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히말라야 원정대가 안나푸르나를 정복하고 베이스캠프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세상을 바꾸는 히말라야 원정대가 안나푸르나를 정복하고 베이스캠프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지난 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네팔로 떠났던 국내 선천성 심장병 환우들이 히말라야 원정을 마치고 무사히 돌아왔다.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와 부천세종병원 등이 함께한 가운데 선천성 심장병 환우들로 구성된 ‘세상을 바꾸는 히말라야 원정대’는 우려와 달리 안나푸르나를 정복하고 11박 12일간의 대장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저기가 고지?
저기가 고지?

영광의 원정대는 함우진(13ㆍ단심실), 강찬율(13ㆍ양대혈관 우심실 기시), 조병준(12ㆍ완전 대혈관 전위), 문준호(13ㆍ대동맥 축착), 안세준(22ㆍ심실중격이 온전한 폐동맥 폐쇄) 등 심장병 환우와 보호자, 그리고 서울대병원 김웅한 교수(소아심장혈관흉부외과ㆍ원정대장), 양산부산대병원 최광호 교수(소아심장혈관흉부외과), 부천세종병원 윤자경 과장(소아청소년과) 등 의료진으로 구성됐다.

28일 부천세종병원 윤자경 과장은 “추위와 힘듦 속에서도 누구 하나 낙오하지 않고, 당초 계획대로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도달’이라는 목표를 이뤘다”며 “안나푸르나로 향하는 발걸음 하나하나 그 자체가 심장병 환우들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였다”고 밝혔다.

희망의 메시지를 본 윤자경 과장과의 일문일답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히말라야 원정대’의 심장병 환우들이 어떻게 안나푸르나에 도달할 수 있었으며, 이를 통해 어떤 성취가 있었던가를 조금이나마 느껴보고자 한다.

  심장병 환우들의 히말라야 원정 의미는?

선천성 심장병 교정 수술을 받은 아이들과 부모님은 히말라야 원정을 목표에 두고 김웅한 대장을 필두로 지난 1년간 매주 산행을 하면서 체력을 길렀다. 그래서 원정에 오르기 전에 체력적인 문제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혹시 고산증이 오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과 우려가 없을 수 없었다. 하지만 원정대원 전원이 고산병 증세 없이 계획대로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오를 수 있었고 해발고도 4,200m에서 ‘선천성 심장병 환자들은 다르지 않다. 선천성 심장병에 대한 편견은 개선돼야 한다’고 힘차게 외칠 수 있었다. 요컨대 세상의 편견을 없애기 위한 희망의 원정이었고, 또 우리 아이들이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실의 원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바꾸는 히말라야 원정대가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를 향해 등반하고 있다.
세상을 바꾸는 히말라야 원정대가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를 향해 등반하고 있다.

  환우 중에 부천세종병원과 인연 있는 환자도 있었나?

“함우진ㆍ강찬율 군과 안세준 씨가 세종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특히 단심실 환자는 흔히 운동능력이 떨어지고, 산소포화도가 낮거나 심장 기능이 좋지 않기 때문에 운동을 시키면 안 되는 것으로 여긴다. 이번 원정에서 고산에 올라갔을 때 산소포화도가 약간 더 떨어지긴 했다. 그러나 아무 증상 없이 등산했다. 정상 심장을 가진 나도 힘들고 이 아이들 역시 힘들었겠지만, 잘 버텨냈다. 너무 기특하고 자랑스러웠다.”

  원정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이번 원정대에 의료진 3명이 참여했다. 특히 히말라야 등반에 경험이 많은 김웅한 대장이 원정대원의 컨디션 관리를 잘 해주셨다. 미리 한국에서 고산병과 관련한 약과 비상약들을 처방해서 갔고, 매일 산소포화도와 혈압을 체크하면서 대원들의 건강을 확인했다. 히말라야 신도 기특히 여겼는지 2월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춥지 않았다. 원정대 전원이 아무 이상 없이 건강하게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를 밟았을 때의 감동은 말로 할 수 없었다. 아이들과 함께 만든 눈부신 기적이어서 더욱 영광이었다.”

  현지 병원에 수술기구도 기증했다는데?

베이스캠프를 거쳐 하산하는 날은 새해 당일이었다. 구정 첫해가 네팔 사람들이 신성히 여기는 봉우리인 마차푸차레 꼭대기에 걸린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우리 아이들의 희망찬 앞길을 비춰주는 것 같았다.

등반을 마치고 마지막 날 네팔 카트만두에 있는 국립 심장전문병원을 방문했다. 네팔에도 선천성 심장병 환자가 많고, 15세 미만은 무료로 수술해준다고 하나 아직 우리나라만큼 의술이 발달하진 않았다. 선천성 심장병 환우회에서 모금을 진행하여 수술기구들을 마련했고, 원정을 마친 아이들이 직접 병원에 기증했다.”

  원정대와 관련해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가방에 달린 원정대 깃발을 본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한 얘기가 “선천성 심장병이 있는데 등산을 해도 되나요?”라는 질문이었다. 이번 원정은 그런 인식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을 몸으로 증명했다. 선천성 심장병은 고칠 수 있다. 다른 아이처럼 똑같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정상 아이도 하기 힘든 히말라야 원정을 우리 아이들이 해낸 것을 보라. 편견을 없애기 위해 우리 아이들은 희망찬 도전을 시작했고, 이루어냈다. 앞으로도 계속 이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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