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유니가 1월 21일 자살했다. 유니가 평소 우울증을 앓았다고 한다. 자살과 우울증에는 상당히 깊은 연관성이 있다. 특히 겨울-봄철이 되면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률이 크게 증가한다.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이 있다면 무엇보다 주의해야 할 시기이다. 우울증주의보를 발령할 정도로...

우울증과 악플

유니의 경우 자살의 원인으로 인터넷 악플이 지적되고 있다. 악플이 결정적인 요인인지는 확인하기 힘들지만, 커다란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은 크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정상적인 사람들에 비하여 스트레스를 견디는 힘이 무척 약하다. 평소 정상인들 같으면 아무렇지 않을 말도,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

악플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정상인이라면 넘어갈 수 있는 것이라도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악플러들은 익명성을 빌어 숨어서 욕하는 대표적인 케이스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자신감이 없고, 심리적 열등감 등으로 위축되어 있는 상황이다. 숨을 수 있는 공간에서 평소 내재돼 있던 공격성이 무차별적으로 발산되는 것이다. 인터넷 등의 익명성이 보장되는 공간을 감정의 배설구로 이용하는 것이다.

악플을 당한 경우는 길가다 모르는 사람한테 갑자기 욕을 먹는 경우나 구정물을 맞은 경우에 비유할 수 있다. 대중 앞에서 모욕을 당한 것이므로 심리적 충격이 있을 수 있고, 자꾸 그 생각이 되풀이 되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문제는 악플의 대상을 잡을 수 없어 문제를 해소할 수 없는 것이 큰 이유다. 이러한 경우 대처는,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극히 일부 미성숙한 아이들이나 열등한 성인들의 행동으로 치부하며 스스로를 달래는 것이다. 대부분은 네티즌들은 공감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무시하는 것이다. 일부의 악플을 일반적인 평가라고 비약시켜 사고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충격이나 스트레스가 심하다면, 전문의 상담을 받아 약물치료 등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울증과 자살, 자살자의 80% 우울증 추정

우리나라는 최근 들어 자살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01년에는 6,900명으로 자살로 인한 사망이 전체 사망원인 가운데 8위를 차지했지만 2005년에는 1만2,000명으로 4위로 크게 증가하며 매우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연간 12,000명에 이르는 자살자 가운데 약 80% 가량이 우울증 환자로 추정된다.

전세계적으로 자살률을 살펴보면 여자보다 남자의 자살률이 4배 정도 더 높다. 하지만 자살기도율만 살펴본다면 거꾸로 여자가 남자보다 4배 정도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개 중년 이후의 나이에 자살률이 가장 정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우울증은 평생 한번 이상 이 병을 앓을 가능성이 15%에 이를 정도로 흔한 질병이다. 외국보고에 의하면 아파서 병원을 찾는 모든 환자의 10% 정도는 우울증을 갖고 있다고 한다. 우울증은 뇌신경계의 생물학적인 이상 때문에 발병하는 질병으로서 최근 20년 동안 뇌신경학 분야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해 이제는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생각되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약물치료로 증상이 빠르게 호전되며 완치율도 높다. 하지만 가볍게 여기다가는 재발이 잦아져 병이 만성화 될 수도 있고 자살을 비롯한 심각한 정신적, 사회적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자살 위험이 높은 우울증 환자들은 만성 우울증이나 심한 우울증이 있는 경우, 자살 시도의 과거력이 있거나 자살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심각한 신체질환이 있거나, 독신남자나 실업자이거나, 또는 우울증의 회복기에 있는 환자 등 다양하다. 이들이 자살하려는 동기는 매우 다양하지만 때론 동기가 불분명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에 자살을 시도하기전에 주변에 자살을 암시하는 말이나 행동을 드러내곤 하므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즉, 자살에 대한 생각을 갖고 있는지, 자살계획에 대한 말을 하는지, 위험한 약물이나 도구를 숨기고 있진 않은지, "인생은 살 가치가 없다" 혹은 "내 인생은 끝났다"라는 것 같은 절망적인 말을 하는지 등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따라서 우울증이 의심되는 사람들에게는 주위의 세심한 관심과 이들의 감정상태에 대한 충분한 지지와 격려가 필요하다. 그리고 자살을 예측할 수 있는 조짐이나 행동이 나타나면 즉시 의사와의 상담을 권하고 충동적으로 위험한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사전에 면밀한 주의가 필요하다. 우울증 환자에서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가까운 가족이나 친지들의 따듯한 관심과 배려가 중요하다. 그리고 우울증이 본격적으로 심각해지기 전에 조기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하겠다. 그밖에도 선진외국의 경우처럼 위기상황에 있는 환자들에 대해 응급으로 상담이나 행동중재를 할 수 있는 사회적인 시스템을 잘 갖추는 것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자살도 전염된다, 베르테르 현상

유명인의 자살 뒤에는 모방자살이 뒤따라 사회적 충격을 주기도 한다. 독일 문호 괴테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1774년 발간하자 독일, 이탈리아, 덴마크 등 유럽의 젊은이들의 모방자살이 크게 일어나자 이러한 현상을 ‘베르테르 현상’이라 부른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2005년 2월 탤랜트 이은주씨 자살이후 한달간 서울 등지에서 자살하는 사람들이 크게 증가했다. 일평균 0.84명에서 이 기간동안 2.13명으로 크게 증가했다고 한다.

모방자살이 증가하는 이유는 유명인의 자살에서 오는 동조의식이 자신의 자살을 합리화하는 전염 효과를 갖게되어 죽음이 해결책이라는 생각을 쉽게 하게 된다. 또한 비슷한 방법으로 자살을 하는 것은 자살의 구체적 수단과 방법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정상적인 사람들보다 우울증을 앓고 있거나 앓았던 사람, 전에 자살을 기도한 적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주변에서 더욱더 주의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다.

상태가 좋아져 우울증약을 중단했다?

우울증 치료는 상당기간 유지해야 한다.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간을 복용한다. 의사의 상담 없이 자의적으로 우울증약을 끊거나 늘리는 것은 위험하다. 상태가 좋아졌다면 담당의사를 찾아서 진료를 받은 후 약복용문제를 결정하는 것이 올바른 수순이다.

유명인 자살은 주로 겨울과 봄에 이루어지고 있는데, 주요 사례를 보면 다음과 같다.

▲1월 : 서지원(1996), 김광석(1996), 유니(2007) ▲2월 : 이은주(2005), 안상영(2004, 전 부산시장) ▲3월 : 남상국(2004, 전 대우건설 사장) ▲4월 : 장국영(2004) ▲8월 : 정몽헌(2003) ▲11월 : 김성재(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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