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을 충격과 공포에 휩싸이게 했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이하 메르스)이 지나간 지 1년이 지났다. 많은 환자와 의료인, 그리고 국민 모두가 겪어야 했던 너무도 큰 아픔과 상처가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오른다. 이 자리를 빌어 가족의 손도 잡아보지 못하고 이승을 등져야 했던 메르스 희생자 분들과 가족 분들께 진심어린 애도를 표한다.

우리 응급의학과 의료진들은 과밀화된 응급실이라는 열악하고 급박한 현장에서 많은 호흡기 증상 환자들을 만나면서 혹시나 있을 감염 환자를 발견하고 검사하고 치료하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해 뛰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확산 초기에 선제적인 촘촘한 그물망을 구성하지 못하고 질병의 확산을 허용했던 과오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싶다. 처음부터 자세한 정보를 얻어 환자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고 감염 방지를 위한 대책에 발 벗고 나섰다면 희생자를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2014년 5월, 미국에서는 인디애나 주와 플로리다 주에서 각 1명의 메르스 감염 환자가 발생했다. 당시에는 환자가 처음 방문했던 병원에서 완벽한 격리조치를 시행하고 상세한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질병의 전파를 막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메르스 감염 환자를 초기에 진료했던 병원에서 완벽한 격리가 되지 않았던 점, 그리고 그 정보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던 점이 아쉬운 이유다.

1년이 지난 현재, 우리나라 응급실은 호흡기 질환 감염의 전파에 대해 대응할 준비가 되어있을까?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는 호흡기 질환을 포함한 많은 감염 질환의 공격에 대처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메르스 사태 이후 대표적인 개선점으로 지목되었던 사항인 진료구역 분할 및 공간 확보를 통한 과밀화 된 응급실 환경의 개선, 음압격리시설 등 설치를 통한 응급실 내 감염방지 시스템의 구축, 그리고 다수의 보호자가 응급실과 병실로 방문하게 되어 확산을 쉽게 하는 문병 문화의 개선이었다. 이 중 보호자 문병 문화의 개선은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로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럼 응급실 내 감염방지를 위한 시스템 구축의 면에서는 어떨까? 여기에는 비용의 문제가 있어 진행이 더디다. 예를 들어 호흡기 감염 방지를 위한 음압격리시설의 설치에 필요한 비용을 우선 따져 보기로 하자. 음압격리시설 한 병상을 만드는데 3억에서 3억 5천만 원이 소요되는데 최소 3억 원으로 계산했을 때 현재 전국에 지역 응급의료기관 이상의 응급실이 416개소이니 음압격리시설 하나씩을 설치한다면 1250억 원, 2개 병상을 만들면 총 2500억 원의 상당한 비용이 든다. 여기엔 추가 인력 등의 비용은 포함되지 않은 금액이어서 그 비용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여기에 감염방지를 위한 인력 교육, 선별진료소 상시 운영을 위한 물품과 시설 및 추가 인력 비용 등을 합치면 그 금액이 더 늘어날 것이다. 게다가 심각하게 과밀화 된 응급실의 환경 개선을 위해 진료구역 분할 및 공간 확보를 위한 재정 또한 필요하다. 메르스와 같은 또 다른 감염 질환의 확산을 막아내기 위한 선제적인 대응을 위해 응급의료시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한 이유다.

우리 주위에서 일상생활을 영위하던 많은 이웃을 잃고 수많은 사람들이 격리되는 등 유무형의 피해를 입었던 메르스 대란. 작년과 같은 참사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미리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병원은 앞으로 상당기간 응급의료기관을 포함한 응급의료시설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저희 응급의학과 의료진 또한 감염 질환 확산 방지에 최전선에 서 있는 입장인 만큼 피나는 노력과 변화를 통해 안전한 사회 만들기에 힘쓰도록 하겠다. 많은 국민 여러분께서 관심을 갖고 지켜봐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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