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워서 혹은 몇 년 동안 막연히 자연임신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검사를 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불임치료 시기를 놓치면 자연임신을 못할수도 있다. 불임이라고 판단되면 하루라도 빨리 병원을 찾는 게 중요하다”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5층에 가면 ‘아기희망클리닉’이 있다. 지나던 환자와 보호자들이 ‘뭐하는 곳인가’하며 그 낯선 이름에 궁금하다는 표정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아기희망클리닉은 임신이 잘 되지 않은 원인을 월경주기에 맞게 자연스럽게 관찰 및 검사하여 원인을 찾고, 원인에 따라 배란유도, 배란기 성교, 인공수정술, 생식자 난관 내 이식, 체외수정 및 배아이식, 배아동결보존, 정자동결보존 등의 보조생식술로 아이를 갖기 원하는 부부에게 희망을 주는 곳이다. 먼저 이곳에서 이루어진 케이스부터 살펴본다.

#1 남편 무정자증 부부의 임신

결혼 후 3년이 돼도 임신이 되지 않은 36세 A씨. 정자 검사에서 무정자증 진단을 받고 임신 상담을 위해 내원했다. 기존의 시험관 시술 이외에 이 부부에게는 고환 조직 채취 후 정자를 찾는 과정과 이후 난자와 수정시키는 세포질내 주입술이 추가로 필요했다. 그러나 남편의 무정자증 원인이 잠복고환으로 생식세포의 무형성과 위축이 관찰되어 고환생검 후에 정자를 찾지 못하여 이전 발생단계인 원형 정자세포를 뽑아 난자와 수정을 시도했다. 다음날 수정 여부를 확인했으나 수정이 안돼 배아이식을 하지 못했다. 실망한 부부는 두 번째 시험관 시술을 다시 시도했으나, 역시 수정되지 않았다.

이후 남편의 상태가 시험관 시술로도 임신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던 중 지인을 통해 정자공여를 받게 됐다. 수혜 받은 정자도 자연 수정되지 않아, 정자 세포질내 주입술로 13개 난자 중 8개가 수정되고 이 중 4개의 배아를 3일째, 2개 배반포 배아를 5일째 이식하여 임신에 성공했다.

#2 자궁근종으로 걱정되는 임신

27세의 결혼 2년차인 B씨는 부인과 검사에서 약 3cm 정도의 자궁근종을 진단받았다. 주기적인 검사에서 자궁근종의 수와 크기가 증가했으나 특별한 증상이 없는 상태이기에 주기적인 관찰만 했다. 결혼 후 3년째부터 임신을 계획했으나 이후 2년간 임신이 되지 않았다. 근종에 대한 부담감과 남편의 해외근무로 인해 결혼 5년차에 임신 상담을 시작했다.

자궁근종은 수와 크기가 증가하였으나 다행히 근종의 위치가 임신을 방해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어 수술 없이 임신을 시도하기로 결정했다. 해외에 거주하고 있으나 B씨는 임신을 위해 한국에서 진료를 받기로 했다. 해외에 있는 남편의 정자는 냉동보존하여 사용하기로 했다. 국내 거주기간이 짧기에 효과적인 임신을 위해 인공수정을 먼저 2회 시행했으나 임신이 되지 않아 바로 시험관시술을 결정했다. 난자 채취일에 남편이 국내에 없어 미리 정자를 채취한 후 냉동 보존했다가 채취된 8개의 난자와 수정시켜 3개의 배아를 이식, 임신에 성공했다.

“가임연령 성인의 10~15% 불임”

불임이란 부부가 피임을 하지 않고 정상적인 성생활을 하면서 1년 내에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최근 공해, 스트레스, 늦은 결혼 등에 의해 불임환자 수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이다. 전체 가임연령에 있는 성인의 10~15%가 불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임부부는 꾸준히 증가하지만, 부끄러워서 혹은 몇 년 동안 막연히 자연임신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검사를 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불임치료의 시기를 놓치게 되어 자연임신을 못하게 될 수 있다. 불임이라고 판단되면 더 이상 혼자 고민에 빠지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병원을 찾는 게 중요하다. 임신 능력은 나이가 많을수록 떨어지기 때문이다.

일산백병원의 아기희망클리닉은 임신이 잘 되지 않은 원인을 월경주기에 맞게 자연스럽게 관찰 및 검사하여 원인을 찾는 곳이다. 그리고 원인에 따라 배란유도, 배란기 성교, 인공수정술, 생식자 난관 내 이식, 체외수정 및 배아이식(시험관아기 시술), 세포질 내 정자 주입술, 난자 내 원형정자세포 직접 주입술, 포배기 배아 배양, 보조 부화술, 배아 동결 보존, 정자 동결 보존, 포배기배아 동결 보존 등의 보조생식술로 아이를 갖기 원하는 부부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또한 산부인과 외래와는 독립적으로 클리닉이 운영됨으로써 조용한 공간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진료시간에 제한 없이 상담을 원하는 시간에 맞춤형 진료가 가능하다.

막연히 기다리다 임신시기 놓칠 수도

많은 여성들이 젊은 날을 ‘그저 임신이 되겠지…’ 하며 막연히 기다리다가 시기를 놓쳐 보조생식술의 도움도 받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에 임신이 잘 되기 위한 지침을 소개한다. 이러한 시도 후에도 임신이 되지 않는다면 바로 클리닉을 방문하여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임신이 잘 되기 위한 지침

▲과도한 스트레스와 피로를 피해야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취미생활을 갖는다. 스트레스는 성호르몬 생산이나 난소, 고환의 기능을 조절하는 뇌에 나쁜 영향을 준다. 미국 피츠버그에 있는 매기 여성연구소의 새러 버거 박사는 임신에 매우 중요한 호르몬 분비의 균형이 스트레스에 의해 깨질 수 있으며, 따라서 스트레스가 불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남녀 모두 지나친 음주ㆍ흡연 삼가야
흡연은 정자의 생산능력, 운동성 및 정자 모양에 악영향을 미친다. 만성 알코올 복용은 발기력 장애, 성욕의 감소를 일으킨다. 가벼운 알코올 섭취는 정액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으나, 과량으로 섭취했을 경우 성기에 신경이상을 가져와 발기력 장애를 초래해서 남성 생식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흡연여성은 난자 감소, 월경장애 등으로 인한 불임률이 비흡연 여성보다 1.6배 높았다.

▲정상체중을 유지하는 운동을 해야
체지방이 많으면 지방에서 생성되는 여성호르몬 전환효소가 많이 분비되고, 체내에 여성호르몬이 너무 많으면 배란이 억제된다. 체질량지수 (BMI)가 27이상인 경우는 정상체중에 비해 불임률이 3배정도 높다. 반면, 체질량지수가 낮고 매일 운동하는 시간이 많은 여성일수록 불임 위험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선한 야채ㆍ잡곡으로 식생활 개선해야
기름진 육류, 백설탕, 고지방식품, 가공식품, 인스턴트 음식을 피하고 현미 등 잡곡밥과 생야채, 과일 중심의 식사, 가급적 농약, 화학비료를 덜 쓴 유기농 농산물 섭취할 것으로 권유한다. 남성의 경우 정액을 호전시키는 방법 중 하나로 비타민 C는 하루 1g 이상, 비타민 E는 하루 200IU 이상 복용하는 것이 좋다는 연구가 있다.

▲친밀한 부부관계 유지해야
성교 횟수나 성생활 만족도 등에 따라 임신율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교 횟수가 주 1회 미만인 부부는 주 4회 이상인 부부 임신율인 83%에 비하여 임신율이 16%로 현저히 감소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성교 횟수는 무리하지 않는다면 적당하게 많으면 좋다. 또한 배란일은 맞춰서 성교를 하는 것은 부부사이 관계에 너무 계획적인 느낌을 주므로 자연스럽게 일주일에 2~4회 성교를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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