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창일 의료원장

 건양대병원을 지역 최고의 대학병원으로 위상을 높여 논 박창일 의료원장이 오는 2월 말 퇴임한다. 건양대병원 CEO로 취임한 지 5년 만이다. 박창일 의료원장은 “이제 건양대병원에서 내가 할 일은 없다”며 “이제는 후임자가 잘 이끌어 나갈 것“이라며 퇴임일성을 했다. 취임 5년 만에 탄탄한 경영실적을 올린 박창일 의료원장의 그동안의 행적을 정리했다[편집자 주]

<우수 의료진 확보>
5년 전. 신설 대학병원인 대전 건양대병원. 2011년 3월 박창일 전 연세대 의료원장은 정년퇴임과 동시에 건양대병원 의료원장으로 취임했다. 당시 지방대학병원들이 교수 및 간호사 확보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며 건양대병원 역시 인턴과 레지던트 지원자가 미달이며 간호사도 턱없이 부족했고 스텝진도 다른 대학병원에 비해 부족했다. 의사와 간호사가 부족해 의료진을 뽑으려 해도 지원이 없었던 것이 당시 처한 현실이었다.

박창일 원장은 취임하자마자 병원의 구성원들이 일하고 싶은 직장이 되어야 곧 최고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의료진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우선 간호사 지원에 부정적인 요인을 제거해 간호사들이 선호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또 경력자를 많이 선발하고 간호학과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신규채용에 들어갔다. 조기에 우수한 간호사를 먼저 입사시킨다는 전략이었다. 취약분야에 우수한 의료진을 확보하기 위해 그동안의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건양대병원의 비전을 설명하며 함께 할 것을 설득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삼성서울병원 뇌종양센터장을 역임한 신경외과 김종현 교수, 한국초음파의학 산증인인 前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유형식 교수, 흉부영상의학의 대가 최규옥 교수, 대한세포병리학회장을 역임한 병리과 박문향 교수들을 영입했다.

 

<의료시스템 개혁>

박 원장은 취임 후 그해 8월 ‘세계적 수준의 의료, 가족 같은 사랑(World Class Quality with Love)'라는 슬로건을 선포한다. 2020년 전국 톱10 병원 진입과 세계적인 의료기관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새로운 목표와 뱡향을 제시했다.

2011년 10월에는 전자의무기록(EMR)시스템을 도입, 의료품질을 업그레이드 하고 환자 안전관리에 초점을 맞추어 2년 동안 준비한 시스템으로 병원의 위상을 한 차원 높인다. 세계적인 의료기관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세계수준의 의료시스템을 갖추어야한다는 것이 박 원장의 기본철학이다.

이를 위해 주변의 강한 반대에도 국제의료기관평가(JCI) 인증준비에 들어간다. 세브란스병원장으로 재직하던 2007년 국내 최초로 JCI인증을 획득하고 2010년에 재인증을 받았으며 연세대 의료원장으로 재직 시에는 강남세브란스병원까지 인증을 받았다. 'JCI의 달인‘이라고 불리는 그의 노하우를 통해 건양대병원도 본 평가까지 10개월이라는 최단기간에 JCI 인증을 획득했다.

여세를 몰아 박 원장은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 도입과 더불어 각 과별 협진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의료서비스 개혁 작업에 가속을 붙인다. 의료시스템을 정착시키고 직원들의 만족도를 향상시킨 결과 원내 감염률이 거의 0%에 이르렀고 이는 곧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하드웨어 구축>
박 원장이 취임한 그해 11월에 최첨단 시설과 장비를 갖춘 암센터를 개원했다. 3월 부임해서 보니 암센터에 대한 설계가 거의 마무리되고 시공을 앞두고 있었지만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설계도면을 일일이 확인하고 수정하며 환자가 최적화된 공간에서 진료 받을 수 있도록 다시 설계에 들어가기도 했다.

방사선치료장비인 레피드아크를 비롯해 최첨단 의료장비를 잇달아 도입하고 12개의 전문팀을 구성하여 암환자 한명을 치료하는데 의료진들이 협진하는 다학제진료 시스템까지 구축했다. 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시행한 주요 5대암(위, 대장, 간, 유방, 폐) 평가에서 모두 1등급을 받으며 환자의 만족도는 물론 치료성적까지 동시에 올리는 효과를 거뒀다.

항상 병원의 공공성을 강조한 박 원장은 재정적인 부분을 비롯한 여러 가지 어려움으로 국립대학병원에서도 운영이 쉽지 않은 진료과도 개설했다. 특히 희귀난치성 환자와 가족들을 위한 ‘유전상담클리닉’을 지방으로서는 최초로 개설했다. 의료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희귀질환 환자와 고위험군 가족에게는 무료로 유전자 검사를 통해 질환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또 중부권 대학병원 최초로 뇌병변이나 발달지연 아동의 재활치료를 위한 ‘소아재활센터’를 개소하기도 했다.

<경영성과>

 
     
 
박창일 의료원장의 가장 내세우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경영성과다. 아무리 좋은 시설과 스텝진, 구성원이 있다고 하더라도 경영성과가 나쁘면 그 조직은 오래가지 못한다. 그러나 박 원장은 1주일에 2회씩 병원의 모든 보직교수들과 회의를 진행하면서 회의의 목적은 오로지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과 환자들의 안전’을 내세웠다. 단 한 번도 병원의 수익은 논의하지 않았다. 의료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고 환자와 직원들의 안전을 보장하면 고객들은 자연스럽게 병원을 찾게 될 것이고 수익도 저절로 오를 것 이라는 경영철학 때문이었다.

이는 곧 경영성과로 이어졌다. 박 원장이 부임한 후 연간 수익률이 29% 증가했고, 외래환자수도 24% 이상 늘어났다. 병상가동률도 현재 약 93%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의료계가 여러 가지 환경변화로 인해 경영이 어려운 실정이지만 건양대병원은 건실한 재정 상태를 이루고 있다.

<메르스 극복>
위기에서 박창일 의료원장의 리더 쉽은 더욱 발휘한다. 박 의료원장은 개인적으로 수차례의 큰 위기를 겪어온 경험을 통해 지난해 우리나라 전국을 휩쓴 메르스 사태 초기에도 큰 위기임을 직감, 냉철한 판단으로 신속하게 행동한다. 감염관리 매뉴얼대로 움직여 150억원의 경영손실을 무릅쓰고 지역사회의 감염확산을 성공적으로 차단했다. 박 원장은 ‘혼란스러울 때일수록 원칙을 지켜야 한다’라는 신념이 일구어낸 성과였다. 메르스 사태 당시 원칙은 오로지 한 가지. ‘메르스 환자가 지역으로 퍼지는 것을 막는 것’이었다. 모든 보직교수와 교직원들에게도 어떠한 희생이라도 감수하고 원칙을 지킬 것을 지시하여 완벽 차단에 성공했다.

이후 감염벽 확산예방을 위해 대안으로 떠오른 포괄간호서비스를 수도권 이외 최초로 도입했으며 면회제도 개선을 위해 별도의 면회실을 마련하고, 응급실내 감염차단을 위해 향균바닥제 시공과 페인트칠을 시행하는 등 응급실 리모델링을 시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공로로 기획재정부장관으로부터 표창을 받았으며, 국내 굴지 언론사가 ‘올해의 인물’로 선정, 표지사진을 장식했다.

<권역응급의료센터 선정>
2016년 보건복지부는 권역응급의료센터 확대 공모사업을 추진, 총 21개 병원을 선정했는데 대전충청에서는 건양대병원 1곳만이 선정됐다. 이는 박창일 원장의 응급실 운영 원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건양대병원 응급실을 방문한 응급환자가 타병원으로 이송한 비율이 0.2%에 불과해 현저히 낮았고 특히 이중 중증응급환자의 비율도 9.2%로 비교적 많았음에도 중증응급환자에 대한 최종치료제공률이 높으며 응급실 재실시간은 평균 1시간 30분으로 나타나 적절하고 신속한 대처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입증했다.

건양대병원은 현재 기존 응급의료센터의 진료공간을 대폭 확대하고 응급환자 전용 입원실 및 중환자실, 재난 및 응급의료지원실 등을 마련하고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감염의심환자는 별도 진료공간을 두고, 음압병상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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