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숙희 회장 개회사
김숙희 회장 개회사

반세기 전인 1973년 4월 창립총회를 하고 다음해인 1974년 4월에 제1집 ‘못 다한 말이’를 출간 후 50년 세월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수필집을 출간해 온 의사수필동인 ‘박달회’가 특집호이자 제50집 ‘반백년 잘 자란 박달’을 세상에 내놓았다.

당시 뛰어난 문장가로 명망이 높았던 열다섯 명의 회원이 모여 창립한 박달회는 순 우리말인 ‘박달나무’의 준말인 박달에서 비롯됐다. 박달나무는 찍으면 오히려 도끼가 부러질 정도로 단단한데다가,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속성을 갖고 있듯이 박달회 회원들 역시 뿌려 온 삶의 이야기들을 단단하고 경고하게 그대로 수놓아 많은 이들에게 위안과 그늘이 되어 주기도 했다.

50년, 박달회 회원은 총 46인이지만 가장 최근에 작고한 맹광호 회원 등 15명과 개인적인 사정으로 탈퇴한 14명을 제외하고 현재 17인이 회원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김숙희 회장은 50주년 특집호 서문에서 ‘박달회가 50년 동안 지속할 수 있었던 힘은 선후배간의 존경과 배려, 의학뿐 아니라 문학에 대한 열정이었다’라고 언급할 정도로 단단한 결속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번 50주년 수필집은 현 회원들의 작품뿐 아니라 작고하신 분들을 포함하여 과거 10년 이상 참여했던 회원들의 작품들을 선별하여 게재했다고 밝힌 김숙희 회장은 “이번 수필집은 현재뿐 아니라 과거의 시간을 회상하는 추억의 수필집”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수필집에서 ‘박달회 50년 연혁’을 기록한 유형준 전 회장(제31대)은 부록 ‘박달회, 반백년의 지명을 보라’를 통해 ‘의료계의 핵심 선두에서 누구보다 바쁜 의업에도, 모든 회합과 수필집 발간에 최우선 순위를 두는 회원들의 능동과 포용을 발하는 선한 영향력이 자랑스레 쌓여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한 줌의 온가가 박달로 자라 – 박달회 쉰돌을 기려’라는 축시와 함께 창립부터 오늘에 이르기 까지 모든 흔적과 역사를 섬세하게 기록했다.

이번 호는 박달회 반백년을 회고하고 원로 회원들과의 인연을 소개하는 한편 산부인과 의사의 길을 가도록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스승을 기리면서 창립 회원들과 후세대 회원들을 추억하기도 했다. 또 찬란했던 50세의 나이를 기억하며 박달회 전성기가 아직도 진행형이라는 사실과 함께 아직도 화양연화(花樣年華)가 진행 중이라는 소소한 행복, 그리고 처음 꽃구경을 가서 복숭아꽃에 감동하는 글을 읽다 초겨울에 접어든 지금 흐드러지게 핀 봄꽃을 그리워하면서 50권의 수필집도 오랜 세월이 흐를 때가지 누군가에게 읽히기를 바래보는 작은 바램을 기대하고 있기도 했다.

안개 낀 두물머리 풍경의 서정적인 수필이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시키고, 사물과 사람 모두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는 작가의 깊은 시선과 떨어지는 낙엽을 잡는 행운, 수능을 앞둔 아들, 일상의 찰나 속에서 빛나는 가을의 단상은 짧은 아침 출근 시간을 길게 물들이고 있다는 표현에 이어 환자에게 문진은 필요하고 답도 필요한데 거부감을 드러내는 환자들로 인해 난감하지만 진료실 밖 삶 속의 질문은 답이 꼭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사회 전반에 번지는 분노의 표현들은 진료실에도 만연되지만 자제와 세심한 배려의 절실함을 강조하고, 유족이 대신 받아가는 인생졸업장(사망진단서)에 대한 가슴 먹먹한 심정도 서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기생충학을 전공한 필자가 세 분의 스승을 회상하면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천상병 시인의 귀천을 생각하며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사모곡을 글로 풀어내고 있으며, ‘가고파’를 지은 이은상 시인과의 인연과 함께 가곡 ‘가고파’에 얽힌 현님과의 추억을 그려나간 회고수필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기도 한다.

코로나 19 사태가 초래한 불안은 마치 섬처럼 고립된 상황이었으며 구조를 요청하듯이 글쓰기를 하면서 스스로에게 응답하며 치료를 했고, 검증이 됐다고 믿었던 과학의 오류를 지적하는 서적을 접하몀 느끼는 혼란과 갈증에게 스스로 공감을 드러냈다. 일본의 근대화는 의학에서 시작됐지만 조선은 이를 수용하지 못해 근대화에 뒤떨어졌고 지금도 일본인 의사들에 대한 시선과 대우를 보면서 우리나라의 현 상황을 안타가워하기도 했다.

한편 박달회는 지난 12월 12일 오후 6시 이비스 스타일 앰버서더 서울 명동에서 50주년 출판기념회를 겸한 축하연을 가졌다.

지은이 : 의사수필동인 박달회. 쪽수 : 326쪽. 분야 : 에세이. 펴낸 곳 : 지누. 가격 : 1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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