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여고 동창회장 시절 삼성그룹 홍나희 미술관장과 함께 모교 전 교실에 컴퓨터를 기증하여 미래를 여는 新여성으로 각급 언론사로부터 찬사를 받던 박양실 전 복지부장관. 그가 세 번째 수필집을 냈다.

『어머니와 노티』- 제목이 눈에 띄어 전화를 걸었다. "거기 있잖아. 평양식 별식이야"라고 응대한다.

인간 박양실에 대한 얘기가 많다. 여의사회장, 서울대 총동문회 부회장, 산부인과학회 회장, 가천의대 겸임교수, 인제의대 외래 교수 등 20개가 넘는 사회참여 직함이 있다 보니 보는 눈이 각각이다. "치마만 둘렀지 배포는 남자야 - 어머니를 닮아 통이 크지." 집안의 평가이다. 그리고 거의 모든 사람들은 "수줍음을 머금은 부끄러운 여성"이라고 평가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글은 선이 굵으면서도 섬세하다. 글의 흐름이 합리적이라 읽기가 편하다. 한번 펜을 들면 수필처럼 흘러 독자의 마음을 잘 인도한다. 생의 동반자처럼 아껴주는 이길여 경원대총장은 "성격처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진솔하다"고 추천사에서 그의 모양을 그렸다.

박양실 필자는 이번 수필집을 통해 넓은 세상을 규모 있게 정리한 듯한 지휘자처럼 보인다. 세상 풍물은 물론 책 한 권을 통해 각급 분야의 구체적인 체험을 할 수 있게 했고, 전문직의 사회 탐방은 물론 세속의 흐름을 타게 했으며, 구체적이고 확실한 기록을 통하여 이 책을 읽는 사람에게는 풍부한 양식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인 것 같다.

서평을 맡아 정리하다보니 진작 읽고 써야 할 텐데 우송을 받아 책상머리에 펼쳐놓은 채 며칠이 지나고 보니 평소 가깝게 존경해오던 그 분에게 송구스런 마음이 들어 수필집의 얽히고 설킨 읽는 재미와 흥미를 맛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20년이 지난 얘기지만 중국 여행을 다녀와서 "나는 하고 있던 목걸이를 떼어주고 왔어." 연길 여인의 친절과 처지를 안타까이 여긴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그 특유의 민족관과 윤리관의 잣대로 연길 사람들은 한국인에 대한 기대가 증오로 바뀌고 있음을 그는 감지했던 것이다.

앞서 다녀갔던 많은 한국관광객들이 "조국에 한번 초대하겠다" "자녀양육이나 장학금을 주겠다" "취업을 돕겠다" 등 하지 않아도 될 얘기들을 흘려놓은 것이 화근이 되었음을 안타까이 여긴 그는 즉석 목걸이 처방을 했으리라. 山이 높으면 계곡도 깊은 법. 친인척간의 일처리도 마찬가지이다. 회생할 때까지 돕고 기다리는 그의 마음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는 자신이 서울의대 산부인과에 남아 교직생활을 할 기회가 있었으나 일찍이 홀로 되어 시댁 식구와 자녀양육을 해야 할 가장으로서의 책임 때문에 개원의 길을 택했었다.

출중하게 성장한 맏아들 충신 군은 모교인 서울의대 산부인과에 남아 교수로 봉직하고 있음은 어머니의 깊은 사랑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저자는 10년 더 살아 80살이 되면 책 한 권을 더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가정을 했는데, 그 가정은 당연하다. 필자는 그 소망이 이루어진 다음 또 다시 한번의 책이 더 나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는 마음을 품어본다. 진심으로 마음으로부터 기도를 드린다.

<박용진 사장ㆍ의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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