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엔 길이 없었다. 누군가 처음 밟은 길, 그 뒤를 누군가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걸어서 길이 생겨났을 듯, 그 길은 인류의 역사이고, 또 사람들의 흔적이다. 길에는 그 길을 걸었던 사람들의 생각이 묻어 있고, 세상의 시름도 다 녹아 있다.

길을 생각하면 많은 생각을 품게 된다. 길은 사색이다. 호젓한 길 위에서는 복잡한 생각이 정리된다. 머리 속 복잡한 파일이 정리되며 길 위에서 해법을 모색한다. 길은 나침반이요, 한번도 나서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은 설렘이다. 길은 계절별로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길 위에서는 일상 탈출이기에 새로운 에너지 충전소다.

숲길, 산길, 돌서딜길, 둑길, 오솔길, 버릇길, 꼬부랑길, 두멧길, 덤불길 등 다양한 길이 있다. 혼자서면 호젓한 길, 연인이라면 아름다운 길, 가족이라면 밝고 유쾌한 길, 단체로 걸어가면 탁 트인 자연길이다. 산책길은 자연의 비타민, 산림욕은 피톤치드요. 스트레스 해소요, 심폐기능 강화 살균작용에 우리 몸은 더 많은 음이온으로 목욕을 한다.

길 위에 서면 가장 단순한 행위 오로지 걷는 것만이 남아 있다. 발품을 팔아보자.
중생들은 산을 유독 사랑한다. 무릉도원이며 청학동처럼 이상향도 산에서 구할 만큼 예부터 산은 우리 휴식처요, 은둔처 그리고 구원처였다.

시멘트 속에 사는 우리에게는 산행은 산에 미안할 정도로 만만하게 산에 기댄다. 산행길 넘처 흘러 몸살 앓는 산에게 미안할 지경이다. 흔히 옷차림이 히말라야 등반자들 처럼 차리고 다닌다고 비아냥거려도 옷차림 이외엔 돈도 별로 들지 아니하니... 산은 승낙도 없이 들어가서 산소공양만 잔뜩 받고 돌아오는 영원한 우리 고향같은 곳이다. 예부터 산은 우리가 온 것이라 하지 않던가. 산은 잘 살피고 조심해서 다녀야 한다. 산이 지쳐 쓰러지기 전에... 산과 들의 풀, 꽃, 물고기, 새, 벌레 그리고 돌멩이까지도 그냥 있는 게 없지 않는가.

이들은 숨쉬고 활동하면서 거대한 화엄(華嚴)의 세계를 이루고 있다. 화엄의 세계 속 모든 생명붙이는 서로 돕고 산다. 하나하나, 낱낱의 물건들은 생명이 주인이다.

나무는 지구를 살리는 최초의 어머니다. 지구 위에서 생산자는 오직 녹색식물 밖에 없다. 녹색식물은 산소를 생산하여 동물이 호흡할 수 있도록 하고 대기 중의 일산화탄소를 흡수한다. 인류는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부터 줄곧 나무에 의존하여 삶을 영위하고 있다.

천년 고찰(古刹) 월정사와 함께 오대산의 명소는 전나무 숲길이다. 1700여 그루의 아람드리 전나무가 1km가량 양편으로 늘어선 길을 걸으면 나무에서 뿜어내는 피톤치드가 살갗에 닿아 청량감을 선사한다.

우리나라 문수도량의 총 본산 오대산은 한라, 지리에 이어 우리나라 3대 수림(樹林)의 보물창고이기도 하다. 그 수림 속에 천년의 명맥을 이어온 숲의 종교 불교사찰 월정사(月精寺)와 상원사(上院寺)를 이어주는 숲길이 있다.

진부령(珍富嶺)에서부터 상왕봉(上王峰), 비로봉(毘盧峰)을 휘둘러 내려온 풍부한 수량과 어머니의 포근한 젖무덤 같은 산세가 빚어낸 오대(五臺)의 지맥(支脈)이 한없이 아래로 아래로 내려오면서 빚어 놓은 ‘옛길’, 한때는 ‘오대산 천년의 길’, 혹은 ‘옛길’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옛길 8.6km, 월정사~상원사 찻길로는 20분, 1,400년 동안 불자, 나그네, 나뭇꾼, 발품 팔아 빚어 만든 세월의 길이다. 봄, 신춘(新春)의 숲은 아기의 손처럼 가냘퍼 아름답다. 여름, 성하(盛夏)의 숲은 배를 뒤집는 흔들림이 있고 찬란하다. 가을, 만추(晩秋)의 숲은 꽃보다 고운 붉음이 가슴 벅차다.

겨울의 숲은 사람보다 쉽게 내려 놓는 그들이 있어 오히려 눈물겹다. 눈물겨운 겨울의 숲길, 가혹한 엄동의 시절, 나무는 모두 벗었다. 가장 처연한 나암(裸顔)의 모습이 나를 맞이한다. 우리는 무엇이 부끄러워 빈틈 없이 가리고, 두 눈만 드러낸 채 변장한 몰골로 나무로 다가선다.

겨울숲, 아무것도 없다. 지난 여름 낭자했던 푸르름, 가을, 터질 것 같던 여묾. 그러나 겨울 숲엔 아무것도 없다.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아래를 바라보면 발밑에 고스란히 누워 있는 푸르름, 다음 봄의 생명들, 보이지 않던 이들이 보인다. 더 선명해진 개울물 소리, 내 속에 영그는 세월의 소리, 겨울 숲에만 있다.

재동자(善財童子)는 구도의 길을 찾아 쉬임 없이 남쪽으로 가는 인도 복성장자의 아들이다. 상원사는 문수동자와 밀접한 관련을 지니고 있다. 그 옆길에는 앎과 진실을 찾아가는 선재동자의 이미지를 추구했는가 보다. 이 길의 최종 목적지는 아미타풀의 극락정토(極樂淨土)가 될 터, 선재동자는 궁극적으로 그곳에 이르렀을 듯 싶다.

오대산 선재길은 월정사에서 동피골을 거쳐 상원사에 이르는 계곡 옆길 9km의 숲길이다. 완만한 경사, 평탄한 길이다. 월정사 일주문(一柱門)-1.0km-월정사-1km-선재길-8.1km-상원사(약10km) 5시간 소요, 일주문, 산문(山門)은 일심(一心)을 상징하고 있다.

신성한 가람에 들어서기 전 세속의 번뇌를 불법의 청량수로 말끔히 씻고 일심으로 진리의 세계로 향하라는 상징적 가르침이 담겨 있다. 주사찰(主寺刹) 금당(金堂)에 안치된 부처의 경지를 향하여 나아가는 수행자는 먼저 지극한 일심(一心)으로 부처나 진리를 생각하며 이 문을 통과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절의 입구임을 알리는 일주문은 가람배치로 경내에 들어서기까지 거치게 되는 세 개의 문 중 첫 번째 자리에 배치해 있다. 또한 일주문은 모든 중생이 자유롭게 드나들라는 의미에서 문은 달지 않았고 기둥을 양쪽으로 하나씩 세워 문을 지탱하는 구조에서 일주문이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

두 기둥을 일직선상에 세웠다는 의미도 있다. 월정사 일주문은 화려한 단청에 다포계의 공포로 상부의 하중을 분산시키는 시각 효과를 나타냈으며, 현판의 월정대가람(月精大伽藍)은 탄허 스님의 친필이다. 한국의 아름다운 숲길이 된 월정사 앞 전나무 숲길은 친환경으로 복원된 천년의 숲길이다.

생태계를 간직하고 있는 이곳 전나무 숲길은 우회 도로가 개설되기 전인 1994년까지 아스콘 및 카프도장(흙에 콘크리트 정화제 포함)된 도로로서 이용되어 왔다. 2008년 옛 숲길을 복원하고자 기존 포장재를 걷어낸 후 외래종 유입의 차단을 위하여 지하 1m 이하의 심토인 마사토와 모래 황토를 혼합하여 시공함으로써 배수 및 다짐을 양호하게 하였으며 생태계를 고려하여 배수로에는 양서류와 파충류 등의 이동이 용이하도록 하였고, 흙 이탈 방지 등을 위하여 설치한 목재는 생태계와 인체에 무해하도록 방부 처리한 친환경적인 재료를 사용하였다.

향후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안정된 숲 생태계로의 복원과 탐방객, 지역행사 등의 편익도모에 기여하고 맨발 걷기 체험 등 자연해설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숲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제12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강원 평창 오대산 국립공원은 월정사 전나무 숲은 2011년 제12회 아름다운 숲 전3대회에서 생명상(대상)을 수상했다.

월정사-주차장을 지나 금강교를 건너 경내로 이동한다. 일주문을 통과 후 천왕문을 지나 사찰경내로 진입한다. 천왕문은 사찰을 지키고 악귀를 내쫓아 청정도량을 유지하여 사람들 마음을 엄숙하게 하여 사찰이 신성한 곳이란 생각을 갖게 하기 위하여 세워졌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행자의 마음속에 깃든 번뇌, 좌절을 없애고 정진할 것을 강조하는 곳이다.

월정사는 신라 선덕여왕 12년(643) 자장율사가 창건했다. 자장율사 이후 근대에는 한암, 탄허 스님 등 선지식인들이 머물러 온 곳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석가모니 전신사리 봉안한 5대 사찰 중 하나다.월정사에서 1.0km 올라가면 선재길로 향하게 된다. 회사거리 주차장은 선재길 입구 쉼터 위치에 있다. 선재는 화엄경에 나오는 동자 이름이다.

선재길은 선지식을 찾아 돌아다니던 젊은 구도가가 걸었던 길이란 뜻에서 명명되었다. 선재동자가 이 길에서 깨닮음을 얻었듯이 이 길을 걸으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참된 “나”를 찾아보자는 의미로 선재길로 이름 지었다 한다.

오대산은 신라시대 중국 오대산을 참배하고 문수보살을 천견한 자장스님에 의해 개장된 문수보살의 성지로서 문수보살은 지혜와 깨달음을 상징하는 불교의 대표적 보살이다. 문수의 지혜를 시작으로 깨달음이라는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분이 <화엄경>의 선재(동자)이다. 이 길을 걸으면서 ‘참된 나’를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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