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극심한 두통(벼락두통)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인 가역성 대뇌혈관증후군(RCVS)의 진단율을 높이는 새로운 방법이 우리나라 연구진에 의해 제시됐다.
RCVS는 순간적인 뇌혈관 수축과 팽창으로 극심한 두통을 일으키고, 심한 경우 뇌출혈, 뇌경색, 뇌부종 등 치명적인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기존 검사 방법으로는 뇌혈관의 변화를 잘 알지 못하고, 두통이 유일한 증상일 때도 많아 진단 자체가 쉽지 않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정진상·이미지 교수팀은 2015년 4월부터 2016년 7월 이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중 지주막하출혈이 없었던 환자 72명을 조영 증강 자기공명영상기법을 통해 뇌혈관장벽의 손상 여부를 살폈다.
RCVS를 진단하기 위해 뇌혈관장벽 손상을 확인해 보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교수팀은 우선 이들 환자의 원인을 국제두통질환분류와 기존 검사방법에 따라 분류했다.
전체 환자의 40%(29명)가 벼락두통의 원인으로 가역성대뇌혈관증후군으로 확진됐고, 50%(36명)는 기존 검사로는 의심소견이 나오거나 원인이 무엇인지 확인조차 되지 않는 경우였다.
그러나 연구팀이 뇌혈관장벽의 손상 여부 검사를 통해 다시 진단하자 가역성대뇌혈관증후군 환자 29명 중 20명(69%)에서 손상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원인이 불확실했던 환자도 뇌혈관장벽 손상 검사를 통해 41%(15명)가 가역성대뇌혈관증후군 환자로 진단받았다.
혈관이 수축되었다가 다시 팽창한 경우 이를 포착해 진단하기는 어렵지만, 혈관이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남은 뇌혈관장벽의 손상을 토대로 가역성대뇌혈관질환을 진단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셈이다
뿐만 아니라 뇌혈관손상이 발생한 부위가 1곳 더 늘 때마다 뇌출혈, 뇌부종, 뇌경색 등과 같은 합병증의 발생 위험이 1.48배씩 늘어나는 것도 밝혀냈다.
정 교수팀은 “가역성대뇌혈관증후군은 현재까지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다 기존 방법으로 진단도 어려워 환자들의 고통을 키우고 있다”며 “이번 연구로 진단율을 높이고 합병증을 미리 예측할 수 있게 된 만큼 환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신경학 분야 국제적 권위지인 미국 신경학회지(ANNALS OF NEUROLOGY)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