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발달지연 아동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치료를 위해서는 가정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지원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조사한 '코로나19 이후 영유아 발달실태'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은 국내 아동들은 3명 중 1명이 발달지연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달지연 아동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 진단과 조기 중재다. 발달지연 치료 골든타임인 0~6세 영유아 시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정상아로 생활할 수 있다. 하지만 골든타임을 놓치거나 적절한 치료를 제공받지 못하면 발달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아이가 발달지연으로 진단받을 경우 부모는 당황하게 마련이다. 아이의 발달지연 중증화를 방지하려면 서둘러 치료센터를 방문하고 집에서 일상적인 치료도 해야 한다. 부모가 아이의 발달 상태를 확인하고 주체적으로 조기 중재할 수 있는 홈스피탈을 적극 지원한다면 가정에서도 충분히 발달지연 아동의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가정에서 양육자를 코칭하는 중재 서비스 두부홈즈를 이용하는 모습
가정에서 양육자를 코칭하는 중재 서비스 두부홈즈를 이용하는 모습

부모가 아이의 발달지연 치료 골든타임을 온전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의사 권고 치료 시간인 주 40시간을 채워야 한다. 주 40시간 치료도 치료센터를 원활히 방문할 수 있는 접근성과 매월 수백만 원 이상에 달하는 높은 치료비를 부담할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 이처럼 발달지연 아동을 키우는 부모는 심리적 스트레스, 경제 부담, 사회적 고립 등 양육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선진국들은 이러한 가정의 고충을 완화하기 위해 발달지연 아동의 가정에 금전적 지원 외에도 부모 교육, 가정에서 적용 가능한 치료 콘텐츠 발신, 돌봄 서비스 확대, 비대면 진료 서비스 등 다양한 가정 중심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일부 지자체가 코로나로 대면 활동이 불가능할 때 스마트폰을 통해 온라인 육아 상담을 제공해 부모를 위한 육아 교육을 지원했다.

독일은 개인 맞춤형 튜터제를 시행해 발달지연을 조기 중재하는 등 발달지연 아동과 가정을 위한 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다. 학습 지연 방지를 위한 정책으로 유아원은 3세 아동을 대상으로 언어평가를 진행하고 아이의 언어 발달 상태를 확인한다. 그리고 아이의 언어 발달에 맞춰 6세까지 튜터를 지원한다. 이 제도 덕분에 아동은 6세가 되면 언어 능력이 평균에 도달할 수 있다. 독일의 사례를 보면 정부 차원의 시의적절한 개입이 가정의 경제적 부담과 양육 부담을 줄이는데 일조할 수 있는 점을 알 수 있다.

캐나다는 다양한 영유아기 개입 프로그램(Early Childhood Intervention Programs)을 시행해 가정에서 아동의 발달 지연을 조기 발견하고 일찍 개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 중에서도 소아 발달 프로그램(Infant Development Program)은 3세 이하의 아이를 키우는 가정을 대상으로 아동 발달 촉진을 위해 가정에서 필요한 교육, 도구는 물론 지역 사회 커뮤니티와의 연결도 제공한다.

한국도 발달지연 아동과 가정이 겪는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경제적 지원 ▲치료 지원 ▲돌봄 서비스 지원 ▲정보 제공 등 제도적 지원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발달지연 아동 양육자들은 안내받은 적이 없거나 제대로 이용해 보지 못한 제도가 대부분이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발달지연 아동을 키우는 양육자들은 정부에서 제공해주는 서비스지만 실질적으로 이용하기 어려웠으며, 정보를 습득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따랐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이제는 선진국의 사례처럼 가정에서 조기 진단부터 조기 중재까지 할 수 있는 홈스피탈 시스템이 국내도 도입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경주시장애인가족지원센터가 발달지연 및 발달장애 아동의 가정에서 홈스피탈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영유아기 발달을 지원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인 두부와 협력해 발달이 느린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를 위한 온라인 코칭 서비스 ‘두부홈즈’를 여섯 가구에 제공했다. 두부홈즈는 치료 전문가와 부모를 1:1로 매칭해 아이의 행동과 상태에 대한 전문가 피드백을 제공해준다. 또한 부모가 직접 일상에서 아이에게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중재 방법을 알려준다. 이를 통해 지방에 거주하여 치료 센터 방문이 어려운 가정이 치료 전문가와 실시간으로 상담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대면 치료에서 발생하는 여러 부담감을 경감하며 동시에 부모가 아이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정서적인 지지까지 받았다.

아이의 발달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가정에서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발달지연을 조기 발견하고 중재할 수 있는 솔루션이 적극 도입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러한 솔루션은 가정 및 지자체 유관 기관에서 아이의 발달 상태에 맞춰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아이를 낳지 않는 저출산 문제도 해결도 시급하지만 이미 자라고 있는 아이들이 미래의 사회 구성원으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역시 큰 과제다. 다양한 발달 속도로 자라고 있는 아이와 그 가정을 지원하는 정책이 현재 그리고 예비 부모의 양육 부담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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