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빛 바다, 검은 바위, 희게 부서지는 파도 그리고 눈부신 햇살이 그곳에 있다. 동해안 7번국도를 따라가면서 만나는 풍경들이다. 아름답다.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으며 어디서 끝나는지 알고자 하지 않는다. 유월의 어느날 그냥 바람처럼 도시를 떠나 바다로 향한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에서 동해안은 바다빛깔과 해안선의 아름다움이 나머지 두 해안과 뚜렷이 구분된다. 두만강 하구에서 원산만을 거쳐 영일만과 포항 장기곶, 부산 태종대에 이르기까지 시원스레 뻗은 해안선 곳곳에는 바위와 모래톱, 석호(潟湖)가 어우러져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 부지기수다.

조그마한 포구마다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하여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로새겨져 있으며, 신석기시대부터 동예(東濊)와 옥저(沃沮), 고구려(高句麗), 신라(新羅)의 역사에 이르기까지 선사시대의 고대사의 흔적을 더듬어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고려시대 이래 동해안의 절경 곳곳에는 정자가 들어섰으며, 그 중 가장 아름다운 여덟곳을 관동팔경(關東八景)으로 꼽는다. 왼쪽에는 백두대간, 오른쪽에는 동해를 두고 달리는 7번 국도와 더불어 이 관동팔경이 있음으로 해서 동해는 비로소 더욱 동해다워진다.

통천(通川) 촉석정(叢石亭)부터, 청간정(淸澗亭), 강릉 경포대(江陵 鏡浦臺), 양양 의상대(義湘臺), 삼척 촉석루(矗石樓), 울진 망양정(望洋亭), 평해 월송정(越松亭)까지 여덟곳은 다 나름대로의 역사적 의미를 간직하고 있으며 경치가 빼어난 곳에 위치하고 있다. 어느 곳이 더 낫고 어느 곳이 더 못한지는 논하기 어렵다.

1580년 45세에 강원도 관찰사로 부임한 송강 정철(松江 鄭澈)이 금강산으로부터 평해 월송정까지 관동팔경을 두루 둘러보고 나서 지은 ‘관동별곡’으로 인하여 관동팔경은 그 명성이 더욱 높아지기에 이르렀다. 조선의 역대 임금님 중에서도 자연을 가장 사랑했던 숙종(19대)은 관동팔경을 그림으로 그려올리라는 명령을 내렸으니 여덟 곳 가운데 으뜸은 울진 망양정이었다.

남북 분단과 6.25전쟁 이후 관동팔경 가운데 두 곳인 촉석정과 삼일포는 자유롭게 갈 수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나머지 여섯 군대의 동해안 명소도 1960년대 무장공비 침투사태 이후 해안초소와 철조망으로 둘러싸이는 바람에 송강 정철 시대의 풍류나 아취와는 거리가 멀다.

관동팔경 가운데 으뜸이라는 망양정 역시 원래의 위치보다 15km를 옮겨서 현재의 자리에 다시 지은 것이라 하니 숙종 때 제일로 꼽혔던 망양정은 더 이상 아닌게 된다. 무엇보다도 옛날 그 자리에 그대로 있으면서 주변 풍광과 어우러짐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쉬운대로 바다와 벗하여 관동팔경 가운데 여섯 군데를 둘러보는 즐거움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청간정은 고즈넉하고 의상대는 파격과 탈속의 기풍이 있다. 경포대는 드넓은 호수와 어우러져 신비롭고, 죽서루는 깎아지른 벼랑 위에서 고고하다. 면앙정은 가장 너른 바다를 볼 수 있어서 시원스럽고, 월송정은 울창한 소나무 숲과 더불어 평화롭다. 아직 통천 촉석정과 고성 삼일포는 가보지 못하여 이들 여섯 군데의 절경과 어떻게 비교될지 모르나 훗날을 기약할 수밖에 없다.

“금란굴 돌아들어서 촉석정에 오르니, 마치 옥황상제가 사시는 백옥루 남은 기둥만이 다만 넷이 서있는 듯(그렇게도 아름답구나) 공수가 만든 공작품인가?(촉석정에서 바라다 본 사선암의 아름다움은 다만 경탄을 불러일으킬 뿐이로다). 구태여 육안으로 된 모습은 무엇을 본떴던가?”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에서

통천군 동해안에는 남북으로 기둥 모양의 기암절벽지대가 펼쳐져 있다. 육각바위기둥들이 묶음 형태로 빽빽이 밀집해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곳이 사선대(四仙臺)다. 원래 촉석정(叢石亭)은 이곳의 경치를 구경하기 위해 바위 위에 세운 정자를 일컫는 것이었으나 훗날 이 일대의 절경을 이루는 기암 전체를 일컫는 지명이 되었다.

동해안 800리에 걸친 아름다운 경관 가운데 촉석정의 절경이 가장 뛰어나 관동팔경 중 첫 번째로 꼽힌다. 촉석정은 지각변동이 활발하던 시대에 용암이 갑자기 찬 공기에 노출되면서 식어서 육각기둥 모양으로 형성된 것인데 이를 주상절리(柱狀節理)라고 한다.

신라시대 화랑 네 명이 이곳에서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 그들이 머물던 자리에 비석이 있으며, 훗날 이곳의 큰 바위기둥을 사선봉(四仙峰)이라 불렀다. 조선시대에는 촉석정 남쪽에 환선정(喚仙亭)이 있었다. 현재 북한의 명승지 제13호, 천연기념물 214호로 지정되어 있다.

촉석정의 경관은 망망대해 바다의 경치, 붉은 해변, 떠오르는 아침 해돋이, 달밤에 황금물결을 이루는 파도가 바위기둥에 부딪힐 때 치솟는 흰 물보라, 늘어서 있는 웅장한 바위 물기둥이다. 옛 사람들이 강원도 여행을 할 때에는 반드시 이곳 기암절경을 구경했다. 촉석정 주위에는 관광시설이 없고 접근하기도 어렵다. 현재 현대의 금강산 관광코스에서 볼 수 있는 기획도 없으며 차로 가거나 특별히 배를 띄우기 전에는 관광이 불가능하다.

앞 바다에는 ‘알섬 바닷새 보호구역’(천연기념물 제21호)이 있고 북쪽 율동리(栗洞里)에는 팔경대(八景臺)가 있다. 팔경대(八景臺)에서 촉석정 주위의 4계절과 아침, 저녁, 밤, 낮의 아름다운 경치를 구경할 수 있다.

삼일포(三日浦)는 북한의 고성군에 있는 호수로 그 면적 약 0.7㎢, 둘레 45㎞, 관동팔경의 하나다. 고성에서 온정리(溫井里)로 12㎞가량 가면 북쪽 언덕 너머에 있다. 석호(潟湖)로 북서쪽에 거암이 솟아있고, 남쪽 호 안에는 기암 투성이의 구릉이 있다.

신라시대에 영랑(永郞), 술랑(述郞), 남석랑(南石郞), 안상랑(安祥郞) 등 4국선(四國仙)이 뱃놀이를 하다가 절경에 매료되어 3일 동안 돌아가는 것을 잊었기 때문에 삼일포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근처에 사선정(四仙亭), 몽천암(夢天庵) 등이 있다.

바다 풍경이 좋은 해안도로, 7번 국도 자동차 여행길도 향호-경포-안목해수욕장 길이 있다. 7번 국도 향호 부근에서 신영초등학교로 가는 왼쪽 갈림길을 택하면 해안도로로 들어갈 수 있다. 이 길은 연곡, 사천, 경포, 강문, 송정해수욕장 거쳐 안목해수욕장에서 끝난다. 약 20㎞에 달하며 군데군데 울창한 송림 사이를 지나기도 하는 드라이브 코스다.

정동진에서 금진항까지는 헌화로라는 이름이 붙은 해안도로가 유명하다. 중간에 심곡포구를 지난다.(전동진-금진항)

망상역에서 어달해수욕장 지나 묵호항까지 약 5.3㎞의 해안도로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영동선 철도와 나란히 달리는 이 길에서 자동차 여행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다.(망상역-묵호항)

삼척 촛대바위에서는 해안도로가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다시 7번 국도로 나왔다가 후진역으로 들어간다. 후진역에서 조각공원, 소망의 탑 거쳐 전리항까지의 해안도로 역시 멋지다.(후진역-전라항)

원덕 지나 월전 유원지 부근에서 하일천으로 빠지는 갈림길이 있다. 월전 해수욕장과 월전항을 지나 고포로 이르는 해안도로다.(하월철-고포)

도계 넘어 경상도 땅으로 접어든 후 울진군 북면 소재지에서 왼쪽 갈림길로 들어가면 해안도로가 나온다. 동북 주유소 지나 잠시 7번 국도와 합류했다가 죽변항까지 해안도로가 이어진다. 죽변항에서 양정해수욕장까지의 7번 국도는 바닷가로 이어지면서 조망이 시원스럽다.(울진군 북면 소재지 – 죽변)

망양정-오산리 덕신해수욕장 해안도로는 관동팔경 중 하나인 망양정에서 920번 지방도로는 덕신해수욕장까지 약 9㎞구간 전부가 해안선과 나란히 달린다. 그 밖에 기상망양해수욕장에서 구산해수욕장, 구산해수욕장에서 후포, 고래볼해수욕장에서 축산항까지의 길 역시 바다를 보며 달릴 수 있는 해안도로가 있다.

7번 국도를 달리며 이용할 수 있는 야영장으로 대관령 자연휴양림과 망상 오토캠핑장이 있다. 망상 오토캠핑리조트는 자동차 전용 캠핑장이다. 4계절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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