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적인 비만 치료의 가장 강력한 무기 하나 잃어”
민간요법 등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에 몰릴까 우려도


비만치료제 ‘시부트라민’의 판매를 중지토록 한 식품의약품안전청(KFDA)의 최근 조치에 대해 비만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의사들이 섭섭한 감정과 함께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지난달 31일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에서 열린 대한비만학회 제33차 추계 학술대회 및 제21회 연수강좌에 참석한 의사들은 “시부트라민은 우리에게 병적인 비만을 치료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의 하나였다”면서 “그런 소중한 약제를 전혀 쓸 수 없게 된 상황과 궁극적으로 환자들에게 돌아갈 피해”에 대해서 입을 모아 우려를 표명했다.

의사들은 “국내 시장의 50% 가량을 점유했던 시부트라민을 대체할 만한 뚜렷한 약제는 현재로서는 없다”면서 “그런 공백기를 맞아 일반인들이 민간요법과 같이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에 몰려 건강을 해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학회의 한 관계자는 특히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시부트라민을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면서 아쉬움을 보였다. 그는 “미국 FDA가 시부트라민에 대한 전면적인 처방ㆍ사용 중지 및 자발적 회수를 권고하기에 앞서 이미 우리 학회는 한국 식약청에 그 약제를 환자들에게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었다”면서 식약청이 미국의 결정을 일방적으로 따른 것에 대해 섭섭한 마음을 드러냈다.

약물요법, 찬성(Pros) 대 반대(Cons)

이번 학술대회는 비만 약물요법의 찬성(Pros) 대 반대(Cons)를 다룬 심포지엄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의 일부를 다뤄 눈길을 모았다. 심포지엄에서는 가천의대 가정의학과 김경곤 교수가 찬성 쪽의 연제를, 서울의대 내과 임수 교수가 반대 쪽의 연제를 각각 발표했다.

먼저 김경곤 교수는 “지금까지 많은 연구를 보면 식사요법이나 운동요법과 같은 능동적 방법에 의한 표준적 치료 방법으로만 비만을 해결하는 것이 충분하지 않았다”면서 “비만인의 생리와 생화학 자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약물요법과 같은 수동적인 방법이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김 교수는 “시부트라민이나 올리스타트의 임상연구 결과에 따르면 위약만 투여한 경우에 비해 분명히 추가적인 체중감량 효과 및 기타 부가적인 대사 관련 개선 효과가 있다”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임수 교수는 “최근 시부트라민의 세계적 퇴출을 가져온 SCOUT 연구는 연구진으로부터 ‘유익성이 위험성을 앞선다고 판단되지 않는다’는 최종 결론을 받았고, 그에 따라 미국 FDA가 판매중지 결정을 하게 됐다”고 반박했다.

임 교수는 “식생활 개선과 운동요법이 비만 치료의 근간이 돼야 함은 너무도 당연하다”면서 “항비만약으로 FDA의 승인을 받았던 두 약제 중 시부트라민은 시장에서 퇴출되었으며, 올리스타트 역시 안전성을 계속해서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임 교수는 프로그램에 따라 약물요법에 대한 반대 연제를 발표하면서도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약물요법을 반대하지 않는다. 우리 의사에게 비만치료제는 하나의 무기이기 때문이다”고 말해 이번 시부트라민의 퇴출에 대한 복잡한 심정을 표출했다.

“약물은 비만치료 무기의 하나”

한편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의과학연구원 및 마리아홀에서 열린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Plenary Lecture로 비만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일본의 유지 마츠자와 교수를 초청, ‘비만과 대사증후군의 최신동향’ 연제를 들었다.

또 비만의 임상적 영향, 비만의 병태생리, 비만의 진단 기준, 비만 관리의 최신동향 등을 주제한 다양한 심포지엄과 아울러 식품영양, 베리아트릭, 소아청소년, 운동요법, 행동요법 등 각종 학회 위원회의 심포지엄이 화려하게 펼쳐졌다.

이날 학술대회를 겸한 총회에서는 신임 회장에 순천향의대 소아청소년과 이동환 교수, 신임 이사장에 인하의대 내과 김용성 교수가 각각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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