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스럽지만 그만큼 보람있는 흉부외과에 많은 후배들이 지원하여 소중한 생명을 살리고 학문의 꽃을 피웠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국내 흉부외과학의 개척자 한격부 대한의사협회 명예회장은 노환으로 힘겹게 투병하느라 말을 할 수는 없지만, 서울의대에 현금 5억원을 기부하는 자리에서 아마 이렇게 말하고 싶어했으리라.

사석(捨石) 한격부 박사(92세) 박사는 지난 1956년 이미 40을 넘긴 장년의 나이에 스웨덴과 영국에서 흉부외과학을 연수 후 당시 불모지인 우리나라에 흉부외과학의 초석을 다진 개척자이다. 아무도 반겨주지 않은 흉부외과학에 매진하면서 아호를 "돌을 던진다"는 뜻의 捨石으로 스스로 정한 것에서 오직 한길을 걷겠다는 그의 신념을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다.

노환과 장 파열로 올해 4월부터 분당서울대병원에 입원해있는 그는 언제부터인가 기피 과가 되어버린 현실이 안타까워 흉부외과학 발전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자 오랜 기간 조금씩 돈을 모아왔으며, 60년 지기인 주근원(87세) 서울의대 명예교수와 장남 수환 씨를 통해 자신의 오랜 소망을 실천했다.

이날 오후 3시 분당서울대병원 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달식에서 왕규창 서울의대 학장, 성상철 서울대병원장, 흉부외과 김주현 교수와 안혁 교수, 강흥식 분당서울대병원장 등에게 현금 5억원을 전달했으며, 곧 1억원을 분당서울대병원에 기부하겠다는 약정의 뜻도 함께 전했다.

초대 대한흉부외과학회 회장을 지낸 한격부 박사는 1913년 함경남도 정평에서 태어나 1941년 서울의대의 전신인 경성제국대학 의학부를 졸업했다. 1947년부터 서울의대 교수를 역임하다, 6.25 전쟁 후 수복 당시 서울대로 돌아오지 않고 1953년부터 56년까지 부산대 교수로 재직하며 부산의대 창립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같은 기간 부산 스웨덴적십자병원 흉부외과 과장을 역임했으며, 국립의료원 개원 당시 상경하여 1959년부터 61년까지 국립의료원 흉부외과 과장으로 봉직했다.

그는 1962-1964년 서울특별시의사회장, 1970-1972년과 1976-1979년 두차례 대한의학협회(現 대한의사협회) 회장을 역임하면서, 의료보험제도 및 의료보험수가 제정작업, 우리나라 의료사상 최초의 국제 의학행사인 제7차 아세아대양주의학협회연맹 서울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등 당시 험난했던 의료계 난제를 타고난 근면성과 강직한 신념으로 해결해냈다. 이후 1978년부터 20여년간 서울시립노인요양원 원장으로 재직했다.

1955 스웨덴적십자공로훈장, 1978년 국민훈장 목련장을 수상했으며, 가족으로 장남 수환씨 등 2남 3녀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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