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갯소리로 북한에서도 무서워한다는 것은 바로 중2(중학교 2학년) 이다. 이는 “중2병” 때문이다. ‘중2병’을 지식검색 해보면 “중학교 2학년 나이 또래의 사춘기 청소년들이 흔히 겪게 되는 심리적 상태”라고 나온다. 간단히 사춘기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사춘기라는 단어는 굉장히 많은 의미를 아우른다. 아이가 갑자기 부모에게 대들고 반항을 하거나 행동 변화가 생기거나 성적이 변하는 등 뭔가 변화가 생기면 사춘기이기 때문에 통제가 안 되고 부모와 갈등이 유발된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부모에게 짜증을 부려도 사춘기가 빨리 와서 저런다고 이야기하는 부모님들도 간혹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모든 청소년들이 이시기에 심한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약 80%의 청소년들은 청소년기 격동을 겪지 않고 가족이나 또래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편안하게 그 시기를 지나간다는 것이다. 따라서 갑자기 변화가 생겼다면 단순한 사춘기가 아닌 다른 심리적인 어려움 때문이 아닌지 잘 살펴보아야 한다. 특히 청소년기 우울증과도 감별이 필요하다.

청소년기 우울증은 성인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우울증과 양상이 많이 달라서 가면성 우울증 형태를 띠는 경우가 많다. 성인기 우울증처럼 우울감, 무기력감, 의욕 저하가 나타나기보다 반항적인 성향, 심한 변덕, 분노, 집중력 저하, 성적 저하,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신체 증상, 등교 거부 등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수가 있다. 질풍노도의 시기에 있는 사춘기 청소년들에게 이런 증상들이 나타나면 이를 단순히 사춘기 문제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울증의 경우 치료 시기가 늦어지면 다른 합병증들이 나타날 수 있다. 학교 폭력 가해자 혹은 피해자가 될 수 있고, 인터넷 또는 게임 중독, 그리고 행실장애와 같은 질환이 추가로 발생하여 치료도 더 어려워지고, 심한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자살로 이어질 수도 있다. 모든 질병이 그렇듯이 우울증 또한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한다면 충분히 완치가 가능하다.

청소년기 우울증은 한 가지 원인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생물학적, 심리학적 그리고 환경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관여한다. 우울증은 유전되는 경향이 있어서 부모가 우울증이 있는 경우, 동일한 심리적, 환경적 스트레스 하에서 우울증의 발생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 폭력이나 왕따 같은 외부 스트레스에 의해서도 우울증이 발생할 수 있다. 빈혈, 갑상선기능저하증, 비타민 결핍이나 전해질 이상, 윌슨씨 병 같은 선천성 대사이상증 등과 같은 신체적 질환에 의해서도 유발될 수 있기 때문에 감별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소아기 조울증의 약 반수에서 처음으로 발병하는 기분 삽화가 우울증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울증만 나타나는 경우와 조울증에서의 우울증이 나타나는 경우에서의 치료법은 전혀 다르고 치료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재발의 위험이 높기 때문에 조기에 정확히 진단받고 치료하여 재발을 예방해야 한다.

따라서 아동과 청소년이 갑자기 반항적이 되거나 성적이 떨어지거나 원인을 알 수 없는 신체 증상이 나타나는 등 갑작스러운 변화가 생긴다면 단순히 중2병이나 사춘기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우울증을 의심해 봐야하고 반드시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정확한 진단과 평가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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