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시행에 들어간 연명의료결정법에 대해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민선 교수(소아완화의료클리닉), 호흡기내과 이진우 교수(중환자진료부 긴급대응팀), 정신건강의학과 박혜윤 교수(암통합케어센터 정신건강담당)가 한자리에 모였다. 좌담회로 진행된 이날 내용을 김 교수의 질의와 두 교수의 대답으로 일목요연 정리했다.

Q1. 연명의료란?

A-이 현대의학과 의료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 상태를 호전시켜 살릴 수는 없어도 이런 임종 과정을 여러 의료행위를 통해 늘리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런 의료행위가 모두 연명의료다. 인공호흡기를 적용한다고 무조건 연명의료가 아니라 회생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임종 과정만을 연장할 때 그 행위를 연명의료라 한다. Q2. ‘연명의료결정법’이란?A-이 우리나라 연명의료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건은 1997년 보라매병원 사건이다. 이 법에서 의사는 의학적 판단이 아닌 보호자 의견을 따라 중단했기 때문에 살인방조죄로 판결을 받았다. 물론 이 환자가 회생가능성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이후 의사들은 인공호흡기를 한번 적용하면 중단 못하는 것으로 인식하기 시작해 연명의료 중단이 매우 어렵게 됐다. 이후 이러한 행태에 큰 변화를 준 것이 2009년 세브란스병원 김 할머니 판례다. 의학적으로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라면 해당 환자가 남긴 사전 의료지시나 환자 가족이 진술하는 환자 의사에 따라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것이 가능하게 됐다. 이후 2015년 대통령 소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특별법을 제정을 권고했고, 2015년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 대한 ‘연명의료 유보 및 중단에 관한 법률’이 제안돼 2016년 2월, 법이 제정됐다. Q3. 연명의료결정법 내용은?A-박 이 법 2조에 따르면 연명의료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하는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투여, 인공호흡기 착용의 의학적 시술로서 치료효과 없이 임종 과정의 기간만을 연장하는 것을 말한다’고 되어 있다. 법률상 연명의료 종류를 네 가지로 한정 지었기 때문에 승압제나 에크모 등의 연명의료는 이 법에 적용받지 않는다. 그래서 이 부분은 지금 국회에서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Q4. 연명의료가 법으로 제정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A-이 이전까지는 진료 현장에서 연명의료를 한번 시작하면 중단하기 어렵다고 설명을 했었다. 이제는 모두가 환자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치료라 동의하고 적절한 법적 절차만 갖춘다면 연명의료를 합법적으로 중단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연명의료 결정이 주로 보호자가 대신한 것에서 좀 더 환자 본인 결정권을 존중한다는 의미가 됐다. 반면, 현장에서는 갑작스럽게 복잡한 서류작업이 생겼고 여러 절차가 요구가 되면서 사실 이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을지가 염려된다. 오히려 좀 더 불필요한 연명의료가 늘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된다. Q5. 웰다잉법, 존엄사법과는 어떻게 다른지? 환자는 이런 결정이 ‘혹시 날 안락사 시키는 게 아닌가’하고 걱정한다.A-이 존엄사는 사망하는 사람의 존엄성 확보를 목적으로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좀 더 강조하는 용어다. 연명의료결정법의 취지는 결국 존엄사가 맞지만 특히 ‘임종과정’에 있는 의학적 판단이 전제된 환자로 제한해 자기 결정을 인정하는 연명의료 중단이라는 점이 다르다. 안락사는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래 생명을 인위적으로 종결시키고 의도적으로 죽음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연명의료 중단과는 다르다. Q6. 연명의료는 어떻게 보면 생명을 유지시키고 더 오래 사는 것 임에도 불구하고 이걸 받을지 말지 결정하게 하는 이유는?A-박 의학이 발달하면서 생명 연장 기술이 매우 좋아졌다. 그러면서 이제 ‘어디까지 치료해야 하나’라는 새로운 문제가 등장했다. 연명의료는 사람의 심폐기능이 유지되도록 하는 기술이지 이전 삶으로 회복이 가능할지는 질환의 회복 가능성이나 전신상태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서 좌우된다. 특히 질환이 회복 불가능한 상황에 연명의료를 시행할 경우에는 중환자실에서 사랑하는 사람들도 자주 만나지 못하고 온갖 기계에 둘러 싸여 고통스럽게 임종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것이 과연 우리가 맞고 싶은 죽음인지 환자와 의사가 신중하게 검토하고 결정하자라는 의미를 이 법이 담고 있다. 영국 국민건강서비스(NHS)에서 발간한 ‘생애말기전략’ 보고서에서는 ‘좋은 죽음이란 통증 등 괴로운 증상이 없고 친숙한 환경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서 한 사람으로 존중 받으며 임종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연명의료를 하는 동안은 이런 ‘좋은 죽음’의 환경이 매우 어렵다.Q7. 실제로 의사들이 중환자실에서 경험해 본 죽음들은?A-이 연명의료가 결정되면 주로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는데, 중환자실에서 연명의료를 받는 환자와 가족을 만나 보면 ‘이런 줄 알았으면 안 했다’, ‘이런 줄 알았으면 연명의료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말씀들을 많이 한다. 중환자실에서의 임종은 ‘좋은 죽음’ 존엄사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Q8. ‘연명의료계획서’는?A-박 연명의료계획서란 말기 환자 혹은 임종과정 환자의 의사에 따라서 담당의사가 환자에 대한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 및 호스피스에 관한 사항을 계획해 문서로 작성한 것이다. 그래서 이미 연명의료계획서 작성한 환자가 임종과정에 있다고 판단되면 특별히 추가적 확인 절차 없이 바로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을 이행할 수 있는 문서다. 이는 환자의 가장 우선적이고 명시적 자기결정으로 표시된 문서로 본다. Q9. ‘말기 환자 혹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정의는?A-박 말기 환자는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근원적인 회복 가능성이 없고 점차 증상이 악화돼 담당 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명으로부터 수개월 이내 사망할 것으로 예상을 받은 환자라고 이 법에 명시됐다. 사실 모든 질환에서 말기라는 것이 있을 수 있지만 이 법에서는 네 가지 질환으로 정했다. 즉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 만성간경화이다. 따라서 4개 질환에 해당돼 담당 의사 2인으로부터 말기로 진단 받은 환자가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다. 혹은 이런 병이 아닐 경우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라고 진단을 받았을 때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이 가능하다.Q10. 의료진은 연명의료계획서 확인을 어떻게 하나? 무조건 확인해야 하나?A-박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환자가 임종기가 됐을 때 연명의료 결정을 하려 한다면 첫 번째 단계로 환자가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 문서는 환자 임종과정의 결정에서 가장 우선순위로 인정받고 있는 문서이기 때문에 그 작성 여부에 따라 결정 과정이 달라지게 된다.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해서 연명의료 결정을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선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것은 맞기 때문에 의사는 우선적으로 이 문서 작성을 확인해야 한다. Q11. 미성년 환자의 연명의료계획서를 어떻게 작성하나?A-박 19세 미만 미성년자의 경우에도 환자와 함께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도록 되어 있다. 성인과 다른 점은 환자 및 법정대리인에게 설명을 하고 작성해야 한다. 미성년자라고 환자를 배제하고 법정대리인 만이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할 수는 없다.Q12. 현실적으로 임종과정 환자의 계획서 작성과 의사표현은 어려울 것 같다.A-이 ‘이제는 정말 보내 드려야 겠다’라고 가족들과 의료진이 임종과정에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시점에서는 환자 의식이 혼미한 경우가 많다. 본인이 직접 의사 표현을 하기는 이미 늦은 상황이다.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은 환자, 가족뿐만 아니라 의료인도 말을 꺼내기 어려워 미루고 싶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에서는 환자가 직접 작성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닌 경우가 많다. 또한 환자 상태가 서서히 나빠지는 과정이라면 어느 정도 준비할 시간도 있고 논의할 시간도 있겠지만 그 상황에서도 아직은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대부분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고 경황없이 가족들이 연명의료에 동의하는 경우가 많다. Q13.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연명의료계획서와의 차이점은?A-박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미래에 자신이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할 때를 대비해 미리 어떤 치료를 원하는지 밝힌 문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만 19세 이상 성인이라면 누구나 국가 등록기관에서 작성할 수 있다. 작성 시기 제한이 없어 건강할 때에도 작성할 수 있다. 작성 문서는 국가 연명의료 정보처리시스템에서 관리한다. 작성자의 임종기 때 연명의료 결정이 필요하면 모든 의료기관에는 국가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문서를 찾아 작성자 뜻을 존중할 수 있다. 법률상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주체는 만 19세 이상 성인이고, 연명의료계획서는 담당 의사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건강할 때는 물론 질환을 진단받거나 진행될 때 언제라도 작성할 수 있지만 연명의료계획서는 말기 혹은 임종과정 시기에 작성한다.

 

Q14.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할 수 있는 기관은?A-박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은 꼭 의료기관일 필요가 없다. 민간기관에서도 그동안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받아 왔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또한 중증질환자가 많이 방문하는 병원도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으로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Q15. 건강할 때 작성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효력은? 이후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은 불필요한 것인지?A-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자가 연명의료계획서 없이 임종기를 맞이하면 의사의 임종과정 판단이 필요하다. 그 판단 이후에 의향서를 확인하면 연명의료계획서 없이도 연명의료 중단 또는 유보가 가능하다.Q16.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하면 의사들이 위급할 때 치료 안 해주지 않을까 걱정할 수 있다. 변경과 철회도 가능한가?A-박 의향서와 계획서 모두 회생 불가능한 임종과정에만 효력이 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또한 두가지 모두 작성자 의사에 따라 언제든지 변경하거나 철회할 수 있으며, 요청이 있을 경우에 의사나 등록기관은 관리기관 정보처리시스템 데이터베이스가 변경 또는 철회 여부가 반영되도록 조치해야 한다.

 

Q17. 임종과정은 어떤 상태를 말하나?

A-박 임종과정이란 말 그대로 죽음을 앞둔 상황이다. 필요한 조치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호전될 가능성이 없고 계속 악화돼 사망이 임박한 상태를 의미한다.

 

Q18. 말기와 임종과정 판단 절차는?

A-박 법에 따라서 의사 2인이 임종과정 판단을 한다. 의사 2인은 담당의사와 해당분야 전문의다. 담당의사는 말기환자 등을 직접 진료하는 의사로 전문의라는 규정이 없어 전공의나 일반의도 환자를 직접 보고 있다면 가능하다. 해당분야 전문의에서 해당분야는 특정 전문분야로 제한되지 않았다. 따라서 의료기관 내에서 사안 별로 의학적 전문성을 기반해 대상 환자 질환과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정할 수 있다.

이후 두 의사는 임종과정에 의한 환자판단서라는 부분에 기술을 하고 서명을 하면 법적 양식을 갖추게 된다.

 

Q19. 실제 임종과정 판단이 어려울 것 같다.

A-이 의료진이 임종과정 판단은 상당히 어렵다. 특히 임종이 임박한 상태는 일주일 혹은 몇 시간 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2인이 함께 동의하는 것도 어렵고 임종 시점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 부분은 향후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Q20. 의사가 임종과정 판단 후 환자에게 확인할 때 환자는 본인 상태와 예후를 정확하게 인지하는지?

A-이 법의 취지가 임종과정 환자의 자기 결정 존중이지만 사실 아직까지는 병원에서 환자보다 가족에게 먼저 서명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나쁜 소식은 환자에게 알리지 말아달라는 요청도 상당히 많다. 이러한 예민한 사항을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상담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짧은 진료시간이 큰 문제점이다.

 

Q21. 평소 환자가 ‘연명의료, 나는 그런 거 절대 안 할 거야’ 이런 얘기를 했어도 서식이 없다면 연명의료를 받게 되는건가?

A-박 그렇지 않다. 연명의료에 관한 의사는 법적으로 두 가지 문서 외에도 환자가 가족에게 말하거나 일기, 유언장, 녹취, 동영상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때 환자 가족 중 두 명 이상이 평소 환자가 연명의료에 관해 충분한 기간 동안 일관된 의사표시 했다고 진술을 하고 담당의사와 해당 전문의가 확인하면 환자 의사로 존중이 될 수 있다. 이것이 연명의료결정법에서 연명의료결정을 시행할 수 있는 다른 한가지 방법이다.

환자 가족은 배우자, 직계비속, 직계존속이고 여기에 해당되는 사람이 모두 없을 경우 형제, 자매가 포함된다. 친한 친구 등은 효력이 없다.

의사가 있다면 문서를 작성을 해 놓는 것이 여러가지 논란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혹은 조금 어렵다 하더라도 환자가 힘든 질환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면 가족끼리 그런 얘기들을 나눠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Q22. 원천적으로 이미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상태의 환자는 연명의료 유보와 중단이 불가능한가?

A-박 연명의료 결정의 마지막 방법은 환자 가족 전원의 합의에 의한 결정이다. 이 전제조건은 환자가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의학적 상태이고 환자의 의사를 확인하거나 추정할 수도 없는 경우 시행된다. 가족 전원 합의의 의사표시 후 담당의사와 해당분야 전문의 1인이 확인하면 가능하다.

 

Q23. 가족 전원의 합의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A-이 배우자, 직계 존속, 직계 비속 모두의 합의가 필요하다. 이 경우 가족 전원에서 제외를 규정한 것은 세가지다. 실종 선고를 받았거나 의식불명 또는 의사 표현이 불가능하다는 전문의 진단을 받은 사람이다. 임종과정 상황에서 이러한 절차와 서류제출 등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과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명의료결정제도 안내에서는 전원이 같은 공간과 같은 시간에 모일 필요는 없다고 언급됐기 때문에 해외거주 가족은 녹음과 녹취 등의 확인도 인정된다. 다만 실제 녹음자의 가족 증명 확인은 상당히 민감한 문제로 어려운 부분이 될 것이다.

 

Q24. 무연고자와 독거노인 등이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상태면?

A-박 이 부분이 연명의료결정법에서 빠져있는 중요한 부분으로 지적된다. 지금 법에 따르면 환자 가족이 없는 환자가 의사표현을 할 수 없다면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하기가 어렵다.

 

Q25. 모든 의료기관에서 연명의료 유보나 중단을 할 수 있나?

A-박 아니다. 연명의료결정 업무를 수행하려는 의료기관은 의료기관 윤리위원회 설치와 등록이 선행돼야 한다. 단독으로 위원회 설치가 어렵다면 공용 윤리위원회 등에도 위탁 할 수 있다.

 

Q26. 환자와 의료진 의견이 다를 때, 즉 의료진은 소신으로 치료를 주장하고 환자 가족은 연명의료를 반대할 경우는?

A-박 법에서는 담당 의사가 이행을 거부할 경우 윤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교체를 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이 때에도 의료기관의 장은 이행 거부를 이유로 담당 의사에게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했다. 담당 의사 교체를 요청받으면 윤리위원회는 즉시 심의하고 의결을 해서 교체해야 한다. 의료기관윤리위원회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가 환자와 환자 가족에 대한 상담이다. 환자나 환자 가족도 꼭 의료진을 거치지 않더라도 윤리위원회 심의를 신청할 수 있다.

 

Q27. 의사로서 환자와 가족들에게 더 이상 회생이 어렵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 실제로 많이 어려울 것 같다.

A-이 아직 우리 사회에서 의사, 환자, 가족 모두 연명의료 관련 이야기를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특히 환자와 가족 입장에서는 완화의료에 대한 논의가 지금까지 받아왔던 치료를 포기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의료진이 이야기 하는 연명의료는 상태를 호전시키지 못하면서 임종과정을 길게 연장시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고 이를 선택하지 않는다고 해도 임종기 돌봄은 지속이 된다. 적극적으로 증상을 완화시키는 반면, 침습적이거나 고통스러운 처치는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돌보는 것이 전환되는 것이다.

 

Q28. 회생 가능성이 없는 상태가 될 때 환자에게 알리는 걸 가족이 막는 경우가 많다. 가족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실제 환자가 충격으로 상태가 악화될 수 있나?

A-이 당연히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지만 가장 가까운 가족이 환자 감정상태, 심리상태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의료진도 최대한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

국내 말기 암환자들과 가족 대상 조사연구에서, 환자 96%가 본인이 직접 통보를 받기를 원하는 반면 가족들은 76%만 환자에게 알리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에서 시행한 80세 이상 고령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 조사에서는 본인이 결정하는 경우는 7%로 나머지는 가족이 대신했다. 가족의 대리 결정은 환자 본인보다 훨씬 더 연명의료를 더 선호한다. 결국에는 환자가 실제로 원하는 게 정말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실제 환자 상태를 알림으로써 준비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더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Q29. 임종을 앞둔 경우가 아니더라도 의료 현장에서는 상태를 환자 본인보다 가족에게 설명하는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이 이런 부분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

A-박 이 법은 환자의 알 권리를 매우 강조하고 있다. 연명의료계획서는 가족 대리 작성이 불가능하고 환자만 작성할 수 있으며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통해서 평소 생각한 자신의 의사를 작성해 둘 수 있다.

이전 보다는 환자에게 직접 통고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것은 법률을 넘어서 문화와 관습의 문제이기 때문에 의사나 병원의 노력만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또한 환자에게는 ‘알 권리’ 뿐만 아니라 ‘알고 싶지 않은 권리’도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나’라는 주체 인식이 개인에게 한정되기 보다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정해지는 문화가 여전히 강한데, 이 법에서는 이러한 고려가 없다. 향후 우리 사회 전체가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떠한 방향으로 가려고 노력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환자가‘나에게 얘기하지 말고 우리 아들이랑 결정해’ 라고 말하는 경우도 어떻게 보면 그 환자가 선호하는 의사라 할 수도 있다.

 

Q30.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하면 후일 병원 진료시 의사가 대충 진료하지 않을까, 또는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면 내가 회생할 가능 상태에서도 열심히 치료하지 않을까하는 걱정 때문에 주저한다.

A-이 실제로 그런 걱정으로 상담 사례가 많다. 그러나 연명의료 중단 등의 결정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라는 전제조건이 있다. 이런 임종기 결정은 직접 진료한 담당 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인의 동일한 판단 이후에만 실행된다. 회복 가능성 상황에서는 진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아울러 임종기 과정에서도 의향서 때문에 절대로 다른 치료가 중단되지 않는다.

치료 목표가 전에는 ‘정말 고생스럽더라도 적극적으로 치료하자’, ‘할 수 있는 거 다하자’라는 방향에서 고통스럽거나 조금 더 불필요한 것은 하지 말고 최대한 편안하게 해 드리는 방향으로 변경되는 것이다.

 

Q31. 이런 얘기를 의사 입장에서 꺼내기는 어려울 거 같은데 실제 현장에서는 어떤지?

A-이 환자, 보호자와 마찬가지로 의사도 진료하다 보면 사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일 때가 많다. ‘이것도 해보고 싶고, 저것도 해보고 싶고, 이렇게 하면 좋아지지 않을까’라는 기대 때문에 사실 환자가 계속 나빠지고 있는 상황이고 회복 불가능을 인정하면서도 가급적 미루고 싶어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는 의사가 외면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의료진 교육과 함께 환자 말기 상태에 대한 설명과 이해를 위한 적절한 진료시간이 확보되는 정책적 뒷받침도 꼭 필요하다.

 

Q32. 인공호흡기를 빼면 호흡곤란으로 고통스럽게 돌아가시지 않을까, 더 이상 항암치료를 안 하면 고통스러운 상태에서 임종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A-이 실제 중환자실에서 연명의료를 하고 있는 환자와 가족은 호흡기를 제거했을 때 더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걱정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중환자실에서 보면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을 다 보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걱정은 연명의료를 할까 말까, 걱정하는 병실이나 외래 진료 시점에서다.

중환자실에서의 환자 통증을 조사한 연구에서 보통 70-80% 환자가 통증을 느꼈다고 이야기 한다. 그중에 60% 이상은 상당히 심한 통증을 느꼈다고 나타났다. 이런 통증을 느끼는 시점 역시 특별한 시술이 아니라 체위변경, 기관삽관, 가래제거 등 매일 수차례씩 하는 과정에서라고 한다.

회복을 기대할 수 없는 환자의 연명의료는 인공호흡기에 의지하든지 투석을 하는 등 기계에 의존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런 것들이 오히려 통증을 더 가중시키면 가중시켰지 연명의료 중단으로 통증이 더 가중되지는 않는다.

 

Q33. 약칭 ‘연명의료결정법’은 원래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다. 따라서 이 법은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한 부분도 중요하다. 호스피스와 완화의료란?

A-박 이 법에 따르면 "호스피스·완화의료"란 말기 환자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와 그 가족에게 통증과 증상의 완화 등을 포함한 신체적, 심리 사회적, 영적 영역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와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의료“라고 명시됐다.

호스피스는 처음에는 임종을 앞둔 환자 돌봄에서 시작됐으나 개념이 확대되면서 현재는 완화의료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WHO에서는 ‘완화의료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이나 만성질환을 가진 환자와 가족들의 고통을 줄이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돌봄을 제공하는 의료’를 말한다. 즉, 어떤 말기나 임종 과정에 국한하지 않고 질환의 시기나 완치 가능성과 관계없이 환자가 투병 중에 겪는 고통과 삶의 질에 초점을 두는 의료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완화의료 중에서 호스피스라고 생각하는 시기, 주로 말기와 임종기 시기에 제공되는 의료를 구분 지어서 ‘생애말기돌봄’이라고도 부른다.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주로 이 시기라고 할 수 있다.

 

Q34. 이 법 두 가지가 같이 들어가 있는 이유는?

A-박 사실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대상이 암 환자로 한정됐지만 이 법이 제정전에도 암관리법에서 다뤄졌었다. 그동안 국가 시범사업과 수가 지정 등 제도화를 준비해왔던 분야다. 그러나 법률 제정을 추진하면서 연명의료를 중단하거나 유보할 경우에 말기 환자의 돌봄이 소홀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제도적 확충이 반드시 같이 있어야 된다는 지적 제기로 두 분야 법률이 합쳐져 제정됐다.

 

Q35. 3개월의 연명의료사업 시범사업 동안 계획서를 통해 본인 의사를 밝힌 환자가 94명,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이 9,370명이었다. 임종을 앞둔 환자 참여가 높지 않은 이유는?

A-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보다 연명의료계획서의 작성률이 현저하게 떨어지는데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 번째, 연명의료계획서는 환자가 본인 상태를 알고 작성을 해야 되는데 아직까지는 솔직하게 알리는 환경과 문화가 부족하다. 환자 결정권 존중 문화가 짧은 시간에 바뀌기는 어렵지만 이를 위해 의료진의 충분한 진료시간과 교육이 뒷받침돼야 한다.

두 번째, 호스피스 이용 결정 때문에 의사 2인에 의한 말기 진단이 규정됐는데, 미리 자신의 의사를 밝히는 계획단계에 해당이 되는 연명의료계획서에서도 동일하게 적용하니 현실적으로는 어려움이 많다. 외래의 경우 진료의사는 한 명이기 때문에 다른 전문의 진료를 한 차례 더 보기 위해 기다려야 하는점, 병동에서도 두 명 의사가 같은 내용을 듣고 같은 상황에 대한 확인 서명받는 것 역시 쉽지 않은 문제다.

 

Q36. 문제점도 있는 법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법 제정 취지가 환자의 자기결정권 존중과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법이다. 이 법 취지를 잘 살리기 위해 실제로 어떤 변화들이 필요할지?

A-이 진료현장에서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 특히 말기에 대한 고지는 대부분 외래진료실에서 이뤄지는데 3분 진료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말기에 대한 고지가 없이 바로 임종기를 얘기하는 것도 상당한 윤리적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의료진의 임종기 진단 이견과 정확한 시점 예측의 어려움이 있다. 좀 더 많은 의료진 교육과 관심이 필요하다.

A-박 의료진과 병원 뿐만 아니라 환자 가족, 일반인 사이에서도 이 문제를 솔직하게 얘기하고 나눌 수 있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 아직까지는 많은 장벽들이 있다. 특히 환자를 앞에 두고 그런 얘기를 꺼내기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실제로 얘기를 나눠보면 많은 환자가 혼자 고민하기 보다는 누군가와 같이 이야기를 하기를 기다리고 원한다. 이 법을 계기로 향후 많은 여론이 형성될 것이고 등록기관도 늘어나는 등 많이 알려질텐데 이와 함께 문화, 사회적 변화가 함께 맞물린다면 죽음을 삶의 한 과정으로 자연스럽고 존엄하게 맞이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다. <자료제공 서울대병원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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