파장 등이 우려되므로 사업 시행을 신중하게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성주 의원은 18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복지부가 추진 중인 생애주기별 정신건강검진사업은 어떤 연령을 대상으로 할지, 수검자는 몇 명이나 되는지 정해지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내년도 예산안에도 반영되지 않는 등 준비가 덜 되어 있다" 고 주장했다.

또한 "누가 전국민의 정신을 검진하고 평가하는지, 정보유출 가능성에 대한 대비도 안되어 있으므로 전문가와 학계의 충분한 논의를 거치는 한편 국내외의 우수사례를 참고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생애주기별 정신건강검진 사업의 대상자는 아직 미정인 상태. 취학 전 2회, 초등학교 시기 2회, 중고등학교 시기 각 1회, 20대 3회, 30~50대 각 2회, 60대 이후 각 연령대별 2회에 걸쳐 실시한다고 복지부는 밝혔다. 하지만 어떤 연령으로 대상을 정할지도 결정되지 않았고, 이 때문에 내년도 정신검진 대상자가 몇 명이나 되는지 제대로 된 추계조차 되지 않았다.

복지부는 내년도 정신검진 대상자가 최소 400만명에 이를 것으로 밝혔지만, 문제는 수많은 사람들의 정신건강을 누가 어떻게 검진하고 평가할지도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정신과 전문의는 총 2814명. 2011년말 기준으로 정신과 전문과목을 표시한 의원급 의료기관은 전국에 742개소에 불과한 실정이다.

2814명의 정신과 의사가 모두 다 전국민 정신건강검진 사업에 투입되어도 과연 제대로 된 정신건강을 검진할 수 있을지 의문인 상황에서, 복지부가 추진 중인 전국민 정신건강검진은 의료인이 아닌 사람들도 정신건강검진에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 우려되는 상황이다. 비전문가가 정신검진을 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과연 의료인만 진료를 할 수 있다는 현행 의료법의 규정에 상충되는 것은 아닌지 의문시 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또한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부정적인 상황에서 정신건강검진 결과에 따라 2차 검진대상자로 판명될 경우, 최종결과와 상관없이 ‘정신질환자’라는 사회적 낙인(stigma)이 개인 스스로에게는 물론, 사회적으로 찍힐 우려도 매우 큰 것도 문제이다. 일부에서는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진단받은 경우 민간보험 가입도 거절당하는 등 불이익을 받는 현실에서 사회적 합의나 명확한 대책 없이 정신질환을 선별검사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논란도 있다.

게다가 복지부가 추진하는 전국민 정신건강검진사업과 같은 내용의 정신건강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나라가 전세계적으로 단 한 곳도 없다.

김성주 의원은 “핀란드의 경우 1990년 10만명당 자살률이 30.3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었지만, 1986년부터 10년 간 범국가적 자살예방사업을 통해 2004년 20.4명으로 30% 이상 자살률을 감소시켰다. 전국민 정신건강사업처럼 뭔가 대대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1년 동안 발생한 1천여 건의 자살사건을 6년 동안 연인원 5만명의 전문가를 동원해 분석했다. 의료 및 사회보장 지원기록, 경찰기록, 의사․간호사, 친구, 가족, 고용주 등을 면담하며 한 사람의 자살사건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해 충분한 사회적․의학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를 바탕으로 자살예방사업을 진행했고, 자살위험군에 처한 사람들을 상담하고 지원했다”고 말했다.

또한 김성주 의원은 “2009년 서울시 노원구 자살자 수는 180명으로 서울시 자치구 중 1위였다. 이에 관내 정신보건센터에 11명의 전문 상담사로 구성된 자살예방팀을 만들고, 실업자, 청소년, 독거노인, 기초수급자 등 4대 자살 취약계층 6만명을 대상으로 ‘마음건강평가’를 실시했다. 이들 중 7천명을 대상으로 매월 2회 자살예방상담도 병행했다. 그런 적극적인 그리고 준비된 노력으로 2010년 자살률을 전년 대비 29% 감소시켰다”며 노원구를 사례를 소개하며, 개인과 지역 특성에 맞는 다양한 자살예방 프로그램을 개발해 지속적으로 시행할 것을 강조했다.

김성주 의원은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8년째 불명예스러운 1위인 점에서 복지부가 제안한 전국민 정신건강검진 도입 취지는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충분한 검토와 준비 없이 추진할 경우 졸속추진은 물론이고, 개인과 사회에 오히려 혼란만 야기할 수 있다”며 말하고, “외국에서도 시행 자체를 포기한 정책을 복지부가 추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고, 국내외 우수 사례를 참고해 충분한 검토와 준비를 마치고 이를 통해 사회적,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메드월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