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산업도 다양화되고 개방화되어 외국의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이다. 변호사란 직업을 수행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미국 드라마 그중에서도 범죄수사물을 즐기게 되었다. 논리적이고 치밀한 수사과정과 그를 뒷받침해주는 과학수사기법을 보고 있노라면 매우 흥미진진하다.

그러나 현실과 달리 드라마답게 일정한 패턴이 존재한다. 경찰이 과학적으로 분석된 증거를 제출하면 용의자는 눈물을 흘리면서 자백을 한다는 것이다. 가끔 친구들과 이런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농담으로 이렇게 말하곤 한다. “드라마이니까 그렇지. 현실에서는 저렇게 과학적 증거를 제시하여도 피의자는 절대 자백하지 않아. 드라마라는 시간제약이 있으니까 저렇게 자백을 하고 사건을 종료시키는 것이지.”

자백이란 피고인 또는 피의자가 범죄사실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인정하는 진술을 말한다. 미국에서는 범죄사실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자신의 형사책임을 인정하는 진술을 자백(confession)이라고 하고, 이와 별도로 자신의 형사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을 인정하는 승인(admission)을 구분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구별하지 않고 있다.

쉽게 말하면 자백이란 피의자가 스스로 잘못을 했다고 인정하는 것인데 이렇듯 자백을 하면 형사처벌을 면할 길은 없다. 사실 검찰이나 경찰의 입장에서 보면 이렇듯 자백하는 피의자는 정말 고마울 수밖에 없다. 사실관계를 다투는 사건에 비하여 일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역사적으로 보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백을 받아내기 위하여 고문, 폭행, 협박, 협상 등 여러 가지 수단이 이용되었다. 이러한 폐해를 막기 위하여 헌법에서는 피고인의 자백이 고문, 폭행, 협박, 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기타 방법에 의하여 자의로 진술된 것이 아니라고 인정될 때에는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형사소송법에서는 위와 같은 자백배제법칙을 확인함과 동시에 피고인의 자백이 유일한 증거이고 다른 객관적인 증거가 없는 때에는 유죄로 판단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피고인이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자백을 하는 것은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칭찬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실무에서 문제되는 것은 대부분의 피고인들은 법률적 분석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이 인정해야할 부분과 인정하지 말아야 할 부분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고 수사기관이 묻는 사실관계에 대하여 포괄적으로 인정해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경찰조사나 검찰조사를 피고인의 변호인으로서 참여하다보면 피고인이 수사기관의 물음에 잘못된 대답을 하는 아찔한 경우가 많다.

일단 한번 인정해버린 사실관계는 다음 과정에서 뒤집기가 매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자백을 함에 있어서도 매우 신중해야 한다. 준비되지 않은 자백은 자신이 잘못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책임까지도 부담하게 할 수 있다. 본인의 잘못에 비례하는 처벌을 받는 것이 형사법의 진정한 의미이고 변호인의 사명이라고 할 것이다.


법산법률사무소 변호사 오두근 dukeuno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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