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흔적을 읽으며 걷는 지식산책의 길잡이, 서울 도보여행의 새로운 즐거움을 엮어낸 <서울 올레길>의 부제는 ‘육백년 도성길’이다. 이영근씨의 서울 올레길에서 600년 산책길 광화문광장, 경복궁, 삼청동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전에 광화문 광장 끝에서 눈앞에 펼쳐지는 북악산 스카이라인을 조망하면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개하였다.

‘광화문 광장 곧 이순신 장군 동상 뒤에서 광화문 광장을 바라본다.’ 해치마당 유리도. 세종대왕 좌상도. 심지어 광화문과 경복궁 담장도 없어졌으면 하는 욕구가 불끈거린다. 도대체 왜! 그것은 스카이라인 때문이다. 만일 그것들이 없다면 사람의 눈길을 광장을 지나 거침없이 홍례문 수문장을 지나고 근정문을 넘어 근정전 계단을 타고 지붕으로 솟을 수 있다. 또한 지붕 너머로 보이는 북악산을 마구 달려 삼각산 봉우리까지 다다를 수 있다.

아! 사상 최대의 이 눈길여행 루트는 앞서 말한 인공 구조물로 차단당했으니 그 누구도 그것들을 치워버리지는 못할 것 같다. 하지만 상상해본다. 조선을 가리는 그 모든 장애물이 사라지는 순간을...., 그 장애물 또한 조선의 유물이라 할지라도.

경복궁에 들어서면 장벽 몇 개는 없어진다. 조선의 생각을 한데 모은, 정도전의 역작 경복궁의 산책은 해도해도 끝이 없는 영원의 길이다. 집 한 채 한 채 마당 한뼘 한뼘, 돌 하나하나에 이야기가 있는 이곳을 어떻게 한 두 시간만에 걸을 수 있다는 말인가.

경복궁에 들어가면 특정 건물 앞에 서서 꼼짝 않고 집중하는 고궁 관찰자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빈둥빈둥 힐끔거리며 궁궐의 길을 걷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색깔, 모양, 각도, 그림자, 어처구니의 모양 등을 탐구한다면 두어 시간 경복궁 산책은 600년의 가치에 접근하는 즐거움이 될 것이다.

삼청동을 찾아가는 길은 삼청동길의 메인도로변은 말할 것도 없고 뒷골목 여기저기 숨어있는 옷가게, 카페, 식당들이 저마다의 독특한 외모와 개성있는 상품, 메뉴로 손님을 맞고 있어, 삼청동, 삼청동 길 자체를 느끼며 여기저기 숨겨진, 마음에 드는 곳들을 천천히 꼼꼼하게 살펴보는 즐거움이 될 듯싶다.

삼청동길은 주변으로 인사동 쪽에서 정독도서관쪽, 사간동, 소격동 쪽 인근에 갤러리가 밀집돼 있어 예술작품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광화문, 경복궁이 바로 인근인 점도 도시 안 복합 문화공간, 휴식공간으로 일품이다.

삼청동 길은 처음에 가난한 예술가들이 모여 작품활동을 하면서 생성됐다. 사람들이 모여들어 비즈니스화되기 시작하고, 고도의 상업자본이 이 땅을 잠식해 들어오면서 옛 추억이 깃들었던 삼청동만의 독특한 모습들이 점차 변질당하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덩치 크고 외형만 화려한 건물들이 거리를 점령해 버리면 삼청동도 도심의 여타 삭막한 공간과 다를 것을 찾을 수 없는 날이 된다면 그때는 후회가 더 커지지 않을까.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 예술가들과 문화 창조자들이 끝까지 버티고 작품활동을 하며 떠나가지 않을 수 있는 방안을 깊이 생각하라는 조언도 많다.

우리도 이제는 멋진 거리를 거지고 있다는 자부심을 심어주는 골동품숖과 옛 물건을 찾아 삼청동을 배회하였다.

전국 방방곡곡, 세계 구석구석을 누비며 골동품을은 천정부지 골동품 가격에 주눅이 들어있는 ‘초심자’나 ‘그냥 구경만 하려고요...’라고 쭈뼛대는 여행객들에게도 오래된 물건들의 사연과 특성을 설명해주는 ‘주인장’들의 친절에 감탄하며, 언젠가는 나도 갖고 싶다는 호기심을 지닌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다.

‘빈티지(Vintage)’에 대한 안목과 지식을 한단계 높일 수 있는 기회도 될 수 있으니, 사연을 듣고 물건을 볼 수 있는 작은 박물관들 ‘티베트 박물관’, ‘고호’, ‘레트로스펙스’, ‘아름다운 생활’, ‘윤씨 고가구’, ‘고미술 유심재’ 등 오래된 향기 등이 문을 열고 기다린다.

우리들이 소더비, 크리스티 같은 세계 유명 경매장 경매풍경을 TV나 영화에서 볼 때 우리 옛 물건들이 외국에 흩어져 있음을 알게 된다.

우리 옛 물건들을 사들이기 위해 해외를 뛰고 있는 정진호 대표의 컬렉션이 진열된 ‘고미술(古美術) 유심재’에는 한국의 고가구가 많이 있다. 다양한 모양의 소반, 옛 가구들은 서울의 유명백화점들의 백화점 전시회에 나가는 골동품이라 한다. 아트선재센터 건너편에 있다.

옛날 고가구를 너무 새것 같지 않게 자연스럽게 고쳐주는 고가구 수리를 근40년 해오고 있는 전문점을 운영하는 ‘윤씨 고가구’는 한옥마을에서 팔아달라는 가구를 위탁판매까지 하고 있다고 한다. 한옥집들의 미닫이, 덫문 등 다양한 전시품들이 있다. 1층 뿐 아니라 지하에까지, 이국적 골동품들이 눈을 휘둥글게 하는 ‘앤티크 고호(古好)’에는 아시아 곳곳의 옛 물건이 가득하다.

‘나가무늬’가 새겨진 100여년 전의 ‘나무창틀’, ‘미안마 불상’, ‘티베트 상자’, 우리의 ‘고려청자’, ‘찻잔’도 자리를 잡고 있다. ‘오래된 향기’는 삼청터널 가는길 삼청동 주민센터, ‘삼청동 수제비집’ 건너편에 있다. 우리나라 옛날 ‘나전칠기 보석함’도 있다.

북촌 칼국수, 삼청동 근처를 지나다보면 ‘아름다운 생활’ 간판이 있다. 삼청동에서 아트선재센터로 가는 작은 골목에 들어서있다. 골동품 가게다. 깨진 자기, 화살촉, 엽전 같은 골동품이 많다. 대학교육자료로도 쓴다고 했다. 조선시대 항아리, 청자도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했으나 가격은 물어보지 못했다.

앤티크 안경만을 취급하는 아주 작은 가게, ‘레트로스펙스’는 고호(古好) 맞은편에 있다. 19~20세기 손으로 직접 만들어진 안경들이 벽에 진열되어 걸려있다. 수공업 제품이라서 그 모습이 같은게 있을 수 없다니 더 신기하다. 낡은 물건, 옛 이야기가 차곡차곡 쌓여있는 할머니 냄새같은 기억의 향기가 묻어있는 골동품 그리고 골동품 가게들 중에서 방금 할머니 방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재미있는 물건이 가득히 차있는 ‘오래된 향기’는 꼭 들러보아야 할 듯하다.

‘간장단지’, 6.25전쟁 당시 Pb전화선으로 만들어 쓰던 장바구니, 하모니카, 알미늄 옷 보관함 등등, ‘고물쟁이’ 관장님의 구수한 사연이 더 잊혀지지 않을 듯.....

박물관 중 박물관 ‘부엉이 박물관’이 맨 뒤로 왔다. 박물관 주인이 중학생 시절 수학여행 기념품으로 처음 산 것이 부엉이였다. 그저 마냥 좋아서 샀는데 부엉이 박물관까지 차렸다. 30년 이상 부엉이를 모았다. 이곳은 부엉이 천국이다. 부엉이 엄마 같은 관장의 부엉이 설명은 정감있다. 손톱보다 작은 인형에서부터 어린이 크기의 커다란 목각인형 부엉이, 박제된 부엉이 등 예술적 가치가 다양한 부엉이 친구들이 옹기종이 모여있다.

속담엔 ‘부엉이 곳간’이 있다. ‘없는 것 없이 모든게 들어있는 창고’를 뜻한다. 부엉이 박물관은 부엉이 곳간 같은 곳이다.

다음엔 ‘삼청동 학고재’, ‘aA디자인 뮤지엄’, 진선북카페, ‘내서재’, ‘몽인 아트센터’를 찾아가고 싶다. ‘삼청동 골동품숍’이야기를 쓰면서 뜬금없이 이영근 씨의 글을 인용했다.

나는 산을 좋아한다. 그동안 산행은 정상을 향해 바삐 뛰었다. 동대문에서 성곽길 따라 북악산에 오르고, 다시 삼청공원, 경복궁, 광화문 수문장교대식, 광장을 지나 청계천을 따라 서울숲까지 걸었다. 이제는 그 역순으로 문화유적을 탐방하고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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