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단체의 주변이 무척 해이해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말만 무성하고 이루어지는 것이 없다는 뜻입니다. 단체를 추스르고 이끌어갈 리더십의 부재를 탓하는 회원들도 많아졌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하던 인걸(人傑)은 다 어디가고, 키도 아량도 고만고만한 사람들이 서로 얽혀 폭로성 공격 놀이에 재미를 붙인 듯합니다.

그러니 미래는 보이지 않고 암울하기만 합니다. 열세를 지탱하다보니 감세 능력은 고사하고 이 구석 저 구석에서 새롭게 세금이 부과될 것이라는 논란도 일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의사 회원들은 자신을 대표하는 단체의 정통성을 이해할 능력이 함몰된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자신들의 방향타를 잃고 있습니다.

이러한 최근의 흐름은 창립 100년을 넘긴 의사단체로서는 격에 맞는 세워진 지도자를 중심으로 뭉치는 일도 허술한 것 같습니다. 사실상 그 무게가 실린 대안도 없는 듯합니다. 오히려 의협 외곽 단체가 그보다 앞서 정부의 허약성을 지탄하는 성명을 발표함으로써 그 뜻이 청와대와 속내를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결과 보건복지부는 대중유통을 막으려던 집행을 접어야 했습니다. 한 국가의 보건복지 정책이란 백년대계(百年大計)여야 합니다. 한순간 날개 짓을 했다가는 그 균형이 일그러져 전면적으로 요동치게 되고, 결국 걷잡을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 바로 복지의 원리입니다.

정부는 어쩔 수 없이 보험재정을 20% 범위 안에서 절감해야 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역시 행정가들의 손놀림이 빠르게 작용할수록 환자의 어려움은 그만큼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규제일변도의 역사를 가진 우리의 복지행정은 이노베이션(innovation)이 이슈인 MB정부와는 거꾸로 가는 것 같습니다. MRI 수가 조정에서 드러난 것은 물론이고, 처방이 있으면 조제도 함께, 바늘 따라 실도 함께 따라 가야 한다는 원리까지도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 쌍벌죄를 다스리는 관계기관은 사면초가의 의료계에 너무나도 위협적입니다. 관련 행정부처, 사정팀, 감독ㆍ감시 기관 등 온갖 유관기관이 총동원하여 마치 작전을 벌이듯이 업소에 쳐들어가고 있습니다. 당연히 기업의 업무가 마비될 수밖에 없겠지요.

최근 들어서 병원이 크면 클수록 부쩍 외자회사 제품에 처방을 의존하고 있어 시장이 크게 급변하고 있습니다. 국내 연구진이 땀 흘려 일궈온 특허종료 품목 개발도 그 과정이 거의 반영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금 또는 개발 비용을 포함해서 제품 개발에 필수적인 과정이 거의 참작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러다가는 고용도 없는, 사그라지는 제약산업이 되지 않을까 큰 걱정입니다.

그렇더라도 역사의식의 흐름에 따라 순항해야 할 국민의 건강은 올바로 지켜져야 할 것입니다. 능력 있는 장관을 모시면서 얽힌 고통을 우리는 겪었습니다. 역시 자리에 차지하고 있다고 모두가 리더십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보험공단도 너무 강합니다. 유연성을 가미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아울러 복지부에 대한 통수권자의 인식도 바꾸어줄 것을 호소합니다. 지난 23년 동안 보건의료계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줄기차게 노력해 온 우리 의계신문의 특집 기념호를 제작하면서 현실에 대한 저의 소회를 간단히 정리했으며 기념사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애독자 제현의 건강은 물론 뜻하시는 일들이 모두 이루어지시기를 축복합니다. 감사합니다.

2011년 7월 7일

의계신문사 발행인 박용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메드월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