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예방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이 또다시 국회에 상정된다.

여야는 지난 18년간을 끌어 온 의료사고 피해구제 법안을 4월 임시국회에 상정키로 합의, 이 법의 통과여부에 큰 관심이 쏠려 있다.

이 법안의 핵심은 의료사고 피해입증을 환자입장과 의료기관 가운데 누가하느냐에 달려 있다.

법안은 그동안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지금까지 피해 입증을 피해자인 환자가 해야 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의료기관이 스스로 과실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도록 하는 입증책임전환이 골자이다.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인 이기우 의원(열린우리당)은 4월 임시국회에 ‘의료사고 예방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을 상정하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본회의까지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한나라당 간사인 박재완 의원 역시 국회에서 논의를 시작해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사실상 여야가 법안 통과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어 의료계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이 법안은 특히 입증책임 전환과 함께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구제 및 조정을 구제, 조정하기 위해 의료사고피해구제위원회를 법인으로 설립하고 진료과목별 전문위원회를 구성해 피해자가 개별적으로 의료기관에 배상을 청구하지 않고 전문위원회에서 배상을 중재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법안은 이와 함께 의료기관과 의료인이 의료사고 배상에 대비해 책임보험에 가입하고 공제조합을 설립할 수 있도록 했으며 과실이 없는 의료분쟁이나 사고는 국가가 피해보상을 하는 방안도 포함되어 있다.

이 법안은 그러나 의협과 병협 등 의료계가 강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국회상정 단계에서부터 큰 논란이 일어날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현재 의료사고를 당하면 전국 16개 시도의 의료심사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지만 지난해의 경우 통계가 잡힌 8월까지 신청건수는 22건에 불과하고 조정은 한 건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이 위원회가 비상설 기구인데다 쌍방 합의가 필수이기 때문에 결국 포기하거나 소송에 이르고 있지만 매년 발생하는 의료분쟁 1만 건 가운데 소송으로 가는 건수는 지난해의 경우 880여 건에 불과하며 소송으로 가도 대법원 판결까지는 통상 6년이 걸리고 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상설 조정기구를 설치하고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정부가 지원하는 내용의 의료사고피해구제법안이 지난 88년 처음 제안돼 1994년에 국회에 제출됐지만 지금까지 18년 동안 입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14대 국회에선 의료계의 거센 반발로, 15대에선 예산문제를 둘러싼 정부 부처 간 이견으로, 그리고 16대에선 여소야대 상황 등 여러 가지 문제로 법안통과가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오는 4월 국회에서는 여야가 법안상정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의협과 병협 등 의료계는 조정기구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료계는 현재 소비자보호원 등에서 분쟁조정을 많이 하고 있는 가운데 또다시 별도로 법을 통한 조정기구를 만들면 그 비용이나 신뢰도가 오히려 더 떨어진다고 반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의료사고 소송이 남발되어 방어진료와 함께 진료위축을 가져와 결국 그 피해는 모두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특히 소송이 남발되면 의료인들과 의료기관들은 무과실을 입증하기 위해 막대한 인력과 자금을 투입하게 되어 심각한 병영경영난을 초래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법안은 그러나 의료계의 반대와 함께 정부 부처 간에는 예산 문제나 의료인의 면책 문제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의료사고 피해구제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의료소송에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법무부는 입증책임 전환제도가 도입될 경우 피해자가 피해를 입증하는 현행 민사소송 골간이 흔들린다는 점을 들어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도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에 정부가 책임지는 부분은 막대한 재원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반대하고 있고 의료인들의 공제조합 설립 역시 공정거래위원회가 반대하고 있는 등 당초 마련된 법안대로 국회를 통과하는데에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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