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외상 환자에서 중증 출혈쇼크가 발생했을 때 다른 응급질환과 달리 ‘활력징후’가 아닌 ‘염기결핍 수치’로 예후를 예측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주대병원 응급의학과 고유라·김중헌 교수와 외상외과 허요 교수팀은 지난 2010년부터 2018년까지 8년 동안 아주대병원 외상센터 또는 응급실을 방문한 0-17세 소아·청소년 외상 환자 603명의 의무기록을 분석한 결과, 출혈쇼크의 중증도 분류(출혈량 예측)의 기준으로 염기결핍이 활력징후보다 더 정확함을 입증했다고 2일 밝혔다.

왼쪽부터 응급의학과 고유라·김중헌 교수, 외상외과 허요 교수
왼쪽부터 응급의학과 고유라·김중헌 교수, 외상외과 허요 교수

이 연구 결과는 지난 4월 <연세메디컬저널>에 ‘소아 외상환자의 출혈쇼크 기준으로서 염기결핍과 활력징후의 비교’ 제목의 논문으로 게재됐다.

그에 따르면 연구팀은 소아 외상환자에서 출혈쇼크를 염기결핍과 활력징후 기준으로 각각 4단계로 분류한 후 어느 분류가 더 정확하게 예후(사망, 초기 수혈, 초기 수술 및 색전술 등)를 예측했는지 비교했다.

활력징후로 혈압. 맥박, 의식수준을 조합했다. 염기결핍은 혈액 pH를 정상화하는 데에 필요한 염기의 양으로, 외상 환자에서 염기결핍 증가는 출혈로 인해 조직에 산소 공급이 감소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외상 환자에서 염기결핍 수치가 클수록 출혈량이 많은 것으로 판단하여 치료한다.

외상환자는 의식이 없거나 혈역학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되는 일이 흔하므로, 신속하게 활력징후를 측정하여 상태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소아 환자는 성장 및 발달로 인해 나이에 따른 활력징후의 정상 범위가 다양하여 응급상황에서 이를 조합하여 분석하기가 더 어렵다. 반면 염기결핍은 혈액검사를 통한 정맥혈 가스분석으로 병원 도착 5-10분 이내에 결과를 알 수 있다.

연구 결과 두 그룹(활력징후 vs 염기결핍) 모두 1단계에서 4단계로 가면서 악화하는 예후를 보였다. 특히 전체 사망률은 6.6%였고, 염기결핍 분류 4단계에서 활력징후 4단계보다 사망이 더 많았다(58.8% vs. 32.7%). 또 수혈은 염기결핍 분류 3단계에서 활력징후 3단계보다 더 많이 받았다(73.8% vs. 53.7%[대량수혈 37.5% vs. 15.8%]). 수술은 두 그룹 간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허요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출혈쇼크 소아 외상 환자의 초기 치료에서 염기결핍 검사로 더 간편하고 정확하게 예후를 예측하고, 수혈과 수술, 색전술 시행 등 단계별로 적절한 치료를 적극 시행함으로써 치료효과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외상 환자에서 가장 흔하면서 치료 가능한 사망 원인은 출혈이다. 전통적으로 초기 활력징후에 따라 4단계 출혈쇼크로 분류하여 예후를 예측했다.

2013년 독일 비텐 헤르데케 대학교의 무트쉴러 교수팀은 국제학술지 <Critical Care>에 게재한 논문에서 성인 외상환자에서 염기결핍이 활력징후보다 수혈 및 사망을 더 정확하게 예측한다고 보고했다. 이를 근거로 2018년 미국 외과학회(American College of Surgeons)가 성인 출혈쇼크의 새로운 분류기준으로 염기결핍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소아 출혈쇼크에 대한 염기결핍 분류기준은 없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메드월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