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중추신경백질이 서서히 파괴되는 희귀질환인 ‘소멸백질병’의 동물모델이 세계 최초로 개발되고 이를 통해 병리기전이 규명되면서 그 치료에 첫발을 내디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충남대 생물과학과 김철희 교수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신경과 강훈철ㆍ김세희 교수 공동연구팀은 이 같은 연구 성과를 국제학술지 인간분자유전학(Human Molecular Genetics) 최근호에 논문으로 게재했다.

소멸백질병(Vanishing White Matter Disease)은 백질뇌증, 백질형성장애(백질이영양증) 중 하나로, ‘EIF2B3’로 불리는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의해 중추신경백질이 서서히 파괴되는 질병이다. 흔히 동반되는 증상은 움직임 조절에 장애가 생기는 운동실조, 강직, 저긴장증, 경련 등이다. 특히 출생 후 1년 이내의 영아에게 발생하면 두 살이 되기 전 대부분 사망하는 치명적 질병이다. 하지만 아직 정확한 발병기전 및 치료방법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

공동 연구팀은 유전체 분석, 제브라피시 및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하여 소멸백질병의 동물모델을 개발했다. 그리고 이 동물모델을 통해 ‘EIF2B3’ 유전자가 신경계 미엘린 생성(myelination) 초기 단계에 관여하고 신경아교세포의 발생과 분화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미엘린 구조는 뇌에서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정상적인 미엘린 구조가 있어야 뇌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정보를 기억하고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이 향상된다. 이를 통해 추상적 사고를 할 수 있게 되며 의미의 미묘한 차이도 알아차리게 된다.

실험 결과 ‘EIF2B3’ 유전자 결핍 동물모델(오른쪽)은 그렇지 않은 동물모델(왼쪽)에 비해 신경계 미엘린 생성 결핍 증상을 나타냈다.

   
▲ EIF2B3 유전자 결핍 동물모델(오른쪽)은 그렇지 않은 동물모델에 비해 신경계 미엘린의 생성 결핍 증상을 보였다.

또한 동물모델에서 혈관신생성장인자(VEGF)의 발현이 증가하고 병리적 신생혈관이 형성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VEGF 신호경로가 소멸백질병의 치료 표적이 될 수 있음을 밝혀냈다.

공동연구팀은 “소멸백질병은 희귀 신경질환으로 진단이 어렵고 치료법이 없어 치료제 개발이 시급하다”면서 “그러나 질병의 병리 기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초기 후보물질 선정과 임상시험 진행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이런 상황에서 이번 연구는 소멸백질병의 병리기전을 밝히고 치료표적을 제시한 연구로,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성공적인 중개연구 모델을 제시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연구소재지원사업(질환모델링제브라피쉬은행)의 지원을 통해 수행됐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메드월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