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받기 어려우나 치료시기가 삶의 질 결정

유모씨는 자고 일어난 후 오른쪽 새끼손가락 손등이 남의 살처럼 느껴지면서 콕콕 찌르는 통증을 느꼈다. 손을 깔고 자는 경우 이런 증상이 있을 수 있다고 듣고 약을 처방 받았다. 1주일간 지속되던 통증이 하루 이틀 괜찮더니 이번에는 왼쪽 새끼손가락으로 통증이 옮겨갔다. 디스크가 의심되어 MRI검사까지 받았지만 디스크에는 문제가 없었다.

근무 자세에 문제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되어 의자도 바꾸어 보고 모니터 높이도 바꾸어 보았지만 이 고통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웠다. 손에서 시작된 통증은 손목, 겨드랑이, 가슴, 어깨까지 범위가 넓어지면서 마치 띠를 두른 듯한 조이는 느낌도 동반되었다. 여러 진료과를 전전하던 중 척수염이 의심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신경과를 방문하여 척수염을 진단 받고 의사의 권유로 회사에 병가를 신청하고 치료를 시작하였다.

인터넷으로 척수염을 검색 해보면 힙합 뮤지션 타이거JK(본명 서정권, 한국 최초의 DJ이자 팝 칼럼니스트 서병후씨와 그룹 들고양이의 리더 김성애씨 자제)의 이야기가 몇 페이지를 차지한다. 어눌한 한국어, 투병 중 급격히 불어난 체중과 지팡이 생활 등의 솔직한 투병기가 소개 된다.

갑작스레 찾아오는 통증과 함께 진단도 쉽지 않은 척수염은 과연 어떤 질환인지 알아보자.

척수는 뇌와 팔다리 신경의 가교역할을 하는 중추신경계의 한 부분으로 목에서부터 허리까지 이어져 있으며, 척추 뼈에 의해서 보호되는 부분이다. 이 척수에 염증이 발생하는 병이 척수염이다.

염증 발생의 원인으로는 자신의 척수를 적으로 간주하고 공격하는 면역학적 이상과 감기, 장염 등의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 또는 감염 후 면역학적 문제 등이 있는데 원인을 찾기가 쉽지 않다.

척수염은 염증이 발생한 위치에 따라 일정 부위 이하에서 감각의 이상이 발생한다. 주로 몸의 양쪽에 증상이 발생하며, 증상이 좌우가 비슷할 수도 있고 한 쪽이 더 심할 수도 있다. 환자는 매우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는데, 감각이 떨어졌다거나 먹먹하다고 느끼기도 하고, 저림이나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가슴에 띠를 두르는 듯이 조이는 통증이 있는 경우도 흔하기 때문에 디스크 질환이나 대상포진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많다. 감각 이상보다 더 심각한 증상은 근력의 약화와 배뇨장애이며, 하반신 마비가 오는 경우도 흔히 있다. 갑자기 소변이 나오지 않는 경우도 흔하며, 이럴 때는 병원을 찾아 오줌을 인위적으로 배출하여 땡땡해진 방광을 풀어 주어야 한다.

근력약화, 감각이상 등으로 척수염이 의심되면 신경과 의사의 진료가 필요하며, 근전도, MRI촬영, 뇌척수액 검사 등을 통해 진단하게 된다. 치료를 위해 일반적으로 스테로이드 제제 투여를 먼저 하게 되며 상황에 따라 면역억제제를 쓰기도 한다. 치료를 빨리 시작하는 것이 마비증상 및 기타 후유증으로 고통을 받는 기간을 줄이는 지름길이다.

강북삼성병원 신경과 서범천 교수는 “척수염은 흔한 질환은 아니지만 한 달에 1~2명 정도 새로운 척수염 환자를 진료실에서 만나고 있다”며 “다양한 임상 양상을 보이면서 하반신 마비로 내원하는 경우는 척수질환으로 의심하기 쉽다. 하지만, 양쪽 다리의 근력이 정상인 경우에도 가슴이 띠를 두른 듯 따끔거리고, 저리면서 아픈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에도 척수염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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