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암센터 암예방검진부 박은영 박사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이 폐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이런 물질은 생산과 사용이 금지된 지 수십 년이 지금에도 여전히 생체에서 검출될뿐더러 낮은 농도라도 노출되면 인체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확인돼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국립암센터 암예방검진부 박은영 박사팀은 환자-코호트 연구를 통해 폐암 환자 혈청샘플의 잔류성 유기오염물질 농도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Environment International 최근호에 논문으로 게재됐다.

잔류성 유기오염물질(Persistent Organic Pollutants, POPs)은 환경호르몬의 일종으로 체내 축적되어 인체 내분비계를 교란하고 면역체계를 손상한다. 인체와 생태계에 대한 독성, 잔류성, 생체 농축을 특징으로 하는데, 다이옥신, PCBs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해외를 통해 잔류성 유기오염물질 노출이 전립선암, 유방암, 간암, 비호지킨 림프종, 급성 골수성 백혈병 등의 발생을 높인다는 연구들이 나왔다. 이들 연구의 대부분은 잔류성 유기오염물질 노출이 왕성한 1970년대에 수집된 혈청샘플을 이용한 것이다. 그래서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의 생산과 사용이 금지된 지 수십 년이 경과한 최근의 환경적 노출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 한계로 지적됐다.

이에 박은영 박사팀은 국립암센터 지역사회 코호트를 기반으로 2000년 이후에 수집된 암 진단전 혈청샘플을 이용해서 잔류성 유기오염물질 노출과 폐암 발생의 연관성을 확인하는 환자-코호트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팀은 118명의 폐암 환자와 252명의 대조군을 대상으로 혈청에서 19개 유기염소계 농약과 32개 폴리염화바이페닐(PCB)의 농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상당수의 잔류성 유기오염물질과 폐암의 연관성이 확인됐다. 그 중에서도 유기염소계 농약인 클로르단(chlordane)과 절연체로 사용되는 PCBs 혈청농도의 연관성이 특히 높았다.

클로르단의 체내 대사체인 트랜스노나클로르(trans-nonachlor) 혈청 농도가 2.72배 증가할 때마다 폐암 발생 위험이 2.2배 높아졌으며, PCBs 혈청 농도는 2.72배 증가할 때마다 발생 위험이 1.4배에서 3.3배까지 높아졌다.

아울러 연구팀은 저농도 노출도 위험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 혈청샘플의 트랜스노나클로르 농도 중앙값은 7.3 ng/g lipid이었다. 연구대상 코호트의 농도는 일반인구집단(미국 기준 17.3 ng/g lipid)보다 훨씬 적은데도 잔류성 유기오염물질과 폐암의 연관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박은영 박사는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은 사용이 금지된 지 20~30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생체에 잔류하여 검출됐으며, 저농도 노출이라도 폐암 발생 위험 등 인체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또 그는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은 현 세대의 현안일 뿐 아니라 생태계 잔류성으로 인해 미래 세대의 심각한 보건환경 이슈”라며 “잔류성 유기오염물질 노출 저감을 위한 공중보건 정책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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