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오대종 교수

인지장애 증상 중 하나인 실행기능장애를 가진 노인이 정상적인 노인에 비해 극단적 선택을 할 위험이 최대 7배까지 높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오대종 교수와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 연구팀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Journal of Neurology, Neurosurgery and Psychiatry 최근호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실행기능장애(executive dysfunction, ED)는 뇌의 다양한 인지기능 가운데 문제 해결, 의사 결정, 과제 지향적 행동, 충동 억제 등에 어려움을 겪는 상태를 말한다.

실행기능장애는 특히 심혈관계 질환이나 뇌혈관 질환을 앓는 노인에서 뇌의 전두엽 기능이 감소하면서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장애가 있는 경우 주변 환경의 다양한 변화에 따라 적절하고 유연한 대처가 힘들어져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연구팀은 전국의 60세 이상 지역사회 거주 노인 중 치매나 우울증, 기타 신경학적ㆍ정신과적 진단 이력이 없는 4,791명을 연구 대상자로 선정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대상자의 인지기능에 대한 구조적 평가를 바탕으로 실행기능장애 여부를 진단했다.

이후 관찰기간 7년 동안 총 세 차례의 추적 평가와 함께 국가사망통계 데이터를 활용하여 실행기능장애 여부에 따라 자살 위험성에 차이가 나타나는지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전체 대상자 중 24.7%에 해당하는 1,185명이 실행기능장애로 진단됐다. 기능장애가 있는 노인은 인지기능이 정상인 대조군에 비해 7년 추적관찰 기간 동안의 자살률이 보다 높았다(0.8% vs 0.1%).

▲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

우울증이나 다른 위험인자의 영향을 고려하더라도 실행기능장애가 있는 노인의 자살 위험은 정상 대조군에 비해 최대 7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실행기능장애를 가진 노인 중에서도 75세 이상의 고령이거나 독거, 경제적 어려움을 가진 노인에서 자살 위험이 더욱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에 따라 고령의 취약계층 노인일수록 인지장애로 인한 극단적 선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할 수 있었다.

오대종 교수는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며, 그 중에서도 노인의 자살률은 젊은 연령대에 비해 훨씬 높다”면서 “노인 자살 예방을 위해서는 우울증과 같이 잘 알려진 위험인자 외에 인지기능 변화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혼자 살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노인들에 대한 사회적 지지체계를 강화하고 경제적 지원을 제공함과 동시에 지역사회에서 노인의 인지기능 평가와 치료적 개입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는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학술연구용역사업인 '노인의 치매와 인지기능장애에 관한 추적조사 연구'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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