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모 프로그램에 출연한 가수 김태원씨 딸 크리스 레오네는 자폐증을 앓는 동생에게 부모님의 관심이 더 가게 되는 것을 이해는 하지만 부모님의 빼앗긴 느낌에 외로웠다고 털어놓았다. 이해하는데 왜 외로울까? 인지적으로는 사실을 알지만 정서적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는 것이다. 김태원씨 딸이 속이 좁아서 일까? 그때는 너무 어려서? 아니면 부모가 잘못 교육해서? 절대 그렇지 않다.

이전의 연구들을 살펴보면 만성질환을 지닌 아동의 형제자매들은 아픈 형제를 돌보면서 타인에 대해 좀 더 공감적이고 이타적이며 높은 책임감을 보인다는 긍정적인 보고들이 있다. 하지만 연구결과 부정적인 보고가 더 많은데 이는 아이들이 심리적으로 어려움이 많이 있다는 것을 잘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죄책감과 수치감, 상실감을 쉽게 경험하고 자존감이 낮으며 일반 아동을 형제자매로 둔 아이들보다 우울감과 불안감 보고가 2배 이상 많다고 한다. 또래 관계에도 어려움을 보이며 감정조절을 잘 하지 못하여 행동문제를 보이기도 한다고 한다. 실제 임상에서도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 줄 알았다가 사춘기 때 이런 문제들이 생겨서 외래를 방문하는 가족들을 종종 보게 된다. 이런 일들이 왜 나타나는 것일까?

부모는 자녀들 중 아픈 아이가 있으면 그 아이를 치료하기 위해, 그리고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게 자라게 하기위해, 최선을 다하여 노력한다. 자식에 대한 사랑이기는 하지만 자식을 위해 많은 희생이 따른다. 가사량도 늘고, 약물이나 수술비용 등으로 인해 경제적인 스트레스도 증가한다.

게다가 아픈 아이를 챙기고 신경을 쓰다가 업무에 지장을 주게 되는 경우도 종종 생기고 직장 상사의 눈치도 보게 된다. 이런 저런 스트레스로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현실생활에 바삐 쫓기다 보면 시간적, 마음적,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자기 자신은 물론이고 남은 가족들에게 소원해지기도 한다.

그러면서 본의 아니게 좀 더 건강한 다른 형제·자매들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시간이 줄어들게 된다.

이에 부모는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갖지만 한편으로는 조금이라도 더 건강한 아이들이 스스로 모든 것을 잘 하길 바라는 이기적인 마음도 생긴다. 특히 아픈 형제의 병의 심각도가 더 클수록, 건강한 아이가 성격상 조용하고 점잖을수록 부모의 관심은 좀 더 느슨해진다.

그러는 사이 아이들은 자신들이 감내하기 힘든 아픔도 겪으며 잠시 방황을 하기도 하고 돌아오기 힘든 먼 길을 향해 가기도 한다. 따라서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는 말이 있듯 아픈 아이들의 다른 형제들이 건강하게 잘 지낸다고 생각될 지라도 잠시라도 시간을 내어 부모와 자녀가 서로 대화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충분히 표현해주며 공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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