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시 천마산(天魔山·812m)은 오랜 세월 경춘선 열차 산행지로 인기가 높았던 산이다. 1970~1980년대 대학생들은 통기타와 ‘야전’이라 부르던 야외전축을 켜놓고 춤과 노래로 젊음을 발산하던 곳이 천마산이 아니었나.

그렇다고 놀이와 향락개념의 산으로 한정되어 있지 않아서 우리들 기억 속에 독특한 산으로 남아있게 된 큰 이유는 서울 근교의 산 주위엔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으니 천마산도 그 예외는 되지 못했다. 산을 둘러싸고 북쪽, 남쪽으로 아파트 단지가 파고들었지만, 서울 근교에 좋은 산 식생이 보전된 산으로 남아 있다.

망대처럼 우뚝 솟구친 정상은 서울과 경기 일원의 어지간히 높은 산봉들을 모두 내려다 볼 만큼 장쾌한 조망이 일품이다. 예부터 봄이면 산나물 여름엔 누에치기 뽕나무 겨울에는 땔감을 대어주던 생활터전이 된 남양주의 진산이다. 

천마산을 그 산세가 달마대사가 어깨를 쫙 펴고 앉아있는 형상이다. 그 옛이름은 구전에 따르면 정상 산봉우리가 고개를 숙인 모양이라 하며 ‘영적산’으로 불렀다 전하는데 호평동과 평내동에서 산세를 살피면 천마산 최고봉은 고개를 숙인 듯 보인다. 옛날엔 교통이 불편하고 산세역시 험해서, ‘소박맞은 산’이란 별호도 지니고 있다. 

서울근교에 있으면서 그 산세가 험하고 봉우리도 높아, 많은 전설을 간직한 천마산의 이름의 내력에는 역사적으로 재미있는 설화가 전해오고 있다. 고려 말 이성계는 이산에서 사냥을 하면서 지나가는 촌부(村婦)에게 산 이름을 물었더니 ‘소인은 무식하여 모릅니다.’했다 한다.

이성계는 혼잣말로 ‘인간이 가는 곳마다 청산은 수없이 있지만 이산은 매우 높아 하늘에 홀(笏,조선시대 벼슬아치들이 조견(朝見)할 때 조복(朝服)에 갖추어 손에 쥐던 패)이 꽂힌 것 같아 손이 석자만 더 길었으면 가히 하늘을 만질 수 있다(手長三尺可摩天)’라고 한데서 ‘하늘을 만질 수 있는 산’‘천마산(天摩山)’이 되었다는 전설이다.

천마산은 백두대간이 금강산 위쪽에서 갈라져 내려오는 한북정맥(漢北正脈)이 추가령 ~ 한강이북 황해로 이어져 내려오다가 경기 강원 북쪽으로 남진하던 산줄기는 대성산, 광덕산 운악산을 솟구친 다음 철마산에서 동쪽방향으로 흘러 천마산으로 솟아나고, 축령산, 운길산, 예봉산으로 이어져 팔당호에 몸을 낮춘다.

천마산은 산세가 험하다. 조선시대에는 임꺽정이 이산에 본거지를 두고 활동했다고 전해 오고 있는데 산행중에 ‘꺽정바위’로 부르는 큰 바위를 볼 수 있다. 지금은 마치 터널이 뚫여 있는 천마산 남쪽 화도읍 묵현리 마치고개도 임꺽정패의 활동무대여서, 그 옛날 과객들이 고개를 넘으려면 인원수가 채워질 때까지 며칠씩 객사에 머물러야 했다 한다. 정상에 서면 남쪽 아래로는 천마산 스키장과 마치고개가 경춘국도와 함께 내려다보이고, 전면에 백봉(柏峰) 이 마주보이며 서울리조트 스키장이 또렷하다.

주봉을 중심해 북동쪽은 비탈이 급하고 서쪽은 완만하기 때문에 그 산기슭에는 심신수련원, 수련관, 연수원들이 들어섰다.

산 남쪽 기슭에는 스키장이 있다. 더구나 경춘국도가 4차선으로 넓어지면서 등산객들은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하였다. 봄철 야생화 탐방에 나서는 등산객들은 호평동 상명대 생활관이 들어선 큰골을 경유하여 정상에 오르는 코스와 천마산 심신수련장을 거쳐 남동릉을 타고 정상에 이르는 코스를 많이 이용한다.

마석에는 천마산 자연심신 훈련장805m봉 남동릉~뾰족봉~805m봉으로 오른다. 가곡리에서는 가곡리-보광사-북릉-돌핀샘으로 이어지는 아기자기한 암릉 코스가 있다. 최근에는 진전읍에서 된봉,관음봉을 경유하여 서릉을 타고 정상으로 향하는 새로운 등산 코스가 생겼다. 오남저수지의 푸른 물을 감상하면서...

천마산은 특히 봄 산행지로 명성이 높다. 큰골에는 우리나라 특산종인 점현호색이 많이 자라고, 돌핀샘 아래쪽 천마산계곡 상류에는 4월초면 복수초와 앉은부채가 눈을 뚫고 올라와 꽃을 피운다. 이어 노루귀, 산괴불, 너도바람꽃, 꿩의바람꽃, 만주바람꽃, 미치광이풀 등 희귀한 야생화들이 꽃을 피우고 천상화원을 이룬다. 큰골과 천마산계곡은 야생화 천국으로 부른다. 이제는 경춘천 전철로 교통체증의 불편함 없이 접근할 수 있어 더 인기상승의 산행지가 되어 있다. 

천마산은 산행기점에 관계없이 당일 산행이 가능하다. 산행코스는 화도읍 묵현리 군립공원사무소, 심신수련장, 뼈족봉 정상 왕복코스가 가장 인기 있다. 남양주시 호평동 수진사 입구, 큰골, 천마의 집, 꺽정바위 그리고 정상, 큰골~천마의 집~약물바위 샘(돌핀샘)~정상코스가 대표적이다. 각각 2시간~2시간30분 소요, 오남읍 팔현리 오남저수지 기점 다래산장~천마산 계곡~약물바위샘~정상코스와 다래산장~절골~천마의 집(혹은 꺽정바위)~정상코스를 잇는 원점회기 코스를 따르면 비교적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약 4시간 걷기에 자신 있는 등산인 들에게는 천마산~백봉산 종주 산행이나 천마산~철마산~주금산 산행을 권할만하다. 야생화탐방이 주목적이라면 호평동 큰골을 타고 천마의 집~돌핀샘을 거쳐 정상에 오른 다음 꺽정바위~큰골길로 하산하거나 또는 돌핀샘에서 천마산 계곡을 따라 하산하는 코스가 좋다. 

가칭 천마지맥은 한북정맥 수원산(709m)의 동쪽 2㎞지점에서 분기해 주금산(812m)~철마산(711m)~ 천마산(810m)~백봉(570m)~갑산(547m)~적갑산(561m)~예봉산(683m)을 일으킨 뒤 팔당호에서 맥을 다하는 산줄기다. 그 가운데 천마산과 철마산을 잇는 구간은 아름다운 산세와 다양한 식물군으로 단연 으뜸이라 일컫는다. 봄에는 야생화를 보기위해 찾는 등산인 들로 북적인다.

S자를 그리며 남북으로 뻗은 이들 두 산은 아파트단지나 공장 등의 집단시설이 산 주변을 두르고 있음에도 산은 숲이 울창하고 맑은 물이 흐르는 골짜기를 간직하고 있다. 남북으로 길이 뻗은 산줄기는 유순한 듯 하면서도 기운차다. 수도권 동쪽과 경기 동북부 일원의 산봉이 한눈에 들어오는 조망처다. 천마산은 배랭이고개에서 과라리고개까지는 4㎞, 철마산에서 과라리고개까지는 3.8㎞에 두 산이 만난다. ‘과라리 아리랑 따라 굽이굽이 흘러가는 고개’ 시를 옮겨 써본다. 

산다는 게 살아간다는 게 모두 / 굽이굽이 돌아 산마루턱에 다다르는 / 산길과도 같아서 
천 번을 다녀도 갈 적마다 새로운 것이 / 우리 인생 여정과도 같아서 / 늘 한자리에서 
만고풍산마다 않고 얼싸 앉는 모습이 / 따스한 어머님 품속 같아서 / 그래, 많이 힘들제?
여기 잠시 쉬었다 가거라 / 긴 숨 한 번 크게 들이켰다가 / 쭉 내뱉어 보거라
세상사 뭐 그리 부러운 님 없을게다./그래도 어디 한구석 짠 한데가 있거든/여기 과라리 고갯마루에
무심한 돌 하나 던지거라 / 아리랑 아리랑 과라리아리랑 / 과라리 과라리 울엄니아리랑
자, 다시 시작 하거라 / 가는 길에 행여 고비를 맞거든 / 스스럼없이 이제 
나를 밟고 지나가거라 / 무심하게 그냥 무심하게                               -과라리 아리랑-

천마, 철마, 주금, 서리, 축령, 오독, 은두산을 두루 걸치는 종주산행을 완료한다면 도상거리 40㎞장거리 코스가 된다. 마지막 은두산에서 대성리로 바로 내려가지 않고 동쪽 깃대봉 통해 청평역으로 내려가면 43㎞에 달하는데, 불수도북(불암, 수락, 도봉, 북한산) 종주 48㎞에 버금가는 거리다 불수도북이 암릉이 많은 골산이 점과 다르게 천마 운두종주는 비교적 육산의 형태를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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