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10년 평가를 함에 있어 이해관계자 및 정책당국이 합의할 수 있는 최선의 가치는 ‘소비자의 관점’에서 제도를 생각해 보는 것이며, 그동안의 논의에서 소비자의 관점은 어떻게 논의되고 반영되었는지 살펴보고 쟁점이 되었던 사안들을 소비자 관점에서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다.”

서울의대 의료정책실 권용진 교수는 6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의약분업 10년 반성과 개혁’을 주제로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애주 의원(한나라당), 최영희 의원(민주당)은 이날 ‘의약분업 시행 10년 평가와 발전방안 모색’ 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해 의약분업이 시행된지 10년이 지난 현재, 어떤 발전을 이뤘는지 평가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권용진 교수는 “의약분업은 처음부터 약사와 의사의 직능이 무엇이고 소비자를 위해 어떻게 역할 분담을 할 것이냐를 두고 정책이 추진된 것이 아니라 약사와 의사의 처방의약품 거래를 통한 이윤추구를 차단할 수 있을 것인가를 중심에 놓고 정책이 추진됐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1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상처를 마무리하고 소비자 입장에서 큰 틀의 합의가 필요하고 약계가 전문성과 무관한 영역에서 얻은 수입도 크기 때문에 이제는 내려놓을 때가 되었다고 생각된다” 며 “의료계는 환자의 이익과 의사의 이익이 동일하다는 전문가의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고 밝혔다.

그는 이어 “각 이해단체들은 소비자의 관점에서 양보를, 정부는 소비자 관점에서 강력한 정책 추진을, 입법부는 소비자의 관점에서 법 개정 노력을, 시민단체는 소비자의 관점에서 소비자 교육과 감시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여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의약분업이 의약품 오남용 방지 등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환자부담율을 늘렸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공존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 송기민 교수는 ‘의약분업 10년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국민 평가’ 발표를 통해 “의약분업은 의약품 오남용 방지와 소비자의 알권리를 시행했다는 면에서 긍정적인 면을 보이기도 했지만, 환자부담율만 늘었다는 부정적인 측면도 많았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의약분업의 실시는 의료기관 이용증가, 재정지출 증가, 항생제 사용감소, 투약일수 및 투약일당 약품비 증가, 국민불편 증가 및 환자의 알권리 신장 등의 결과를 가져왔다”며 “국민의 알권리 확대를 위해 처방전 2장 발행의무화, 조제내역서 발행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 복지부 의약품정책 김국일 과장은 “국민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의약분업 목적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의약분업이 보건의료제도를 선진화하는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며 “앞으로는 인구고령화, 만성질환 증가 등에 따른 건강보험재정 문제, 의약품 유통거래질서 투명화를 위한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 근절 등 풀어야 할 보건의료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고 밝혔다.

김 과장은 “정부뿐만 아니라 의료계와 약계가 모두 힘을 합쳐서 풀어도 쉽지 않은 과제” 라며 “국민들의 건강 증진을 위한 공동목표를 향해 정책의 동반자로서 이해와 협조가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의사협회 이혁 보험이사는 “현행 건강보험체계 지속을 위해 빠른 시일 내 국민의 입장에서 의약분업제도를 평가하고 심판하여 국민들이 원하는 제도로 변화시켜야 한다” 며 “ 즉, 제도에 대한 공정한 재평가를 통해 저비용-고효율 제도로 개편하여 국민과 의료공급자 등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제도로 전환이 필요하다” 고 밝혔다.

이 혁 보험이사는 “의약분업 10년째가 되는 현재의 상황을 보다 면밀히 분석․평가하여 의약분업으로 야기된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면서 정상적이고 효율적이면서 지속가능한 의료시스템으로 재편(저비용-고효율체제)되어야 만 한국의료를 살릴 수 있으며, 국민건강권을 보장하는 길” 이라고 강조했다.

병원협회 이송 정책위원장은 “우리나라 의약체계의 커다란 변화를 가져온 의약분업에 대하여는 그 필요성이 어느 분야보다 중요한 부분임에 따라 국민, 이해 당사자, 정부 등이 참여하여 평가의 도구(평가지표의 선정 등)에 대한 합의를 전제로 국회 등 차원에서의 객관적인 입장에서 평가가 반드시 이루어져야할 것” 이라고 말했다.

이송 정책위원장은 “국민차원에서의 객관적인 평가가 이루어 질 때, 제도의 개선과 보완이 이루어 질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환자의 불편이라는 비용보다 이로 인한 편익이 적은 경우 선택분업 등의 제도개선이 이루어 질 수 있는 합의점 도출이 가능할 것” 이라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와 관련해서도 서로의 견해를 밝혀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도 했다.

서울의대 권용진 교수는 “현행 제도는 일반의약품을 약국에서만 판매토록 해 약사들이 불법 진료를 통해 ‘일반의약품 혼합판매’ 행위를 가능하게 한다”며 “일반의약품에 대한 선택권은 국민에게 있기 때문에 약국 외 판매 허용에 대한 쟁점은 약사의 직능과 유통관리의 측면에서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대부분 유럽 국가와 미국에서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하고 있고, 심지어 독일은 인터넷 약국 개설도 허용되는 현실이라며 “의약품의 판매권한을 약국에만 인정함으로써 사실상 약사들에게 판매 독점권을 부여하고 있다”며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는 약사의 직능과 유통관리의 측면에서 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서울약대 최상은 교수는 “일반의약품 중에서도 심각한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는 약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며 “일반의약품을 편의점 등에서 팔 수 있게 되면 동네병원과 약국의 경영이 더 어려워지고 결국 대형자본이 약시장에 들어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서울대 목옥륜 명예교수가 좌장으로 참여하고 지정토론에는 김국일 보건복지부 의약품정책과장,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학교수, 신광식 대한약사회 보험이사, 윤석준 고려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이상영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교수, 이송 대한병원협회 정책위원장, 이혁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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