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홍국 시인의 반세기 시 작업을 결산한 시선집 『요즘 자주 거울을 보네』(행림미디어刊, 02-790-1180)가 나왔다.

1959년 군복무중 미군신문 불즈아이(Bull"s Eye)의 시 공모전에서 「표정의 의미」로 당선된 것이 계기가 되어 시업에 뛰어들었고, 올해 봄 남서울신문에 「자주 거울을 보네」로 그토록 염원했던 신춘문예에 당선됐으니 실로 시에 매달린 외길이 짧다고 할 수 없다.

특히 이 시집의 표제시 「자주 거울을 보네」는 나이 먹고 들여다보는 거울에 비춰진 얼굴을 통해 지나온 삶을 반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손 시인이 자신의 45년 시작업 성과를 정리한 시선집을 펴낸 것과 같은 의미로 다가온다.

그 시에서는 거울에 비친 얼굴이 <거기 탈 하나>로 바뀌고, 어느덧 <골 깊은 세월을 쏘다닌 나무 한 그루로 선 세한도(歲寒圖)>로 변주되고 있다. 그 거울에 담긴 얼굴 속에는 딱따구리의 부리로 쪼아대는 생존의 피멍이 보이고, 비밀스런 첫사랑의 기억이 묻혀 있고, 서울 바닥을 돌며 나누던 술잔들이 벌겋게 드러난다.

더구나 <술잔에 별을 담아 한 꺼풀씩 낭만의 옷을 벗어/ 시(詩)를 토하며 공복의 문화를 들쑤시며/ 억압이 없는 자유의 찬탄을 노래하던 곳/ 숨찬 공화국의 아픈 불빛들이 명멸하던 날에/ 가슴으로 가슴으로 터져나오는 시 한편 쓰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는 고백은 기껏 소시민으로 살던 기억을 간직한 독자들에게는 바로 자기 자신의 고백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손 시인은 <용서하라 바퀴들이 헛돌던 날을>이라고 토로한다. 지난 삶의 모든 것을 뒤안에 접고 다시 거울을 보며 그 <탈 하나>를 순순하게 받아들이기로 하는 것이다. 이 시 한 편이 마치 그의 삶을 닮아 있다.

마치 만학도를 연상케 하는 손 시인이 신춘문예에 집착했던 것에 대해 “공정한 심사를 원했을 뿐 다른 이유는 없다”며 다만 “신춘문예를 통해 가슴으로 터져나오는 단 한편의 명작시를 써 남기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래서인가. 시 「신춘문예 당선 하던 날」은 <머잖아 고희를 맞기 전에/ 혹시나 저승길 갈지 모르는 날/ 외로운 나그네가 상(賞)을 타 본다>며 좋아하는 시인의 감회가 남다르게 느껴진다.

이 시집은 △사색의 뒤안길 △가슴에 쌓이는 따뜻한 삽화 △별맛 사랑, 맛따라 길따라 △영원한 문화유적 답사 △예술적 영혼이 갈구하는 자유 △세계 문화의 숨결을 찾아서 △영원한 사랑의 실루엣 등 7부작으로 나뉘어 다양한 색채의 시 150여 편을 진열하고 있다.

또한 시선집 부록으로 특이하게 『詩朗誦技法 硏究 - 詩 낭송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실려 있다. 손 시인이 오랫동안 방송작가(필명 손소운)로 활동한 경험을 살려 ‘시낭송은 있어도 시낭송 방법에 대한 이론이 없는’ 국내에서 시낭송 방법론의 기초를 닦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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