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만 철저하다면 국내 태반이 동종 단백이기 때문에 훨씬 유익


[좌장] 진영수 교수 : 태반제제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많습니다. 얼마를 써야 할지, 얼마 동안을 써야 할지, 어떤 환자에게 잘 듣는지, 아직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이미 적응증이 정해진 상태에서 "그냥 써보고 좋으니까 쓴다"는 주먹구구식의 방법은 많은 학자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지금 국내에서는 임상논문이 부족한 상태에서 태반 붐이 일고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 국내 제약사 아홉 군데에서 태반제제 생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처럼 무절제하게 난립하다보면 오히려 태반 연구가 사장될지도 모릅니다. 역사적으로 태반이 50년 역사를 이어오면서도 활성화되지 못한 데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둘 중 하나겠죠. 정말 효과가 없거나, 아니면 효과는 있지만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이용됐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제 그런 문제를 염두에 두면서 자유토론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아까 최안나 원장께서 태반수거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셨는데, 녹십자는 그런 문제에 대해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이선욱 이사 : 현재 국내 태반 업체는 12개사로 총 18개 제품이 나오고 있습니다. 상당히 난립해 있습니다. "과연 안전한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우리는 일본생물제제(JBP)와 합자회사를 설립하여 일본생물제제와 동일한 시스템으로 태반주사제를 생산합니다. 최안나 원장께서 지적하신 대로 우리나라에는 법적인 규제가 없습니다. 동의서를 받아라, 문진표를 작성하라, 임신 35주차 이후 산모에서 HBV, HCV, HIV 검사를 하라, 수거 태반에 대하여 NAT 검사를 하라는 법적 규정이 없습니다. 하지만 녹십자는 안전성이 확보된 제품 공급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법적 규정보다 앞서 혈액제제 생산관리 수준으로 태반제제를 생산 공급하게 됩니다.
다른 회사에서는 어떻게 하는지 잘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가 태반을 수거하는 산부인과 병원은 우리의 자체 규정에 맞아야만 태반 수거가 가능합니다. 우리의 대상 병원은 다수의 산부인과가 아닙니다. 아까 원장님께서 동의서를 얼마나 받을 수 있겠느냐며 의문을 표시하셨지만, 우리는 동의서를 받아주지 않으면 태반 수거를 할 수 없습니다.

■최안나 이사 : 현행법상 태반은 감염성 폐기물이기 때문에 처리할 때 담당의사, 담당병원 외에는 환자에 대한 개별 이력을 법적으로 강제할 수 없습니다. 안해도 처벌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약품 원료로 쓰일 태반은 반드시 감염성 폐기물과 확실히 분리해서 분만 전부터 관리해야 합니다. 당장 그런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또한 현행법상 인체 조직은 본인이 달라고 하면 병원이 내주게 돼 있습니다. 인체 조직 또는 동물 사체를 가져가서 장사를 지내거나 매장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법의 취지인데, 지금도 간혹 자기 태반을 산후 보신용으로 쓰겠다고 가져가는 산모가 있습니다. 앞으로 태반의 유용성이 더욱 알려진다면 많은 산모들이 자기 태반을 달라고 요구할 개연성도 있습니다. 어찌보면 또 하나의 밀매 형태가 되지 않는다고 아무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지금 병원에서는 당연히 소각처리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폐기물 처리업자에게 준 태반도 불법적으로 다량 유통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는 모두 의약품 원료로 쓰일 태반이 어떤 태반이어야 한다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이며, 반드시 병원에서 안전성을 확인한 태반만을 의약품 원료로 재활용할 수 있다는 규정이 필요합니다.

■이성민 대표이사 : 우리는 태반을 하나 받으면 병원명과 출산일자 등이 기재된 대장을 만듭니다. 그 때 제일 먼저 보는 것이 동의서입니다. 동의서 없으면 절대로 안씁니다. 어떤 안전성보다도 사회적 안전성이 가장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동의서를 먼저 보고 나서 검사결과, 태반 신선도 등을 차례로 봅니다.
[좌장] 진영수 교수 : 같은 사업자 입장에서 현재 제제를 만들고 있는 다른 회사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혹시 정보를 갖고 계십니까?■이성민 대표이사 : 그런 정보는 잘 모르지만, 저희가 하는 시스템이 앞으로 이 분야에서 하나의 모델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의약품원료 태반은 감염성폐기불과 분리해 분만전부터 관리해야
녹십자 산모동의서 등 자체 규정에 맞는 병원에서만 태반 수거


■이기수 기자 : 이번 좌담회를 준비하면서 어느 의사 선생님에게 "태반제제가 정말 효과가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분은 "효과가 있고 없고는 시장에 맡겨라. 만일 효과가 없다면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그 대답이 일견 그럴듯해 보이면서도 위험한 발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령 효과 없다는 판정이 내려질 때까지 환자들이 헛돈을 쓰면서 혹시 치명적인 부작용이라도 발생한다면 과연 누가 보상해주겠습니까?

■함선애 회장 : 태반제제와 관련해서 저는 첫째도 안전성, 둘째도 안전성, 셋째도 안전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전성이 확인되고 난 다음에 유용한지 아닌지를 판가름해야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안나 원장께서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많이 가지고 계신데, 제가 어쩌다 태반임상연구회 회장을 맡다보니까 다양한 태반제제를 접하게 되는데, 저는 아직까지 국산을 마음놓고 못쓰고 있습니다. 아직은 태반수거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녹십자에서는 저희 태반연구회가 요구하는 사항을 만족시켜주려고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아까 최 원장께서 걱정하신 것처럼 하나의 제약회사만 잘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닐 겁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다량의 태반이 무절제하게 쓰이고 있다고 하는데, 제가 알기로는 제약회사 한 군데서 필요한 태반 수가 3천개 정도라고 합니다. 그래서 대체로 10개 내지 20개 정도의 병원과 계약을 하면 하나의 제약회사는 충분히 제제를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한방과 양방 모두에서 태반이 무절제하게 쓰이다보니 그보다 훨씬 많은 태반이 유통되고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 녹십자가 국산 태반 생산 업계를 리드할 때 다른 제약회사가 그 모델을 좇아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아울러 대학에서도 충실한 연구를 해주셔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나온 문제점들이 하나씩 풀려나갈 때 태반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저는 일본의 라에넥과 멜스몬을 신뢰하고 쓰면서도 자존심이 많이 상했습니다. 왜냐하면 생물학적제제라는 것은 동종단백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가능하면 같은 민족의 것을 쓰는 것이 좋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WHO에서도 혈액제제의 경우 가능한 한 같은 민족의 것 혹은 자국민의 것을 쓰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관리만 철저히 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의 태반을 쓰는 것이 우리에게는 더 유익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홍보도 필요하고 산부인과에서도 적극적인 협조를 해주어야 하고 제약회사에서는 좋은 약제를 만들어주어야 하고 그 좋은 약제를 가지고 대학에 계시는 선생님들이 열심히 연구해서 좋은 논문을 내주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태반에 관한 한 종주국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허창훈 교수 : 태반제제 임상시험을 처음 하기 전에 주위 교수님들이 제품에 대해서 우려를 많이 하셨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개원가에서 이 제제를 많이 쓰고 있지만, 논문을 통해서 효과를 확신한 의사는 거의 없습니다. 결국 이중맹검 위약대조 시험(double-blind placebo-controlled trial) 같은 연구를 통해서 그 유효성을 입증해줘야 하는데, 그런 연구를 할 수 있는 곳은 대학병원밖에 없습니다. 연구를 통해서 효과가 있으면 권장하고, 없으면 쓰지 말도록 계도해야 합니다. 그것이 대학의 역할입니다"라는 논리로 설득했습니다. 임상시험을 심사하는 병원 IRB에서도 "약제를 과연 믿을 수 있느냐"고 문제를 제기했었는데, "녹십자 알부민은 믿고 쓰면서 이 제품은 믿지 못할 까닭이 없다"고 설득해서 결국 통과되었습니다. 아마도 혈액제제를 생산해 온 녹십자의 제품이 아니었다면, 이 연구는 어려웠지 않았나 싶습니다.

■오세원 회장 : 개인 병원에서는 태반제제를 쓰면서 항상 두 가지가 문제입니다. 하나는 안전한 태반 제품을 국내에서도 생산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저는 태반을 쓴 지 1년이 안됐습니다만, 국산제품은 한 앰플도 써 본 적이 없습니다. 제품을 신뢰를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는 공급이 불규칙적이기 때문에 태반요법을 시작했다가도 공급이 끊어지니까 신뢰하지 못하는 국산을 써버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녹십자가 국산제품을 내놓을 때 개원가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좌장] 진영수 교수 :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오늘 우리는 태반제제의 안전성과 유용성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가져봤습니다. 그 결과 지금 시점에서는 거의 모든 문제가 안전성으로 모아지는 것 같습니다. 이 점이 시사하는 바를 염두에 두면서 좌담회를 모두 마치겠습니다. 참석하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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