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배아줄기세포가 아닌 성체줄기세포 치료방식이 치료를 선도"
서울대교구, 배아줄기세포 연구 반대… "생명 신비상" 제정


천주교가 성체(成體)줄기세포 연구에 100억원을 투입한다.

서울대교구는 5일 오후 가톨릭중앙의료원에서‘생명위원회’발족식을 갖고, 신설되는‘가톨릭세포치료사업단’ 연구비로 1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현재 서울대 황우석 교수팀의 배아(胚芽)줄기세포 연구 성과로 성체줄기세포는 지금까지 주목을 끌지 못했으나 이번에 천주교가 성체줄기세포 치료 및 연구에 총 1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함으로서 성체줄기세포연구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게 됐다.

특히 성체줄기세포는 골수나 신생아의 탯줄 혈액에 존재하는 줄기세포를 뽑아 이를 실험실에서 분화·증식시킨 뒤 다시 환자에게 이식함으로서 생명윤리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배아줄기세포 치료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의 치료시스템으로 환자들에게 즉시 임상적용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한마디로 배아가 아닌 다 자란 인체조직에서 세포를 얻기 때문에 복제나 배아 희생 등의 생명윤리적인 논란이 없고 성체줄기세포 치료법 상당수가 이미 임상 활용 단계에 와 있으며 가톨릭의대 오일환 교수 등 이 분야의 대표적인 인재를 확보하고 있다는 자신감도 이번에 천주교계가 100억원을 투입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는 정진석 대주교가 지난 5일 가톨릭중앙의료원에서 열린 생명위원회 발족식에서 오일환교수에게 깊은 신뢰를 보낸 것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현재 국내 성체줄기세포 치료기술은 강남성모병원 신경외과 전신수 교수팀이 4년 전 척수 손상으로 하지(下肢)가 마비된 환자 권모(43)씨에게 탯줄혈액에서 뽑은 성체줄기세포를 주입한 결과, 환자가 다리 감각을 일부 회복된 것으로 비롯 성체줄기세포를 이식해 심근경색 환자의 심장근육을 재생시키는 임상실험과, 골절 등으로 손상된 뼈를 회복시킨다거나 퇴행성 관절염 환자의 손상된 연골을 재생시키고 뇌졸중 환자의 골수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주입해, 어느 정도의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상태이다.

특히 가톨릭의대가 독보적인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 백혈병에 대한 조혈모세포이식의 경우 확실한 효과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성체줄기세포는 몸속에 소량만 존재하기 때문에 치료에 필요한 충분한 양을 얻기가 어렵다는 점과 타인의 세포를 이용할 경우 면역 거부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가톨릭의대 기능성세포치료센터 오일환 소장은 “성체줄기세포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세포가 분화되어 나온다는 것이 최신 연구 결과”라며 “앞으로 성체줄기세포 이식이 많은 질병의 치료법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발족식에서 생명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염수정 주교는 “난치병 환자를 위한 치료에 있어서도 생명존중의 원칙에 충실한 성체줄기세포 연구 및 치료법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자 한다”며 “우리의 의지를 우리 자신과 사회에 확고히 다짐하기 위해 100억원을 성체줄기세포 연구에 투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교구는 또 성체줄기세포 연구에 공적이 있는 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생명의 신비상’(상금 3억원)도 제정하기로 했다.


천주교 측이 성체줄기세포 연구를 집중 지원키로 한 것은 그 동안 “배아도 인간생명”이라는 이유로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반대해 왔으며 그 대안으로 성체줄기세포 연구를 제안해 왔고 이번에 그 결실을 보여 주었다.

천주교는 특히 지난 3월 기독교생명윤리협회 등과 함께 배아연구를 허용하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청구를 낸데 이어 지난 6월에는 정진석 대주교가 “배아줄기세포는 살인과도 같은 인간배아 파괴를 전제로 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명백히 반대한다”는 성명을, 7월엔 김수환 추기경도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따라서 천주교의 100억원 지원 결정은 그 동안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반대해온 입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대안’격인 성체줄기세포 연구 지원에 교회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서울대교구는 우선 교구 예산 중 최우선적으로 성체줄기세포 연구에 배정하고, ‘생명의 신비 기금’ 모금을 통해 내년 상반기까지 1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업단을 앞으로 ‘생명학술원’으로 발전시키고, 이를 지원할 ‘생명연대’를 신설해 학술연구와 법률·재정지원까지 맡긴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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