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뜨거워진 피부를 자주 식혀주는 것이 피부노화를 방지하는 좋은 방법이라는 실험적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 피부과 정진호 교수팀은 열(heat)에 의한 피부 온도의 상승이 피부노화의 중요한 원인일뿐더러 자외선에 의한 피부노화를 촉진시키는 작용을 한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의 자외선에 의한 피부노화(photoaging) 현상과 더불어 "열 피부노화(thermal skin aging)" 라는 피부 노화의 신 개념을 제시한 것이어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정 교수팀은 피부가 열에 노출되면 피부온도의 상승으로 인해 피부의 주요 구성물질인 교원질(collagen)과 탄력섬유(elastin)가 감소하고 분해가 촉진되어 주름살이 생기는 등 피부노화를 촉진한다는 사실을 쥐와 사람 등을 대상으로 한 일련의 실험을 통해 증명했다.

이같은 결과는 국제학술지인 노화와 발달기전(Journal of Mechanism of Aging and Development), 일본피부연구학회지(Journal of Dermatological Science)"에 채택되어 곧 발간될 예정이다. 이미 지난해 12월과 올 1월 미국피부연구학회지(Journal of Investigative Dermatology)에 같은 결과가 게재된 바 있다.

피부가 햇빛에 15분 정도 노출되면 그 온도가 42도 정도까지 올라가는데, 정 교수팀은 세포배양을 이용해 피부(섬유아)세포에 42도의 열을 가한후 상태를 관찰했다. 그 결과, 피부의 주요 구성성분인 교원질(콜라겐)의 합성이 감소하고, 교원질 분해효소의 발현이 증가함을 알 수 있었다. 열에 의해 피부가 손상되는 신호전달 경로를 처음 규명한 것이다.

또 사람(자원자)의 엉덩이 피부에 전기열선을 이용해 42도의 열을 30분 정도 가하고 1-3일 지난 후 조직검사를 통해 탄력섬유의 주 구성분인 탄력질과 피부린이라는 단백질의 발현을 조사했다. 그 결과 탄력질과 피부린의 합성이 감소하고 탄력섬유의 분해효소가 증가함을 관찰함으로써 열에 의해 피부의 탄력이 떨어지고 주름이 발생함을 증명했다. 또 자외선이 피부세포의 DNA에 손상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열을 받은 피부세포에서도 DNA가 손상됨을 알 수 있었다.

연구팀은 또 20마리의 쥐에 자외선과 적외선(열선)을 15주간 쪼이고 15주 후 주름살의 정도와 교원질 분해효소의 형성 정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주름살은 눈에 보기에도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효소의 발현 증가도 유의한 수준임이 밝혀졌다. 또한 열이 자외선에 의한 주름살 형성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사실과 열에 의한 교원질 분해효소의 증가 때문에 주름살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지금까지 피부노화의 주 원인으로는 자외선에 장기간 노출, 흡연, 여성의 경우 폐경 이후 에스트로젠의 급격한 감소 등이 알려져 왔다.

정진호 교수는 "햇빛을 최대한 피하고, 자외선 차단제 뿐만 아니라, 피부의 온도 상승을 막을 수 있도록 피부를 자주 식혀주는 것이 좋다"며 "앞으로 연구를 통해 열 노화를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메드월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