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과는 큰길 가 병원 건물 주위 청소부터 시작된다. 쓰레기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은 단연 담배꽁초다. 화단 화분, 하수구는 담배꽁초 쓰레기통이다.

몇 년 전 서울 교외에 있는 미군 병영 견학을 했던 일이 있다. 담배꽁초를 줍는 일을 맡은 인부를 만났다. 그분 하시는 말씀 왈, 영내 담배꽁초 줍는 일이 가장 어려운 일중 하나라 하신다. 하루종일 걸어다니며 꽁초를 주워도 끝나지 않는다는 말씀이 다시 생각난다.

담배 값 인상론 찬반공박이 뜨거웠고 이젠 담배 사러 가면 ‘폐암 한갑 주세요’하면 어떻겠느냐는 말이 회자되는 세상이 되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는 의사 자신들의 금연운동을 시작으로 국민 계몽에 나섰다. 금연 연수강좌도 기호품과 건강유해론의 논쟁도 담뱃불 온도 880℃보다 뜨겁다.

개정 국민건강 증진법이 3개월간의 유계기간을 거쳐 2003년 7월 1일부터 금연건물과 장소가 확대 시행되고 있다.

재배연초의 원산지는 아르헨티나, 페루, 볼리비아 삼국 국경부근 안데스산맥이며 60여종이 있다. 그 중 2~5종의 관상용, 약용이고, 흡연용쿰(Nicotina tabacum)과 리코티아나 루스티카(Nicotina rustica)는 흡연용이라 할 수 있다. 1492년 컬럼부스가 신대륙발견 이후 인디언의 담배는 스페인사람이 1571년 아시아로 전파시켜 필리핀에 들어갔다. 1600년경 타이완의 경우 중국으로 들어갔다는 설이 유력하고, 한국에는 1618년 조선왕조 광해군 때 일본으로부터 들어왔다.

신비의약도 현대과학으로 분석하여 그 성분이 드러나면 별로 신비스럽게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커피의 카페인, 담배의 니코틴 이전에 우리 조상들이나 현대인들이 아련히 기억을 더듬는 담배이야기부터 해보자.

매캐한 모깃불이 타오르고, 찬이슬이 삼베 홑이불을 촉촉이 적실 때까지 할머니의 머나먼 옛이야기! 옛날 옛날에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이야기....

전쟁시절에는 화랑담배 연기 속에 사려자간 전우야...

대가족 사오대(四五代)가 한집에서 살던 시절 사랑방에서 놋재터리에 담뱃재 터시는 고조할아버지, 증조할아버님의 기침(起寢)소리가 아침 조기 기상 나팔소리가 아니었던가.

남쪽나라에서 들어온 신령스런풀 남령초(南靈草) 담파고(淡婆姑), 담파귀타령(淡婆貴打令)은 옛 이갸기 어떻게 천덕꾸러기가 되었는가?

『담파귀야 담파귀야 동내울산 뭍에 올라온 담파귀야 / 한 모금 빨면 오색구름이 연기 끝에 놀고
   두 모금 빨면 청룡황룡 뛰어 나와 노네 / 어이고 어질고 좋아라 담파귀야』

우리 문헌상 담배에 대한 첫 기술은 실학자 이익(李翼)의 성호사설(星湖僿設)이었다. 『담배를 약초로 썼다. 가래가 목에 걸려 떨어지지 않을 때, 소화가 되지 않아 눕기가 불편할 때, 한 겨울에 찬기운을 막는데 담배가 좋다.』라고 기술하였다.

17세기 초 한국은 담배가 의약품이 되었다. 이수광의 지봉유설(芝峰類設)에서도 기생충의 복통에, 담배연기를 입에 품어 치통을 가라앉혔고, 곤충에 물리면 담배 피운 후 침을 발라 상처를 치료했다고 전한다.

조선왕조 양반계급은 담배 피우는데도 위아래를 정하기 시작하였다. 18세기말 유득공(柳得恭)의 <경도잡지(京都雜誌)>에는 『천한자는 높은 분 앞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한다.』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을 엄하게 다스리고, 지체 높은 관리가 지나갈 때 담배를 피우면 잡아다 벌을 준다.

일반서민은 양반 앞에서 담뱃대를 감추었다. 담배는 양반 전유물이 되었고, 담뱃대길이는 자신의 권위를 나타내는 척도가 되어 장죽(長竹)이 유행, 담뱃대 장식을 사치스럽게 하였다.

그래서 17세기 누구나 담배를 피웠던 시절은 아련한 호랑이까지도 담배 피우던 시절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되었는가 보다.

조선왕조 영조 때 명필 이광사(李匡師)는 담배를 반혼초(返魂草)라 하였다. 『사람이 죽어 산야에 버린 곁에 담배풀이 있으면 그 향이 코에 들어와 혼을 되찾아 준다.』고 하였다. 이유원의 <임하필기>에는 담배는 답화귀(踏花歸)로 나온다. 『못다 피우고 한을 품고 죽은 아가씨의 무덤에 풀로 자라나 뭇 사나이들을 혼미하게 하여 유린당하는 것으로 전생의 한을 푼다.』했다.

일찍 한국의 선인들은 담배를 환각제로 여겼는데 심리학자 프로이드는 담배 피우는 행위는 남근 선망의 상징으로 나타나고, 『나를 에워싸고 있는 상징성의 압박으로부터 도피 시켜주는 환각수단』이라 했다. 담배 잎에는 12종의 알카로이드가 들어있다. 니코틴이 그중 제일 많이 들어있다. 니코틴은 교감신경 흥분제다. 15종 이상의 발암물질이 들어있다. 담배 연기 속 일산화탄소는 바로 무서운 연탄 중독 그 물질이 아닌가.

흡연자의 80% 이상은 니코틴 중독자들이다. 니코틴은 약리학적으로 향정신성물질이다. 정신의학 교과서에서도 흡연자는 니코틴 중독환자로 치료하는 환자로 분류하고 있다. 중독은 습관성중독(Addiction)과 독성(Toxicity)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가장 정확한 표현은 마약인데 마약법에 등재되어야 하나 그렇지 못하고 흡연자들은 끽연 그 자체를 마약이 아닌 중독 정도로 그 심각성을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니코틴 중독성은 아편과 코카인에 버금가는 일급중독성물질인 향정신성 물질이다. 대마초, 본드흡입은 니코틴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중독성이 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 속담에 담배 잘 먹기는 용귀돌(龍貴乭)이라 하여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 있다.

영국의화의 소모직룸(Smogic room)은 국정현안 토론 후 휴게실에서 분위기 전환 마술사 담배의 위력이다. 골초 처칠은 시거를 피우는 동안은 원색적 언사를 들어도 무력해졌다고 한다.

임어당(林語堂)은 파이프 담배 피우는 사람은 자기 아내와 싸우지 않는다 해서 담배는 감정억제, 자기억제라고도 했다. 동양의 유교실천 덕목은 자기억제, 특히 한국에는 하층민까지 저변 확대가 되어있는 나라다. 그래서 자기욕심, 안이 그리고 편의를 극소화화려는 억제의 메카니즘이 담배의 힘을 빌려 한국인을 골초로 만들었다는 설도 설득력이 있다.

관료주의 반상의식, 가부장주의, 장유유서 조상숭배, 남존여비 등은 억압의식이다. 자기억제다. 터득하고 살지 않으면 안돼는 주위 환경 속에서 정신절제, 담배로 구원을 받지 않았을까?

한국인은 정착적민족, 서양인과 중동인은 이동성 생활양식의 민족이다. 이동성민족은 만나면 이야기꽃을 피우고, 말하지 않을 수 없지 않을까. 우리는 만나도 서로 다 알고 지내는 터에 대화거리가 별로 없으니 공백시간이 따르고, 어색한 공백의 최선의 방법이 담배였지 않을까? 그래서 한국인 1인동 담배소비량 세계최고, 골초가 되었는가.

이제 금연은 생존문제가 되었다. 미국은 1995년 니코틴을 마약으로 분류하였다. 담배 구입 시에는 신분증 제시는 물론 선전에도 흑백이외의 색깔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독일도 담배를 마약으로 규정하여 각종 매체에서 흡연 장면도 규제하고 있다. 400년 전 서구의 명의들은 『담배를 가능한 많이 피워라』담배는 암을 치료하고 병을 예방하며 만병통치약이라고 권장했던 처방전이 이제는 『만병의 근원』으로 지목되고 있다.

2003년 5월 WHO는 담배 규제국제조약을 선포했다. 가입국 50여 개국, 『담배는 사망, 질병, 신체장애를 일으키며 중독을 유지시키기 위해 고도의 기술로 조작된 상품으로 규정』하였다.

금연 실천방안에 대한 논의도 분분하다. 1950년대 담배소송은 담배회사 승리로 귀결되었으나 90년대 중반 이후에는 거액보상금으로 낙착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김화중 장관 시절에는 담뱃값을 올려 폐암치료비 지원책을 내놓았다. 청소년과 가임여성의 금연문제도 심각한 문제다.

국무총리실 산하 청소년 보호위원회는 기존 성인위주의 시각과 방식을 완전 탈피하여 인터넷을 통한 흡연 예방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홍보대사도 임명하여 효과적인 금연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신문지상에는 끽연의 자유, 건강추구권 위배에 위헌소지까지 들먹이며 기업체에서는 불경기에 손님마저 줄어들고 있다는 푸념이고 보면 금연시설표시, 건물의 구조, 각종 시설의 기본설계부터 국민건강을 보호하는 시설을 완전하게 보완하고 금연규제가 이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직장여성들이 휴식시간에 담배를 피우기 위하여 창피를 무릎 쓰고 거리를 서성거리거나, 골초들이 이왕 건물밖에 나온 김에 줄담배를 피우는 모습도 사라져야 하고, 달리는 차창으로 담뱃재를 털고 있는 모습도 좋아 보이지 않는다.

담배회사들의 문화사업, 메세나 활동은 설득력도 있고, 문화발전에 일익을 담당하는 것으로 기대되는 일이다. 금연운동의 최종목표는 담배를 마약법에 등재하고, 식품위생법에 적용하여 식품의약 안전청의 관리 하에 두는데 있다. 미국 상원은 식품의약 안전청으로 업무를 이관하는 법을 상정 중에 있다. 선진국에서는 10년 이후에는 법제화를 기다릴 수 있겠으나 우리의 현실에서는 2~30년은 걸리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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