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법정의 무겁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일순간 정적을 깨고 재판장의 한마디가 나를 감싸고 돈다.

‘선고하겠습니다. 주문 피고인은 무죄.’

변호인으로서 스스로가 가장 자랑스러운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 한해 평균 검사가 접수한 사건 중에서 기소하는 사건은 전체 입건된 사건의 약 60%이고, 서울의 경우 그 중 약 5% 정도가 무죄를 받는다. 그렇다면 전체 사건 가운데 무죄를 받을 확률은 약 3% 미만이라 할 수 있다.

지난 해 의뢰인이 공갈미수죄로 기소된 사건의 항소심에서 1심의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받은 경험이 있다. 의뢰인은 성형수술을 받은 병원을 상대로 수술비 반환, 성형수술 과정의 문제로 인한 소극적인 손해 및 위자료 등 8000만원 상당의 금원을 요구하다가 병원장의 고소에 의하여 공갈미수죄로 기소되어 재판 중이었다. 의뢰인은 1심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고 항소심을 의뢰하였다.

공갈의 죄는 사람을 폭행하거나 협박하여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는 행위를 구성요건으로 하고, 공갈죄가 성립하면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폭행은 사람의 신체에 유형력을 행사하는 일체의 행위를 의미하고, 협박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외포심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일체의 행위를 의미하므로, 통상의 경우 의사의 진료에 대하여 불만을 제기하면서 돈을 주지 않으면 이를 언론에 알리겠다거나 하는 행위는 전형적인 공갈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사건의 경우 무죄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논리적으로 판사에게 설득한 점에 있다고 할 것이다.

의뢰인은 당시 자신을 진료한 병원장에게 8000만원 상당의 금원을 요구하면서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내용증명을 보내는 방법을 선택했었다. 본 변호인은 이러한 사실관계를 파악하여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병원장에게 자신의 피해사실과 그에 대한 금전적인 보상을 요구한 것은 공갈이라 할 수 없다고 주장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정당한 권리행사 방법의 하나라고 인정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그러나 반대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의사로서 진료를 하거나 상인으로서 제품을 판매하거나 하다보면 황당한 요구를 하는 고객들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물론 이러한 경우를 모두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행사라고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러한 무리한 요구를 하는 고객에게 대항하기 위해서는 문제가 생기기 이전부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법률적으로 대응방안을 구성하여 놓고 행동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것이다. 무조건 고객이 무리한 요구를 하므로 공갈죄로 고소하는 것은 너무 안이한 생각이다.

고객의 다양한 요구사항은 맞추어 주되, 지나친 요구에는 법률적 보완 장치와 증거들을 충분히 마련하여 놓고 이를 공격하고 또 방어하는 것이 문제를 가장 깔끔하게 해결하는 방법일 것이다. 준비가 되어 있는 자가 언제나 승리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메드월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