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블랭킷 사용, 선택 아닌 필수. 국가 지원 없으면 자비 털어서라도 ‘생존해법’ 찾을 것” 
“체온유지만 잘 지켜도 수술부위감염 등 합병증 막을 수 있어”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의료 선진국’을 자칭하는 우리나라 수술실에서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국가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위협 요소를 제거하고 안전한 삶을 보장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이 의료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인 것이다.
 
수술과정 중에는 수술실 온도, 신체노출, 저온의 소독제, 찬 수액 및 세척액 주입 등으로 환자들의 열손실이 증가하고 마취제로 인해 시상하부가 억압돼 체온조절 중추 기능의 저하, 말초 혈관의 이완 및 떨림 억제 등으로 체온조절이 어렵게 되어 대부분의 수술환자가 저체온을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저체온은 상처감염뿐 아니라 응고 장애, 면역기능 저하, 심박출량 감소, 정맥정체, 마취제의 대사지연 등의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이에 체온유지를 위해 등장한 게 ‘일회용 에어블랭킷’이다. 하지만 국내에선 환자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인 에어블랭킷을 활용하는 것은 극히 드문 실정이다. 현 의료체계로는 체온유지기에 대한 적정보상이 이뤄지지 않아서다. 국가 의료정책에 수술부위감염 예방은 후순위란 얘기다.
 
미국은 수술 후 감염률을 2020년까지 25%이상 줄인다는 목표를 세우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300병상 이상의 병원에는 수술 환자 한명 당 4천 엔(한화 4만 3천 원), 300병상 미만은 1천 엔(한화 1만 1천 원)을 지불하는 등 의료감염 관리에 대한 비용 보상을 하고 있다. 병원이 에어블랭킷과 같은 체온유지 소모품 사용에 적극적일 수 있단 의미다.
 
이처럼 선진국들이 수술부위감염 예방을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국내 상황은 다르다. 
 
현재 ‘환자 체온조절을 위한 비용은 입원료에 포함된다’고 고시돼 있어 에어블랭킷(개당 3~5만 원)에 대해 급여 또는 비급여 산정이 불가능해 병원이 소모품 사용 비용을 자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소모품 재사용에 따른 교차감염 우려까지도 존재하는 상황이다. 비용문제로 인한 의료기관에서의 일회용 체온유지 제품 재사용을 국가가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수술부위 감염률은 최대 9.7%로 보고 있는데 이로 인해 재원기간은 평균 5~20일 연장, 의료비는 215만 원이 추가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30%는 감염 치료를 위한 약제비로 사용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수술감염관리를 위해 CATS(수술환자 체온유지)를 제시하고 수술 후 1시간 이내 정상체온 유지를 권장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의료현장에서 이를 따르기란 어려운 실정이다. 대부분 상급병원이 수술장에 공기가온장비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와 연결해 사용하는 일회용 에어블랭킷을 실질적으로 쓰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외과감염학회와 대한마취통증의학회는 작년부터 수술환자 체온유지기에 대한 적정보상이 필요하다는 학회 의견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연준흠 인제대 상계백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보험수가 문제로 인해 실제 에어블랭킷 사용이 불가능한 점을 지적, 제도개선의 시급함을 강조했다.
 
그는 “국내에서는 급여는 물론 비급여 산정도 이뤄지지 않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비용을 급여로 신청할 수 없고 비급여 항목으로 환자에게 비용을 청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사용비용을 보전 받을 수만 있다면 의료현장에서 에어블랭킷의 사용을 주저하지 않게 되어 결국 감염률, 부작용 발생률 등을 감소시켜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 호 대한외과감염학회 총무(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외과)는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의 제안을 예로 들며 에어블랭킷 사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저체온증 예방을 위해 ‘강제공기가온장비’와 ‘일회용 에어블랭킷’을 사용하는 것이 임상적 효과성 및 비용의 효율성 측면에서 적합하다”며 “수술시간이 길고 체온유지가 중요한 어린이 환자와 직장 수술, 회음부 수술, 고형장기 이식수술, 심장 수술 등에서는 특히 일회용 에어블랭킷의 사용을 권고하고 있는 만큼 감염 위험이 높은 항목에라도 우선적인 적정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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