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보건복지부장관에 정진엽 서울의대 정형외과 교수를 내정했다. 이번 보건복지부장관 교체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 대한 초기 대응 실패에 따라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 특히 보건복지부 문형표 장관(58)과 장옥주 차관(56)이 보건의료 분야 비전문가로 정치권에서는 보건의료전문가의 장관 임명을 강력하게 요구해 왔다.

전임 문 장관은 경제학 박사로 연금 전문가이며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재정·복지정책연구부장 등을 역임했고 대통령 비서실 사회복지 행정관 등을 역임했다. 장 차관은 역시 행정고시 출신으로 30여 년간 장애인복지심의관, 인구아동정책실장, 아동청소년가족정책실장, 저출산고령사회정책실장, 사회복지정책실장 등을 역임했었다.

이번 임명에 대해 보건의료계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지난 1994년 보건사회부를 보건복지부로 확대 개편한 이후 장차관 임명 과정에서 보건·의료 관련 전문가는 주양자·김모임·김화중 전 장관 등 3명에 불과하고 그나마 의사출신인 주양자 전장관은 사실상 아무런 역할을 하지못하고 청문회 등에서 야당의 집중적인 공세에 시달리면서 임명된 지 한 달만에 장관을 그만뒀다. 따라서 지금까지 보건복지부 전·현직 장차관 이력을 기준으로 보면 장차관 총 41명 중 보건의료 분야 관련 인사는 단 6명(14.6%)에 불과했다.

특히 전·현직 보건복지부 장관 23명 가운데 사실상 보건의료 출신으로는 의사출신은 주양자 전 장관과 간호사 출신으로 김모임·김화중 전 장관 등 단 3명이다. 서울의대 산부인과 의사인 박양실 전 장관은 청문회를 거치면서 취임도 하지 못했다.

주양자 전 장관은 고려대 의대를 졸업해 국립의료원장 등을 역임했고, 주 전 장관 후임인 김모임 전 장관은 연세대 간호대학 교수 출신이다. 또 노무현 정부 때 임명된 김화중 전 장관은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대한간호협회장을 역임했다.

주양자 전 장관은 1998년 DJP(김대중+김종필) 정부 출범 당시 자민련 몫으로 입각했고, 자민련 부총재 등을 역임했으며 김모임 전 장관은 11대 민정당 국회의원을 지냈다. 김화중 전 장관은 장관 취임 당시 새천년민주당 의원이었다.

23명의 장관 가운데 국회의원 장관은 14명으로 대부분 실세형이거나 대권후보군으로 서상목·손학규(김영삼정부), 김원길(김대중정부), 김근태·유시민(노무현정부), 전재희·진수희(이명박정부), 진영(박근혜정부) 등이 장관과 의원직을 겸직했다.

보건복지부 차관 역시 보건 비전문가들의 차지였다.

보건복지부 차관 18명 가운데 2010년 이후 임명된 최원영(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손건익·이영찬 전 차관 등 3명만 보건·의료 분야 정책실장 또는 본부장이었다. 때문에 이번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보건복지부 장관 밑에 복수 차관을 신설해 보건 분야를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제기됐다.

국가 예산 46조원을 사용하지만 정작 보건복지 전문가는 아예 단 한명도 없다는 문제를 정치권은 물론 보건의료계에서도 강하게 제기했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4월 '보건·의료 차관'과 '사회·복지 차관'을 따로 두는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복지부도 복수 차관제를 강하게 밀고 있으나 정치권에서의 이해관계에 밀려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정진엽 장관 내정자의 경우 사실상 처음으로 보건의료정책 전문가를 발탁했다는 의미에서 의료계에서는 크게 환영하고 있다. 정진엽 장관 내정자는 분당서울대병원 원장 재임시절에 강력한 추진력을 내세워 분당서울대병원 위상을 본원인 서울대병원과 비슷한 수준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받을 정도로 카리스마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정진엽 장관 내정자는 현재 성상철 국민보험공단 이사장이 서울대병원 병원장 시절에 분당서울대병원장에 임명한 서울의대 및 정형외과 선후배 관계로 앞으로 보험정책과 관련 밀월관계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단 보건의료계도 크게 환영하고 있다. 보건의료계로서는 최근 메르스 사태로 의료기관 경영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건의료전문가인 그것도 일선 병원장 출신이 보건정책 수장이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기대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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