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몸은 물질로 이루어져 있기에 물질의 특성을 벗어날 수 없다. 물질의 여러 특성 중 질병 발생을 이해하기 위하여 기억해야 할 내용은 물질은 장기간 반복 자극에 손상된다는 점이다.

, ‘인간의 몸body는 물질이며 반복자극에 반드시 손상된다는 사실은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한 가장 핵심 내용이다. 또한 이 연재가 끝날 때까지 일관되게 강조될 내용이기도 하다.

질병의 원인을 밝히는 진단도 결국 환자에게 반복적으로 가해지는 자극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지난 수 십년 간 진료 현장에서 느낀 점은 인체를 손상시켜 질병을 일으키는 자극이 환자의 일상생활 중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마치 자동반응처럼 습관적으로 반복해서 가해진다는 사실이다. 그와 같은 반복자극에는 물리적physical)자극화학적chemical)자극이 있다.

홍수환과 카라스키야의 권투경기 (1977년)
홍수환과 카라스키야의 권투경기 (1977년)

권투는 현재 인기가 다소 시들었지만 수 십년 전에는 꽤 인기 종목이었다. 특히 1977년 홍수환 선수의 ‘45(4번 다운당하고도 승리) 당시 시합 장면은 너무나 감동적이어서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권투 시합 전후 선수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면 반복자극에 의한 질병 발생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시합 전 양선수의 얼굴은 얼굴 보호용 기름을 발라 맨들맨들하고 이목구비가 번듯하다.

권투시합 전·후 얼굴변화 [그림 출처: 마음경영4단계]
권투시합 전·후 얼굴변화 [그림 출처: 마음경영4단계]

하지만 경기가 매회(3/) 진행될수록 양선수의 얼굴은 점점 붓고 벌겋게 변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경기가 종료되면 눈이 잘 떠지지 않을 정도로 눈 주위가 심하게 붓고 얼굴이 일그러진다.

심한 경우에는 피부아래 (점막하층) 혈관이 터져 시퍼렇게 멍이 들고, 눈 주위 피부가 찢어지거나 간혹 코뼈가 부러져 눌러 앉는다. 상대방 주먹이라는 물리적 자극이 공식 경기시간인 10회까지 진행되는 동안 반복되고 또 반복되어 피하출혈’, ‘피부열상’, ‘코뼈 골절이라는 질병이 발생한 것이다.

『밀밭사이로 걷는 노인』 로리츠링 (1905년)
『밀밭사이로 걷는 노인』 로리츠링 (1905년)

지난 한 해 비지땀을 흘리며 열심히 경작하여 풍성하게 결실 맺은 밀밭 사이를 백발 노인이 걷고 있다. 그런데 주변의 풍요로운 밀밭과는 대조적으로 노인의 발걸음이 결코 여유롭지 못하다.

오른쪽 다리가 왼쪽 다리와 비교하여 두텁게 표현되어, 오른쪽 다리를 옮기는 걸음이 무겁고 힘겹게 느껴진다.

또한 오른쪽 무릎이 충분히 펴지지 않아 약간 엉거주춤하게 구부러지고 지팡이에 의지하는 것으로 보아, 오른쪽 무릎의 통증과 기능장애로 본인의 체중을 충분히 부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노인의 오른쪽 무릎 관절은 염증, 관절염이다.

2021년산 최신식 자동차도 운행시간이 늘어나고 주행거리가 쌓이면 차체 body의 마모와 손상을 절대로 비껴 갈 수 없다. 마찬가지로 인간 또한 태어날 때 부모님이 물려준 몸 body가 아무리 생생하고 건강하더라도, 나이가 늘어가면서 점점 마모되고 손상되는 과정을 막을 수 없다.

퇴행성 무릎 관절염의 모식도(좌) 및 관절경 소견(우)
퇴행성 무릎 관절염의 모식도(좌) 및 관절경 소견(우)

태어날 때 검은 머리가 로리츠링 그림의 노인처럼 파뿌리로 변할 때까지 몸을 무수히 반복하여 사용하다 보면, 그림처럼 완충 작용하는 관절의 연골은 닳고 닳아 남아 날 재간이 없다. 왜냐하면 인간의 몸은 반복자극에 손상될 수밖에 없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물질이 마모되고 손상되면 그 상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정도에 따라 통증이 따라오고 또한 기능도 현저하게 저하된다.

노안, 노인성 백내장, 노인성 치매, 퇴행성 관절염, 퇴행성 척추염 등 노인에서 관찰되는 여러 질환은, 결국 물질로 이루어진 인간의 몸에 살아가는 동안 내내 물리적 혹은 화학적 자극이 반복되어 나타나는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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