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의 지브롤터라고 불렸던 수오멘린나 요새. 처음에는 스웨덴 국기가, 이어서 러시아 국기가 펄럭였으나 지금은 핀란드 국기가 꽂혀 있다
핀란드의 건강보험제도는 몇 가지 점에서 조금은 특이하다.

첫째 : 조세를 재원으로 국가가 직접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의 국민보건서비스(NHS)와 사용자와 근로자가 재원을 조성하여 특정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민건강보험(NHI)이라는 두 개의 시스템에 의해 의료를 제공한다는 점인데, 둘 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강제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둘째 : 의회가 의료보장 운영에 상대적으로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다.

셋째 : 독특하게 시행하는 건강증진 및 질병예방 프로그램을 448개의 지방도시단위로 시행하고 있다.


■ 핀란드의 건강보장 제도의 운영 및 제도 골격을 바탕으로 한 핀란드 제도의 객관적인 평가
■ 첫 번째 특성인 두 가지 시스템의 공존에 관해 살펴보면 국민보건서비스 방식으로 조달하는 의료보장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재원을 조달하고, 대부분의 의료서비스를 공공의료기관에 의해 제공한다.
국가는 소득세를 재원으로 전국민의 건강보장을 위해 각 지방정부에 배분하고, 지방정부는 간접세를 재원으로 주 단위 독자적 의료보장을 위해 필요한 재원을 스스로 부담하는데,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예산을 배분하는 기준은 각 지방의 인구, 연령구조, 유질환자의 구조 및 특성, 인구밀도, 지역의 면적, 자치정부의 재정능력 등을 고려하여 배분된다.
오■벽지 지역에는 별도의 지원금이 보조되며, 국민보건서비스방식에 의한 의료서비스 제공은 영국이나 대부분의 북유럽 국가들의 형태와 별 차이가 없는데, 다만 차이가 있다면 지방정부가 재원의 상당부분을 조달하고 실질적인 보험자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별개로 운영되고 있는 NHI는 강제적인 사회보험으로 약국급여, 민간의료기관에서 제공받은 급여에 대한 보상, 사업장 종사자들의 질병예방급여, 그리고 각종 현금급여를 담당하고 있다.
이를 위해 별도 설립된 사회보험청이 있으며, 재원은 모든 근로자와 사용자가 그들의 총 보수에서 일정률을 보험료로 부담하고, 국가는 조세로 지원하고 있다. 물론 적자 발생 시 국가가 보상하도록 하고 있어 국가가 많은 재원을 부담하고 있다.

■두 번째는 의회의 의료보장에 대한 역할이 특이하다는 것이다.
핀란드는 의회가 의료보장의 재원을 직접 관장하여 예산의 수입과 지출에 대해 감독 할 뿐만 아니라, 재원을 직접 배분 받아 주무부처인 보건사회성에 지급한다는 점에서 다른 국가들의 기능과는 다르다.
그리고 NHI에 의한 의료보장기관인 사회보험청을 의회가 직접 관장하고 있는데, 이처럼 의회가 실질적으로 많은 책임과 권한을 공유하게 된 배경에는 무엇보다 직접세, 간접세, 목적세를 중앙정부, 지방정부, 사회보험청이 독립적으로 다양한 재원을 관리함으로써 국민적 동의를 얻는 바탕이 필요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 세 번째는 지방단위의 독립적 보험자가 시행하는 건강증진 및 질병예방 프로그램의 시행이다.
이 프로그램은 NHS시스템 하에 운영되는 1차 의료기관인 공중보건센터에 의해 제공되는데, 통상적으로 1차 의료기관에서 수행하는 전염병예방, 치과 등 외래진료 기능 외에 특정하게 다양한 공공보건증진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당뇨병, 고혈압, 비만 등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한 특정서비스만을 전문으로 하는 의료기관과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으며, 또한 NHI체계에 의해서도 이러한 기능이 수행되는데, 고용주에 의한 보건예방프로그램이 바로 그것이다.
고용주는 근로자의 특성에 맞는 질병예방프로그램을 독자적으로 민간의료기관에 의뢰할 수 있고, 그 진료비는 NHI를 관장하는 사회보험청으로부터 보상받는다. 이러한 독특한 프로그램의 시행결과가 매우 고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1위 비만 국가였지만 최근에는 비만인구 비율이 제일 낮은 국가로 전환된 사례는 이러한 다양하고 독특한 프로그램의 덕분이라 한다.

■ 핀란드 제도의 평가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개괄적으로 살펴본 제도의 특성을 중심으로 몇 가지 관점에서 핀란드 제도를 평가해 보자. 물론 제도 운영전반에 대해 구체적인 고찰이 부재한 상황이긴 하지만 원론적인 차원에서 언급하는 것도 의미 있다고 하겠다.

첫째 : 재원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볼 때, 중앙의 소득세, 지방정부의 간접세에 주로 의존하는 NHS 시스템은 경기침체 등의 상황에 따라 재정불안을 초래 할 소지를 안고 있다.
경기에 따라 세수에 변동이 심하게 수반될 뿐만 아니라 재원사용 우선 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1990년대 경기 침체기를 겪으면서 재정이 불안정해지자 핀란드 정부가 본인부담금을 90~95년 동안 20% 인상한 것이 그 증거라 할 수 있다.

둘째 : 효율성의 측면에서 볼 때,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 평가할 수 있다.
일단 제도 운영 주체에서 보건사회성과 의회간의 책임과 권한 분산으로 효율성을 저하시킬 여지를 가지고 있다. 재원의 관리와 징수라는 측면에서 분산관리되고 있는 점 또한 비효율적으로 운영될 소지가 있으며, 또한 NHS 재원을 위해 중앙정부가 직접세로 소득세를 징수하고, 지방정부 단위로 간접세에 의한 재원조달, 여기에다 NHI 운영을 위해 보험료를 관리하는 상황에서는 기능 중첩과 책임분산으로 효율성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 셋째 : 형평성의 관점이다.
지방정부에 의한 간접세 재원조달은 형평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한편, 지방간의 독립적 재원조달 체계로 인해 지역간 부담과 급여에서의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재원조달과 제도운영에 있어서는 민주적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는데, 즉 의회주도에 의한 재원조달, 지방단위 의료보장운영의 권한 분산으로 투명성과 민주성이 강화되는 여건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투명성과 효율성, 전국적 차원의 형평성의 문제를 어떻게 조화시키느냐 하는 문제는 별개로 남는다 하겠다.
(전창배, 국민건강보험공단 London School of Economic 연수 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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