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35·남)씨는 요즘같이 더운 날이면 반팔 와이셔츠를 한 벌 더 가지고 출근한다. 겨드랑이에서 흐르는 땀 양이 많아 점심 무렵이면 아침에 입고 출근한 와이셔츠가 흠뻑 젖어 갈아입어야 하기 때문. 김씨는 데오도란트와 같은 화장품을 뿌리고 시간마다 화장실에서 손수건으로 땀을 닦지만 상태가 호전되기는 커녕 땀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 참다못한 김씨는 최근 대형병원을 찾았고 진단 결과 겨드랑이 다한증인 것으로 나타났다.
생명을 위협하거나 건강을 악화시키는 질병은 아니지만 심할 경우 삶의 질을 저하시키고 사회생활에 불편을 초래해 심리적인 부담을 주는 다한증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 일상생활에 불편을 주는 질환

다한증은 땀이 생리적인 요구보다 비정상적으로 많이 나는 것을 말한다. 의학적으로는 교감신경 기능의 비정상적인 항진으로 전신발한이 아닌 국소적(주로 두피와 얼굴, 손바닥, 발바닥, 겨드랑이 등)으로 땀이 나고 특히 과도한 땀으로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느끼는 증상을 일컫는다.

■ 액취증 동반할 확률 높은 편

다한증은 땀으로 인해 냄새가 나는 액취증과는 차이가 있다. 인체에는 아포크라인 한선과 에크린 한선이 있는데 전자는 액취증을, 후자는 다한증을 유발한다. 액취증은 아포크라인 한선에서 분비되는 물질이 피부 표면에서 세균과 결합해 냄새가 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아포크라인 한선은 털과 함께 존재하는 경우가 많으며 옷이나 속옷에 묻어 냄새가 더 심해질 수 있다. 즉, 단순히 땀이 많으면 다한증, 양이 적더라도 냄새를 동반하면 액취증인 것. 그러나 이 두 가지를 동반할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 전체 인구의 1%가 다한증 환자

다한증은 1차성 다한증과 2차성 다한증으로 구분한다. 1차성 다한증은 대부분 온도나 감정의 변화, 교감신경 활동증가에 의해 자연 발생한다. 통계적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0.6~1% 정도가 1차성 다한증에 해당하며 서양인보다는 동양인이, 장년층보다는 젊은층에서 많이 나타난다. 반면 2차성 다한증은 후천적인 요인에 의해 발병한다. 대개는 뇌하수체, 시상하부와 같은 중추신경계의 이상이나 결핵과 갑상선 질환, 당뇨병, 크롬친화성 세포종 등의 질환으로 인해 생긴다.

■ 증상 부위에 따라 병명도 제각각

다한증의 종류는 땀이 나는 부위에 따라 손바닥과 발바닥 다한증, 겨드랑이 다한증, 안면 다한증 등으로 분류한다. 이중 가장 흔한 것은 손바닥 다한증으로 글씨를 쓰거나, 타인과 악수를 할 때, 컴퓨터 키보드를 사용할 때 등 손바닥에 땀이 많이 나 종이가 젖거나 자국이 남아 심리적으로 위축,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다.
발바닥 다한증은 발바닥의 과도한 땀으로 양말이 잘 젖으며 미끄러져 넘어지기 쉽고, 맨발로 슬리퍼를 신기도 어렵다. 그러나 발 진균증에는 잘 걸리지 않는 특징이 있다.
겨드랑이 다한증은 겨드랑이에 땀이 많이 나는 경우로 옷을 입으면 겨드랑이 부분이 흥건하게 젖어있고 때로는 변색돼 신경이 쓰이는 경우다.
얼굴에 땀이 많이 나는 경우는 안면부 다한증이라 한다. 흔하지는 않으나 일상생활 중에도 얼굴이 땀으로 완전히 적고 심할 경우 땀이 떨어질 만큼 많이 나 매우 당황하게 된다. 안면부 다한증은 흉부교감신경의 지배를 받는다.

■ 증세 심하지 않다면 국소도포제만으로도 치료 가능

다한증에는 여러 가지 치료 방법이 있으나 대개는 경증일 경우 증상 부위에 약물을 바르고 효과가 없으면 수술을 시행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신적인 치료를 겸하는 경우도 있다.
수술을 할 정도로 심하지 않다면 땀 분비를 억제하는 국소도포제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주로 염화알루미늄 제제를 증상 부위에 도포하는데 사용법은 취침 전 샤워 후 부위를 깨끗하게 한 뒤 2~3회 가량 바르고 다음날 아침 부위를 씻어낸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일시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방법으로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전신적인 약물투여를 고려한다. 그러나 약물투여는 다한증 치료보다 약물 자체로 인해 합병증이 생길 수 있어 흔히 사용하지는 않는다.
보톡스를 주사하는 방법도 이용한다. A형 보튤리늄 독소인 보톡스를 피하조직에 소량 주입하면 아세틸콜린 전달을 막고 근육마비를 일으켜 발한을 억제시킨다. 용량에 따라 1개월부터 길게는 1년까지 지속 기간을 달리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효과가 일시적이고 재발이 잘 되며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이온영동치료(inotophoresis)는 전기 힘을 이용해 이온이나 이온화된 약물을 피부나 점막으로 국소 투여하는 치료방법이다. 장점은 약물의 전신 부작용을 줄일 수 있고, 주사와 달리 통증이 적으며 혈관이 없는 부위에도 약물 투여가 가능하다. 전해질 용액에 증상 부위를 담근 상태에서 전류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한번에 20분씩, 1주에 수차례 시행하면 2주 내지 6개월 정도는 땀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시술 방법이 비교적 간단하지만 치료중단 시 재발 염려와 물에 담그기 힘든 부위는 치료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이밖에도 실질적으로 심하지 않으나 유독 땀이 나는 것에 집착하는 경우는 정신적 치료를 겸하기도 한다.

■ 심할 경우 교감신경 차단ㆍ절제 수술로 치료

흉부외과에서 가장 흔하게 시술하는 방법은 흉강내시경을 이용한 흉부 교감신경 차단술이다. 효과가 가장 확실하고 영구적이며 보편화 되어 있지만 개인에 따라 수술 후 보상성 다한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이와 함께 액취증을 동반한 환자는 좋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흉부 교감신경 차단술은 수술이 비교적 간단할 뿐 아니라 효과가 우수해 국소적 다한증 치료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교감신경을 차단하는 방법은 교감 신경 줄기의 신경 전도를 차단하는 방법이 가장 많이 사용된다. 대표적으로는 줄기절단술과 클립차단술을 들 수 있다. 줄기절단술은 교감 신경 줄기를 자르는 것으로 100%에 가까운 수술 성공률을 보인다. 클립차단술은 내시경용 티타늄 재질의 클립을 이용해 신경 전도를 차단한다.
그러나 액취증을 동반하는 경우는 이 시술로 효과를 보기 어렵다. 액취증을 야기하는 아포크라인 한선은 교감신경의 지배를 받지 않기 때문. 그러나 액취증은 아주 작은 절개 부위를 통해 가는 금속관을 삽입, 마취한 후 진동을 줘 피하 지방층에 있는 땀샘을 흡입, 제거하는 땀샘 제거술로 치료할 수 있다.

■ 수술 후 다른 부위 땀 증가할 수도

흉부 교감신경 차단술의 단점 중 하나는 수술 전 땀이 나지 않던 부위에서 땀이 나는 보상성 다한증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수술 1~3개월 후 클립을 제거해 수술 이전의 상태로 돌리는 작업을 시행한다.
보상성 다한증은 개인적인 차이가 있지만 주로 등과 엉덩이 등 수술 전에는 땀이 나지 않던 부위에서 수술 후 땀양이 증가하는 것으로 교감신경 자극 차단으로 인한 뇌 발한 조절기능 혼돈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상성 다한증의 발생을 줄이기 위해 교감 신경의 전도를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교감신경 교통가지 절제술을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 척추 신경에서 교감 신경 줄기로 들어오는 교감 신경 가지를 절제해 손과 얼굴 등 다한증 증상이 있는 부위의 땀샘 교감 신경 전도를 선택적으로 차단한다. 그러나 일부 교감 신경 분포의 변이가 있는 환자에게서는 충분한 발한 감소 효과를 볼 수 없는 경우도 있으며 수술 난이도가 비교적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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