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반제제의 안전성 및 유용성" 주제 학술좌담회가 지난 5월 6일 오후 7시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서울에서 본사 주최-(주)녹십자 후원으로 열렸다.

서울아산병원 스포츠건강의학센터 진영수 교수가 좌장을 맡은 이날 좌담회는 태반제제의 안전성에 초점이 맞춰진 가운데 진지한 토론이 벌어졌다. 특히 국산 태반제제 생산을 개시한 녹십자 관계자들은 "사회적 안전 차원에서 제품 생산을 준비왔다"고 강조하고 철저한 바이러스 검증과 태반수거 과정을 집중 소개했으며, 대한산부인과개원의협의회 관계자는 "의약품 원료 태반과 소각처리 태반 사이에 아무런 법적인 구별이 없다"면서 관련 법령 제정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는 진영수 교수를 비롯해서 함선애 회장(태반임상연구회), 오세원 회장(통합의료연구회), 이영진 교수(포천중문의대), 조비룡 교수(서울대병원), 허창훈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최안나 원장(산부인과개원의협의회 공보이사), 요시다 겐타로 원장(日 요시다클리닉), 심청웅 대표이사(아시아태반학회), 이기수 기자(과학기자협회회장), 이성민 대표이사(GCJBP), 이선욱 이사(녹십자 MD) 등이 함께 했다. <편집자>

[좌장]진영수 교수(서울아산병원) : 지금부터 의계신문이 주최하고 (주)녹십자가 후원하는 "태반제제의 안전성 및 유용성" 주제 학술좌담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인류는 기원전부터 태반을 사용했다는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까이는 일본 에도시대에도 비슷한 기록이 보입니다. 그런 태반이 최근 우리 개원가에서 붐을 이루면서 쓰이고 있습니다. 그럼 태반제제가 임상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조비룡 교수께서 말씀해주시죠.

▲조비룡 교수(서울대병원) : 태반제제(placental extract)는 사람이나 동물의 태반 분해산물로서 제조방법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주로 아미노산과 펩타이드, 지질, 미네랄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주사제 외에도 액상, 크림, 정제 등 각종 제형이 쓰이고 있는데, 색소침착ㆍ주름ㆍ통증ㆍ갱년기증상ㆍ간기능 개선 등 여러 효과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태반제제의 임상적 적용측면에서의 문제점들로는 어떤 유효성분이 어떤 효과를 갖고 있는가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고, 아직 보고된 바는 없지만 광우병(CJD), AIDS, B형간염, C형간염 같은 감염성 질환이나 수은 등 중금속에 대한 오염이 우려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태반제제에 대한 연구들을 살펴보면, PubMed에서는 현재 총 475편의 연구 결과를 볼 수 있는데, 그 대부분이 기초실험으로 임상시험은 2개만이 게재되어 있으며, 그 중 구강점막염을 다룬 연구가 유일한 무작위 임상시험(randomized clinical trial, RCT)입니다. 효과로서는 항염증 효과에 대한 연구가 많고, 백반증 치료와 미백 효과 같은 서로 상반된 듯한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그밖에도 간기능 개선, 맥락망막위축에 대한 효과, 신경발달 촉진 등의 연구결과들이 보고돼 있습니다.

태반제제의 백반증 치료 효과에 대한 한 연구를 살펴보면 털이 회색으로 변해가는 늙은 쥐에서 태반제제를 투여했을 때 대조 피부에 비해 털이 검어졌으며, 실제로 조직검사를 해보면 멜라닌세포(melanocyte)들이 더 활동적인 것을 보고하고 있습니다(그림1).

태반제제의 효과에 대해서 이러한 기초 연구결과들은 상당히 일관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수십년간 꾸준히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앞으로의 임상적용 가능성에 대해 고무적입니다. 그러나 부족한 임상적 근거와 안전성 평가는 지속적으로 이루어 져야 할 것입니다.

[좌장]진영수 교수 : 일본은 물론이고 최근 우리 개원가에서도 태반에 대한 임상 경험이 많이 축적돼 있습니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태반제제의 효과와 유용성에 대해서 알아봤으면 합니다. 먼저 대한태반임상연구회 함선애 회장(H&H클리닉 원장)께서 태반제제의 노화방지 효과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함선애 회장(태반임상연구회) : 태반은 모체와 태아의 상호 공유 영역 이상의 복합적인 내분비 기관입니다. 태반 안의 내분비 상태가 임신중 거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태반에서는 흔히 성스테로이드호르몬 뿐만 아니라 각종 단백질과 펩타이드, 성장인자, 사이토카인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태반제제는 제조방법 혹은 추출방법에 따라 성분들이 달라질 수 있고, 약리작용이나 효과ㆍ효능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대표적인 태반제제인 라에넥(Laennec)과 멜스몬(Melsmon)의 제조방법을 비교해 보면 그 사실을 잘 알 수 있습니다(표1). 라에넥의 경우 효소처리후 분자분획법을 통해 태반 안의 성장인자와 사이토카인을 추출한 다음 염산가수분획법을 써서 저분자량 폴리펩타이드와 아미노산을 추출합니다. 그에 비해 멜스몬은 염산가수분획법만을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두 제제의 성분에 상당한 차이가 나며, 그에 따라 임상 효과가 다를 수도 있습니다.

태반은 뇌세포 기능을 활성화하고 세포노화를 억제하며 노화된 세포의 재생 능력을 증가시키고 손상된 세포를 재생하고 세포 물질대사를 활성화시키는 효능을 통해서 항노화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항노화작용은 태반에 함유된 다양한 물질 때문에 가능합니다. 각종 영양물질을 비롯해서 폴리펩타이드나 단백질이 있고, 사이토카인이나 성장인자가 들어 있습니다. 또 글루타민이나 바이오레시친처럼 뇌세포 기능을 활성화하는 물질이 있고, 프로카인과 같이 노인에게 활성을 주는 인자도 포함돼 있습니다. 태반제제를 매일 투여했을 때 monoamine oxidase(MAO)의 활동이 감소하고 뇌의 monoamine 농도가 증가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는 연구 보고가 있습니다.

요즘 메조테라피(mesotherapy)가 많이 유행하고 있는데, 태반제제를 이용한 메조테라피를 시행해서 성선기능 위축증이 어떻게 치료되었는가를 관찰한 프랑스 논문이 있습니다. 63명의 환자에게 3개월 간격으로 메조테라피를 했는데, 약 77%에서 "good" 내지 "slight"의 호전이 있었고 정신력, 수면 기간 및 질, 성기능 등이 향상됐다고 했습니다. 또 노인성 망막위축증 환자 34명에게 태반제제를 투여했을 때 증상이 호전됐고, 특히 광과민성이 회복됐다는 연구가 보고됐습니다. 스트레스로 생긴 불안증에도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저는 태반에 들어 있는 여러 성장인자 가운데 특히 TGF-beta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성장인자들은 정상세포를 표적으로 하고 있을 뿐 DNA에 이상이 있는 암세포를 표적으로 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실제로 태반은 정상세포를 활성화시키고 비정상세포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으며 마크로파지나 림포사이트, 사이토카인의 생성을 증가시키면서 항암효과를 보여준다는 연구들이 보고돼 있습니다. 또 암의 전이를 억제시키는 메타스틴(Metastine)이 태반에 가장 많이 함유돼 있다는 보고가 일본에서 있었습니다. 현대인 질환의 약 90%가 활성산소와 관계된다고 하는데, 태반은 활성산소를 억제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들도 있습니다.

이처럼 태반은 다양한 작용을 통해서 부작용이 가장 적으면서 항노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약제라고 생각합니다. 태반 안에 무궁무진하게 잠재돼 있는 능력를 더 많은 분야에 적용이 가능 할 것입니다.

[좌장]진영수 교수 : 이번에는 갱년기증상에 대한 태반제제의 효과에 대해서 대한통합의료연구회 오세원 회장(오세원신경정신과 원장)께서 말씀해주시겠습니다.

▲오세원 회장(통합의료연구회) : 라에넥의 허가사항은 간기능 개선이고, 멜스몬의 허가사항은 갱년기장애 및 유즙분비작용 개선입니다. 그러나 요즘 일본에서 태반을 쓰는 사람들이나 제 경험으로 미루어 보면 라이넥이나 멜스몬의 효과는 거의 비슷한 것 같습니다.

1980년과 2001년 각각 일본에서 이루어진 두 편의 논문을 문헌에서 뽑아봤는데, 갱년기장애에 대한 태반제제의 효과를 관찰한 두 연구에서는 특징적인 사실이 있습니다. 그것은 1980년에는 멜스몬만을 썼는데 2001년에는 멜스몬과 함께 라에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를 보면 1980년의 연구에서는 77.4%에서 증상 호전이 있었던 반면 두 제제를 함께 쓴 2001년의 연구에서는 그 효과가 94.5%에 이르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레만클리닉에서 보고한 2003년도 연구가 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40-60대 여성 55명 가운데 31명(56.4%)에서 여성호르몬 수치가 증가했고, 41명(74.5%)에서는 갱년기증세가 호전됐습니다. 특히 40-50세 환자군의 경우 증세 호전이 83.3%에서 나타났습니다.

제가 직접 치료한 환자 몇 예를 소개하겠습니다. 첫 번째 예로는 자궁적출술 후 기운이 없고 체중이 감소하고 온몸이 쑤시고 기분이 우울하다고 호소하는 44세 주부가 찾아왔습니다. 저는 라에넥과 멜스몬을 1앰플씩 5일 간격으로 10회 주사하는 것을 1사이클로합니다. 이 환자는 총 20회 주사 받았는데, 처음에는 온몸이 나른하고 주사 맞고 나면 설사를 한번씩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6회째 주사부터 피로감이 줄고 증상이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1사이클이 끝나고 호전됐는데, 경과가 좋으니까 환자 남편이 1사이클 더 맞으라고 했습니다.

두 번째 예로 52세의 독신 남자가 있었는데, 직장인으로 불면증이 심하고 우울한 기분에 의욕감퇴가 주로 나타났습니다. 이 환자는 라에넥만 2앰플씩 5일 간격으로 20회 맞았는데, 10회 맞은 다음에 1사이클 더 맞겠다고 했습니다. 처음 환자는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다가 중간에 태반주사를 맞아보는 게 어떠냐 해서 태반치료를 받게 됐습니다. 4회째 주사부터 수면 상태가 좋아졌고, 5회째 주사 이후 증상이 아주 호전됐습니다. 특징적으로 초기에는 나른한 증세를 많이 나타났습니다.

세 번째 예로 한의사 남편과 갈등이 아주 심한 45세의 주부는 불면증, 식욕저하, 우울한 기분, 의욕상실 등을 호소했으며 체중도 45kg였고 "살맛이 안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라에넥과 멜스몬을 5일 간격으로 1사이클만 사용하고자 했습니다. 5회째 주사부터 식욕이 증가하고 수면상태가 호전되고 기분이 좋아지게 됐습니다. 그런데 치료 중간에 TV에서 태반에 문제가 있다는 보도가 나가면서 불안해서 병원에 오지 않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결국 14회까지 맞으면서 아주 좋아졌습니다. 이 환자도 2앰플씩 주사받다가 너무 나른해진다고 해서 라에넥 1앰플씩으로 줄였습니다. 그래도 효과를 유지하며 지금은 잘 지내고 있습니다.

갱년기장애는 적어도 라에넥과 멜스몬을 2앰플씩 10회 이상 20회까지 써야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갱년기장애에는 멜스몬은 물론이고 라에넥도 비슷한 효과가 있습니다. 저는 멜스몬보다 라에넥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치료 초기에는 항우울제나 수면유도제의 동시 처방이 필요합니다. 경험상 태반주사 초기에 약간 나른함을 보인 환자에서 효과도 빨리 나타나고 결과도 좋은 것 같습니다. 또 증상 초기 환자에서 치료 효과가 더 빠르고 좋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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