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제공 = 중앙대용산병원 외과 박중민 교수

지난해 여름 50대 여성 윤영숙씨(가명)는 배꼽 주위 탈장으로 인해 중앙대용산병원 외과에 입원하게 됐다.

환자 침대를 가득 메우고 있는 큰 덩치의 그녀는 오랜 기간 당뇨, 고혈압, 관절염 등으로 고생해 얼굴에는 병색이 가득했다. 탈장을 치료하러 입원했지만 의사가 내린 진단은 고도비만과 그로 인한 합병증으로 고혈압, 당뇨, 관절통, 배꼽 탈장 등이 동반된 상태였다.

그녀는 지금껏 비만에 대해 아무것도 안하고 방치해 온 것도 아니었다. 당뇨와 고혈압의 조절을 위해 내과에 열심히 다니고 있었고 갖가지 비만 치료제, 즉 ‘살 빠지는 약’을 복용해 봤지만 효과는 없었다.

그녀는 의사의 권유에 따라 고도비만수술인 ‘배리아트릭 수술(Bariatric surgery)’을 받게 됐다.
수술 후 3일째 퇴원하였고, 수술 3개월 후 그녀는 더 이상 고혈압과 당뇨약을 먹지 않아도 됐으며 100kg에 육박하던 체중은 현재 65kg이 되었다.

◇ 체질량지수 30이상 고도비만, 국내 약 7만명 수술 필요한 고도비만 환자

2003년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배리아트릭 수술(Bariatric surgery)’이 시술되었을 때만해도 사람들의 생각은 “비싼 돈 들여서 이런 수술까지 해가며 살 뺄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는 것이었다.

특히 국내에서는 고도비만 수술은 오래 전부터 위험한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내려왔다. 이러한 인식은 비만 환자나 일반인들 뿐 아니라 심지어 의사들 사이에도 만연하여 일반 비만환자와 전혀 차별화 되지 않은 치료가 고도 비만 환자에게 시행되었다. 그 결과로 성공율이 희박한 치료법에 그 동안 막대한 의료비용의 낭비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20여 년 전부터 미국을 비롯한 서구에서는 수술적 방법을 통한 고도 비만의 치료법이 중요한 자리를 잡았으며 국내에서도 최근에 많은 수술이 이루어졌을 뿐 아니라 동양인의 비만 형태에 맞는 수술법이 연구 개발되는 등 큰 발전이 있었다.

비만에 관한 용어로 ‘체질량지수’라는 것이 있는데 체중(kg)을 신장(m)으로 두 번 나누어준 수치로 (예를 들면 70kg에 1m 60cm인 경우는 70/1.6/1.6=27.3) 18.5~22.9는 정상체중, 23~24.9는 위험체중(과체중), 25~29.9는 1단계 비만, 30 이상은 고도비만으로 분류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는 전체 인구의 34%가 체질량지수 30 이상의 고도비만이고, 우리나라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2010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4.8%가 고도비만에 해당되며 수술이 필요한 대상인 체질량지수 35이상은 0.1∼0.2%인 약 7만 명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고도비만환자 정상인 비해 합병증 등으로 평균 수명 15년 이상 적어... 수술 받으면 사망률 40% 낮춰

이제 비만은 단순한 외견상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을 위협하는 질병으로 간주되고 있다. 비만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오래 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고도비만인 40세 환자가 같은 나이의 정상인과 비교하여 평균 생존기간이 15년이 적다고 조사되어 있으며 체형의 변화뿐 아니라 고도비만이 지속된 기간에 비례하여 당뇨병, 지방간, 관절염, 천식, 암, 폐쇄성 무호흡증, 고혈압, 폐색전증, 불임, 생리불순, 역류성 식도염 등, 다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종류의 합병증 발병의 위험이 있다.
미국에서 유방암으로 사망하는 환자가 한해 9만 명인데 고도비만과 그에 따른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30만명에 달한다는 사실은 고도비만의 심각성을 잘 말해준다.

하지만 놀라운 점은 비만과 관련된 합병증이 발생하더라도 고도비만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체중이 정상으로 되기도 전에 이러한 합병증이 대부분 완치되거나 개선된다는 사실이다.

또한 더욱 중요한 사실은 실제로 고도비만 환자가 수술을 받은 경우 수술을 받지 않은 고도비만 환자에 비하여 얼마나 더 건강해지고 얼마나 더 오래 사는지가 장기간의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는 점이다. 연구에 의하면 전체 사망률은 40%가 감소되며, 특히 당뇨병에 의한 사망률은 92%, 심혈관질환 사망률은 59%, 암 사망률은 60%가 고도비만수술에 의해 감소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고도비만은 건강한 삶을 지속하기 위해 신속한 치료가 필요한, 그리고 치료가 가능한 질환인 것이다.

◇ 복강경 수술을 통한 위밴드술과 위소매절제술을 보편적으로 시행

1991년 미국 국립보건원의 컨센서스 모임에서 현재 고도비만의 유일한 치료방법은 ‘배리아트릭 수술(Bariatric surgery)’이라고 인정하고, 수술이 적합한 대상자로 체질량지수(BMI)가 40kg/m2이상 또는 35이상이면서 비만 관련 합병증을 동반한 경우로 규정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아시아권에서 사용하는 수술 적응증은 체질량지수가 35kg/m2 이상인 경우, 체질량지수 30kg/m2 이상으로 식이요법 또는 비만 약물치료에도 불구하고 체중조절에 실패하거나 더 이상 반응이 없거나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이 동반된 경우, 체질량지수 30kg/m2이상으로 비만으로 인하여 사회적 경제적 활동이 제한 받는 경우이다.

우리나라에서 수술의 기준이 이렇게 미국에서와 약간 다른 이유는 우리나라의 고도비만은 주로 복부 비만의 형태이고 같은 체질량지수에서도 서양인에 비해 체지방이 더 많기 때문에 이로 인해 비만으로 인한 각종 합병증의 유병율이 높아지므로 서구에 비해 더 낮은 체질량지수에서도 수술 받을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복강경 수술의 발달로 현재 모든 고도비만 수술은 복강경 수술로 하고 있으며 그 종류는 위를 줄이거나 조여 줘서 음식섭취를 제한하거나 소장을 짧게 해 흡수를 줄이는 방법과 이 두 가지 방법을 혼용하는 수술법이 있다. 수술 방법은 지역에 따라, 또는 수술자에 따라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

위밴드 수술은 식도에서 이어지는 부위의 위에 내경을 조절할 수 있는 밴드를 설치하여 인공적으로 음식이 내려가는 길을 좁게 하여 섭취를 제한하는 수술법이다. 수술이 비교적 간단하고 수술 합병증이 거의 없고 조절가능하고 밴드를 제거함으로써 원상회복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 국내 비만수술 중 가장 많이 이용되는 수술법이다.

위소매절제술은 위의 일부분을 절제하여 얇은 위관을 만들어 위의 용량을 줄여 음식 섭취량을 줄이며 위에서 나오는 식이조절 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하는 수술방법으로 높은 체중 감량 효과는 물론이고 수술 과정이 비교적 간단하고 초기 합병증이 매우 적으며 (0.1%) 수술 후 영양 및 대사 장애가 적은 편이다.

이 두 가지 수술방법은 특히 위암의 유병율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위, 십이지장의 내시경 검사가 수술 후에도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기 때문에 최근 가장 각광을 받기 시작한 방법으로 중앙대용산병원 고도비만수술센터 박중민 교수도 이와 방법으로 고도비만 수술을 하고 있다.

그밖에 다른 수술법으로는 미국에서 가장 많이 시술되는 방법인 루앙와이 위 우회술, 이와 비슷한 방법인 축소 위 우회술 등이 있다.

나라마다 시술되는 수술의 종류가 이렇게 다른 이유는 비만의 형태 이외에 비만의 주원인도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는 주로 고지방 식사가 문제가 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주로 탄수화물 위주의 폭식이 문제가 되고 놀랍게도 고도 비만 환자의 지방 섭취량은 정상인과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런 점을 고려한 결과 섭취제한을 일으키는 수술법인 위밴드술과 위소매절제술이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장점이 많은 수술 방법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 고도비만수술, 미용 아닌 생존 위한 필수 선택


중앙대용산병원 고도비만수술센터 박중민 외과 교수는 “체중 감량과 비만 관련 합병증의 회복과 더불어 고도비만 수술의 가장 중요한 효과는 ‘삶의 질’의 변화다“라고 말하며, ”굶기와 폭식을 반복하고 대인관계와 정신이 극도로 피폐했던 환자들이 안정적으로 사회에 복귀하고 자신감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실제 위암 같은 질환의 경우는 한해 약 2만여 명이 진단 받고 이들 대부분이 수술적 치료를 받지만, 고도비만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 중에는 심지어 1년에 20만건의 비만수술이 시행되는 미국에서도 단 1%만이 이러한 수술적 치료를 받는데 불과한 현실이다.

박중민 교수는 “식이요법과 약물요법에 의한 고도비만의 치료에 조금이라도 반응하는 비율은 3%미만에 불과하다” 며 “고도비만은 수술적 치료만이 가장 확실하고 유일한 치료 방법이다”라고 강조한다.

또한 박 교수는 “일반적인 비만 치료와 고도비만 환자의 수술적 치료는 완전히 차별화 되어야 한다“고 말하며, ”고도비만 수술은 미용 수술도, 성형 수술도 아닌, 비만으로 인한 사망률을 낮추고 환자에게 새로운 삶을 열어주는 수술이다“라고 말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메드월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