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신원통상 정용준 대표이사
먼지나 폴폴 날리던 팍팍한 삶이 언제까지라도 이어질 듯하더니, 몇 년 전부터 문(文)ㆍ사(史)ㆍ철(哲)로 대표되는 인문학의 바람이 불고 있다. 오랜 가뭄 끝의 단비처럼 세파에 찌든 사람들의 마음 구석구석을 촉촉이 적셔주고 있는 것이다.
 
과연 ‘사람을 사람답게 해주는’ 인문학 바람의 매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서울대학교 인문대학이 개설한 ‘최고지도자 인문학과정’을 최근 이수하고 장원(狀元) 상까지 받은 정용준 (주)신원통상 대표이사는 인문학의 매력에 푹 빠진 하나의 사례로 볼 수 있겠다. 오랫동안 인쇄 분야에 몸담았던 정 대표이사는 지금은 자칭 “종이그릇 장사”를 한다.
 
“평면으로 펼쳐졌던 종이들이 내 손끝에서 상품을 담아내는 멋진 그릇으로 변신한다”며 은근한 자랑까지 곁들인다.
 
주지하다시피 종이와 인쇄술은 중국에서 발명되어 유럽으로 건너가서 그 당시 일부 계층의 전유물이었던 서적을 널리 보급시키면서 사회적으로 혁명적인 변화를 초래했고, 그러한 변화는 결국 근대 시민사회 건설의 탄탄한 기반이 됐다. 정 대표이사는 이 대목에서 “역사적으로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가져온 혁명은 오늘날의 인터넷에 결코 못지않다”고 평가했다.
 
이제 정 대표이사의 눈에는 독서의 대중화를 가져왔던 종이와 인쇄술이 새로운 변신을 꾀하고 있다. 수많은 종이 포장 용기들이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먹고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는 “그런 탄생 속에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었음을 인문학 강의를 들으면서 새삼 깨닫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간편하고 유용한 종이 용기를 만들 수 있을까’ 끊임없이 노력한 끝에 포장 관련 실용신안 특허를 땄고 사업도 점차 안정되었다고 했다. 
 
더욱이 고마운 일은 그런 성과를 바탕으로 국내 최초로 장애자를 대상으로 포장연수교육을 실시했다는 점이다. 혼자서는 힘이 부치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따스한 손을 아낌없이 내밀어준 것이다. 이 역시 인문학의 힘이었을 것이다.
 
과거 정 대표이사에게 문ㆍ사ㆍ철은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온 삶과는 상당히 낯선 단어들”이었다. IMF 직전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던 그에게 “두리번거리고 머뭇거릴”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는 “최고지도자 인문학 과정을 신청하기까지는 많은 망설임과 용기가 필요했다”고 고백했는데, 지나온 삶을 되돌아볼 기회를 갖는 것조차 한낱 사치로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과 문화에 관한 다양한 인문학 강의는 그에게 “세월을 학창시절로 훌쩍” 되돌려주었고, 고전 문학의 깊이는 “부끄러웠던 나의 문화적 소양을 대폭 확장해” 주었으며, 표현예술의 미감(美感)은 “삶을 더욱 풍부하고 너그럽게 해주는” 행복감을 안겨다주었다. 그러한 과정에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생계를 위해 앞만 보고 질주해온 일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었고, 제약 및 식품 시장을 위해 친환경적인 종이 용기를 제작하는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도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게 됐다. 
 
그래서 그는 말한다.
 
“강남의 건물이 그 트렌드를 바꿔가듯이, 거리의 옷차림들이 유행을 따라가듯이, 나의 포장 사업도 끈기 있는 도전으로 시대를 읽어갈 겁니다. 하드웨어만을 강조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제는 소프트웨어와의 균형 있는 융합 속에서 사람들은 감동하고 그 가치를 인정하게 될 겁니다. 그 모든 것이 인문학적 기반 위에서 굳건하겠죠?”
 
좀 더 나은 ‘나’,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는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그 바탕 위에서 보다 넓은 시야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그야말로 인문학적인 소양을 넘어서 단련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러니 ‘날카롭게 모질어지는 날에는 경전을 읽고 말랑말랑 부드러워지는 날에는 사서를 읽으며(剛日讀經, 柔日讀史), 술이 있으면 신선을 닦고 술이 없으면 부처를 배우는(有酒學仙, 無酒學佛)’ 여유로운 삶을 한번 살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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