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우 병원간호사회 회장과 김영애 중소병원간호사회 회장이 26일 '간호조직 체계 및 문화혁신' 자정선언식에서 10개 과제를 낭독하고 있다.

간호계가 간호사들의 직장내 괴롭힘 등 그동안 사회적 문제가 되어온 간호조직 체계 및 문화에 대해 자정활동을 선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실천하기 위한 10개 과제가 “향후 구체화 할 계획”이라는 전제를 담고 있지만 실효성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대한간호협회는 26일 한국프레스센터 20층에서 ‘간호 조직체계 및 문화 혁신 선언식’을 개최했다.

이번 선언식은 선진국에 비해 낮은 간호사 인력배치와 열악한 보상 체계로 인해 수십 년 넘게 누적된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고, 식사시간과 휴게시간은 물론 잠잘 시간도 부족한 현실 속에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임상 현장을 떠나고 있는 간호사들의 조직 체계 및 문화를 혁신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신경림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간호계 스스로 자정노력을 통해 행복한 간호현장을 만들어가겠다는 약속을 국민앞에서 선언한다”며, “보건복지부의 ‘간호사 근무환경 및 처우개선 대책’이 성공적으로 안착될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고 밝혔다.

이어 “간호조직체계 및 문화 혁신 선언을 통한 자정운동을 시작한다”면서 “간호사가 소명의식을 되찾고 보건의료의 핵심적 자원으로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응원해달라”고 요청했다.

보건복지부 곽순헌 보건의료자원과장은 “최근 발표한 ‘간호사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대책‘에 대해 ’손에 잡히는 구체적 정책이 없다‘는 지적과 가이드라인만 만든다는 비판이 있었다”고 말한 뒤 이에 대한 해명과 함께 간호계의 자정 선언에 감사를 표했다.

이어 “간호 관련 수익분의 70%는 간호계를 위해 사용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병원계와 논의해 왔다”면서 “대형병원 대기순번제를 없애고, 신규 간호사 교육도 충실히 하도록 하는 논의도 진행했다”고 말했다.

또 “복지부내에서도 간호계를 전담할 TF를 만들어 정책을 집중하기로 한 만큼 병원계와 간호계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대한간호협회, 병원간호사회, 중소병원간호사회 등 3개 단체가 선언한 10개 과제. 이번 10개 과제는 간호사로서 간호사의 업무만을 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박영우 병원간호사회 회장과 김영애 중소병원간호사회 회장이 낭독한 10개 과제는 △모든 간호사를 동등한 동료로사 상호존중하고 비인권적 행위를 철저히 금지하며, 경직된 간호조직 체계와 문화 혁신 △신규간호사의 교육받을 권리와 교육담당 간호사의 처우를 존중토록 의료기관내 간호교육 시스템 및 보상체계 개선 △환자안전과 신규간호사의 임상적응력 제고를 위해 최소 3개월 이상의 업무적응 교육기간 부여와 이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개선 및 지원 △의료기관의 이윤추구를 위해 간호사에게 부여된 타직역의 업무 등 불법적 행위를 거부하고 의료법에 명시된 간호사의 일에만 전념 △불법 포괄임금계약과 수당없는 야간·휴일·연장 근로 거부 △비인권적 행위 철저히 근절하고 모성보호 관련 법적 권리 보장 △간호사에게 업무부담 가중시키는 의료기관인증 평가제도 문제점 개선 노력 △간호사 인력기준을 의료기관들이 준수할 수 있도록 대국민 캠페인 전개 △간호인력·간호사 근로조건 향상 등 전반적인 간호사 문제를 대형병원과 중소병원간 상생협력 관계를 통해 함께 해결하고 모범적인 간호조직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상호 노력 △정부의 간호사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 대책이 현장에서 실효성을 거두기까지 활동 등이다.

이 내용대로라면 현재 병원서 PA로 활동하는 간호사는 직무에서 손을 떼야 한다. 또 의료법에 명시된 간호 업무 이외의 업무는 하지 않도록 선언한 셈이어서 병원계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이날 행사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시의적절한 자정선언’이었지만 선언 내용은 ‘자정 없는’ ‘자정선언’이었다는 혹평이 쏟아져 나왔다.

간호계 혁신의 방향과 뜻이 옳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이 있고, 비현실적이면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있지 않으면 하나의 선언에 그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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