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신경병증을 일으키는 새로운 난청 유전자 TMEM43의 돌연변이가 세계 최초로 규명됐다. 또 이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달팽이관에서 발현되는 위치와 기능에 따라 조기에 인공와우 수술을 받으면 좋은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 연구팀(제1저자 오두이 박사)과 기초과학연구원(IBS) 이창준 단장 연구팀(제1저자 장민우 학생연구원), 목포대 이은영 교수(제1저자) 연구팀, 중국 중난(中南)대학교와 미국 마이애미 대학교 연구팀은 유전학적 검사를 통해 그간 밝혀지지 않았던 새로운 난청 유전자 TMEM43을 규명하고 그 병리학적 기전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왼쪽), IBS 연구단 이창준 단장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왼쪽), IBS 연구단 이창준 단장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최근호에 논문으로 게재됐다.

그에 따르면 연구팀은 진행성 청각신경병증을 앓고 있는 한국인과 중국인의 5대에 걸친 두 가계도에서 공통적으로 유전되는 TMEM43 돌연변이를 유전자 검사법을 통해 확인했다. TMEM43 돌연변이는 달팽이관 지지세포에서 우성 열성으로 작용하여 난청을 유도하는데, 부모 중 한쪽으로부터만 물려받아도 난청을 앓게 된다.

이러한 병리학적 현상은 TMEM43 돌연변이 유전자를 주입한 생쥐 모델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나이가 들면서 달팽이관 지지세포가 커지는 정상 쥐와 달리 돌연변이 쥐에서는 커지지 않았다. 이 지지세포에 위치한 TMEM43 돌연변이가 청각신경병증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또 연구팀은 달팽이관 지지세포에 존재하는 TMEM43 단백질이 간극연접(Gap junction, 세포와 세포 사이를 연결하는 단백질 복합체로 이루어진 연결구조)의 기능을 조절하여 달팽이관 내 항상성(homeostasis)을 조절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TMEM43 단백질의 이상이 달팽이관 내 세포들 간의 이온 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간극연접 기능의 이상을 가져와 청각신경병증을 야기한다는 것을 규명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인공와우 이식 수술을 세 명의 환자에게 진행한 결과 수술 후 음성 분별 능력이 성공적으로 회복되어 해당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한 수술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근거까지 마련됐다.

연구 교신저자인 최병윤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이전에 보고된 바가 없는 새로운 난청 유전자를 세계 최초로 찾아냈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그간 조기 인공와우 수술을 결정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성인 청각신경병증 환자들에게 매우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밀의료의 좋은 예시”라고 밝혔다.

공동 교신저자인 기초과학연구원 이창준 단장은 “임상 의사와 기초 과학을 연구하는 여러 나라의 과학자들이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특히 한국의 과학자들이 주도적으로 연구를 이끌며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한 의미 있는 연구”라고 설명했다.

청각신경병증은 소리가 귀를 거쳐 뇌로 보내지는 과정 중 달팽이관이나 청신경의 어느 부위에 문제가 생겨 소리 탐지는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말소리 구별(어음변별)이 잘 되지 않는 난청의 한 형태를 가리킨다. 이러한 난청 환자가 인공와우 이식을 받게 되면 청각기능을 다시 사용하게 됨으로써 의사소통에 전반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환자마다 수술 후 호전되는 정도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적절한 맞춤형 치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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