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감소증을 동반한 루게릭병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근육량과 무관하게 생존기간이 짧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에 따라 복부 CT 영상에 기반한 체성분 분석을 통해 루게릭병 환자의 예후를 더욱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최석진ㆍ성정준 교수와 영상의학과 이종혁ㆍ윤순호 교수 연구팀은 인공지능 기반 소프트웨어 이용한 루게릭병 환자의 복부CT 영상 분석을 통해 환자의 예후와 지방감소증 및 근감소증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8일 밝혔다.
이 연국 결과는 미국신경과학회 공식저널 Annals of Neurology 온라인 판 최근호에 논문으로 발표됐다.
그에 따르면 루게릭병(근위축성측색경화증)은 뇌와 척수의 운동신경세포가 점차적으로 파괴되는 치명적인 신경퇴행성질환이다. 초기에는 팔다리부터 운동신경과 근육이 서서히 감소하며, 발병 2~5년째면 호흡근까지 마비돼 호흡부전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국내에는 연간 약 500명의 루게릭병 환자가 발생하는데, 생존기간이 짧아 총 유병환자 수는 3,000여 명에 그친다.
루게릭병 환자 중 체중이 빠르게 감소하거나 체질량지수(BMI)가 낮으면 예후가 좋지 않다. 그러나 근육과 체지방의 무게를 함께 반영하는 BMI로는 근육 감소와 체지방 감소가 각각 루게릭병 예후에 미치는 영향을 구분해서 알 수 없다.
연구팀은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10년부터 2021년까지 서울대병원 신경과에 내원한 루게릭병 환자 80명의 복부 CT 영상을 바탕으로 인공지능 기반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근육량과 체지방량을 비롯한 체성분 분석을 실시한 뒤 근육감소증과 지방감소증 여부를 평가했다.
체성분 분석 결과 근육량과 체지방량 모두 BMI와 연관성이 있었다. 반면 ‘혈중 크레아티닌 농도’는 근육량에만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루게릭병 환자의 근육량 감소를 모니터링할 때 이 지표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근육감소증과 지방감소증이 루게릭병 환자의 생존기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다른 변수를 보정했을 때 지방감소증이 있는 루게릭병 환자는 사망 위험이 약 6배까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방감소증이 동반된 루게릭병 환자 그룹과 그렇지 않은 환자 그룹의 생존기간 중간값은 각각 5.5개월, 35개월이었다.
반면 근육감소증은 생존기간과 유의한 연관성이 없었다. 즉 체지방량이 루게릭병 환자의 생존기간을 독립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예후 인자인 셈이다.
위루술이 필요한 루게릭병 환자만을 대상으로 생존분석을 실시한 결과, 지방감소증이 동반된 경우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사망 위험이 약 15배까지 높았다. 위루술은 배에 구멍을 내 위와 연결된 튜브를 삽입하는 시술로, 삼킴장애로 영양 섭취가 어려운 환자에게 실시한다.
신경과 최석진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루게릭병 환자를 예후에 따라 계층화하고, 장기 예후 예측에서 근육량과 체지방량을 정량 분석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루게릭병 환자를 위한 최적의 영양관리 전략 등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상의학과 이종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인공지능 기반 CT 체성분 분석이 루게릭병의 진행과 예후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다기관 연구를 통해 더 높은 수준의 근거를 확보하여 임상 현장에서 적극 사용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