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본격적인 휴가철이다. 여느 때보다 일찍 찾아온 더위에 모두들 ‘덥다, 더워!’를 연발하면서 저마다 시원한 해변이나 계곡을 꿈꾼다. 문제는 꽉 막힌 일상을 벗어나 자연을 즐기려는 욕구가 항상 즐겁게 마무리되지만은 않는다는 사실이다. 자연은 그 쾌적함만큼이나 위험요인들을 안고 있어서 간혹 우리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가 있다. 야외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평소에 대수롭지 않게 보이던 상식이나 경험이 아쉬운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러한 때 알아두면 유용한 응급처치법을 살펴보자.

■ 물놀이가 위급상황으로 돌변

여름이니만큼 우선 물과 관계되어 생기는 사고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집중호우로 물에 쓸려가거나 보트가 뒤집힌다거나 물놀이 중에 익사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물에 빠졌다가 구조된 사람의 배를 눌러 물을 토하게 해서는 안 되며, 숨을 쉴 수 있도록 기도를 유지하는 자세를 취하고 인공호흡을 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때 의식이 없더라도 호흡이나 맥박이 뛰고 있으면 금방 생명이 위태로운 것은 아니므로 편안하게 뉘인 뒤 안정을 시키고 회복자세를 취하며 몸을 모포 등으로 따뜻하게 해준다. 흔히 배를 눌러서 먹은 물을 토해내는 장면이 영화나 TV에 자주 나오는데, 이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다. 이렇게 구토를 유발하면, 먹은 물뿐 아니라 음식물 등의 위 내용물이 같이 나오다가 숨쉬는 길을 막아 오히려 숨을 못 쉬게 할 수도 있으며, 숨을 쉬더라도 폐로 흡인되어 이후에 흡인성 폐렴 같은 나쁜 질환을 얻게 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맥박과 호흡이 확인되지 않으면 즉시 인공호흡과 심장마사지를 실시하도록 하며 빨리 의료기관으로 이송해야 한다.

■ 불볕더위 아래 더위 먹은 몸

일사병은 무더위에 오래 노출됨으로써 발생한다. 오랜 시간 열을 받아 체온이 상승하여 40℃ 이상으로 고온상태가 되고 체온조절 작용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일어난다. 이것은 그 정도와 발생 기전에 따라 몇 단계로 세분되지만 중요한 응급 처치는 모두 비슷하므로 같이 묶어 생각해도 큰 무리는 없다.
일사병 환자가 생기면 일단 환자를 가장 서늘한 곳으로 옮기고 의복 등을 벗겨서 체온을 떨어뜨리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런 상태에서 물에 적신 모포 등을 덮어 주면서 계속 갈아주면 더욱 빠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모포가 없으면 물수건을 이용해도 된다. 그러나 찬 얼음물을 직접 뿌리는 것은 피부 혈관을 수축시켜 열이 발산하는 길을 차단하기 때문에 좋지 않다. 또 이런 환자는 땀을 많이 흘려 체내에 염분이 고갈된 상태일 수도 있으므로 시원한 이온음료를 준비하여 염분을 보충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하나 소금정제는 섭취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생명이 위중한 열사병인 경우 기도, 호흡, 맥박을 유지하면서 신속히 이송한다.

■ 맨발의 청춘, 베이고 찔리고 까질 때

산이나 바다 등 야외에 산재하는 날카로운 물체들은 노출된 피부에 깊은 상처를 내기 쉽다. 이때 동맥에 손상을 받으면 출혈의 정도가 심해서 심각한 위험을 동반할 수도 있으므로 일단 상처 부위에 출혈이 있으면 피의 성질을 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상처가 깊지 않고 피의 색이 검붉으며 출혈 부위를 압박할 때 쉽게 멎으면 정맥으로부터의 출혈이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반대로 깊은 부위에서 선홍색의 피가 박동을 치면서 뿜어 나오면 동맥의 손상을 의미하므로 다음의 요령으로 응급 처치를 하여야 한다.
우선 환자를 눕히고 가능한 한 상처 부위를 높인다. 그 다음 상처 부위를 살펴서 상처를 낸 물체, 예컨대 유리나 나무 조각 등을 눈에 띄는 대로 모두 제거하는데 이때 상처 속에 있는 물체를 찾느라 상처를 후비는 일은 절대 삼가야 한다. 깨끗한 수건이나 헝겊을 상처 부위에 대고 눌러서 지혈을 시도하면서 그보다 심장에 가까운 부위를 단단히 묶는다.
그러나 이때에도 지혈을 목적으로 고무줄 등으로 졸라 묶는 것은 전체의 혈액 순환을 차단시킬 수 있으므로 좋지 않다. 만일 상처 부위에서 출혈이 계속되어 피가 배어 나오면 상처를 누르고 있는 수건이나 헝겊을 풀지 말고 그 위에 다시 조금 더 센 힘으로 묶어 주는 것이 좋다.

■ 덥다고 무작정 들이킨 맹물에 탈난다

더운 날씨에는 물을 많이 먹게 된다. 수분 보충은 탈수를 예방하는 처치도 되지만 덥다고 갑자기 단시간에 물을 많이 먹으면 오히려 이로 인해 문제를 유발할 수도 있다. 특히 염분이 들어 있지 않은 맹물을 많이 먹는 경우 생체 전해질의 희석으로 인하여 ‘물중독’이라는 상황까지 유발할 수 있다.
증상은 머리가 아프고 토하기도 하며 심한 경우 의식이 혼미해질 수도 있다. 따라서 덥다고 갑자기 많은 물을 먹지 않도록 하며, 수분 섭취시 이온 음료 같은 전해질이 포함된 음료를 적정량 섭취하도록 한다.

■ 휴가지 아마추어요리사의 손은 화상투성이

야외에서 취사도구 등을 다루다가 화상을 입을 경우에는 먼저 화상의 정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알기 쉽게 구분하자면, 피부가 빨갛게 변하기만 했으면 1도 화상, 물집이 잡히면 2도 화상, 화상 부위가 회색이나 하얗게 변하면서 통증을 느끼지 못하면 3도 화상이라고 볼 수 있다.
1도 화상의 경우에는 그냥 두어도 좋으며 2도 이상의 화상이 문제가 된다. 2도 이상의 화상을 당했을 경우에는 우선 화상 부위에 있는 물체(옷, 신발, 반지 등)를 모두 제거해야 한다. 그 후에 화상 부위의 통증 감소와 세척을 위해 차가운 물에 10분 이상 담근다. 그러나 옷이 화상 상처에 달라붙는 경우는 억지로 분리시키지 말고 의료기관으로 이송한다.
어느 정도 통증이 감소되면 깨끗한 천으로 화상 부위를 감싸서 보호하여야 하는데 이때 주의할 점은 연고나 크림 등 외용약품이나 소주, 된장 등을 함부로 바르지 않도록 한다. 또 화상 부위에 솜 등을 사용하면 상처에 솜이 달라붙어 나중에 상처 관리가 어렵게 되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상처를 모두 감쌌으면 화상 부위를 가능한 한 높이 유지하여 부어오르지 않도록 하면서 병원으로 이동하면 된다.

■ 아차차~ 하는 순간 ‘삐끗’

의료시설이 없는 야외에서 의사가 아닌 일반인의 눈으로 골절 여부를 확인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뼈나 관절 부위를 심하게 다쳐서 골절이 아닌가 하고 생각되면 모두 골절로 생각하고 다음의 응급처치에 따르는 것이 좋겠다.
우선 손상 부위를 가능한 한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특히 손상된 부위를 원상태로 돌려놓으려고 시도를 하지 말아야 하는데, 이것은 그러한 시도가 뼈 주위의 근육이나 혈관을 더욱 손상시키기 때문이다. 일단 움직이지 못하도록 손상 부위를 고정시킬 필요가 있다. 이는 부목을 사용하여 묶어주면 된다. 이때의 부목은 꼭 나무가 필요한 것은 아니고 고정을 시킬 수 있는 것이면 주위에 보이는 어떤 것이든지 가능하다. 팔을 다쳤을 경우라면 신문지를 여러 겹 말아서 사용해도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조치를 함으로써 환자의 통증을 경감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병원에 갈 때까지 이동에 따른 추가적인 손상을 막을 수 있으므로 매우 중요한 절차이다.
한편 발목 등의 관절을 삔 경우에는 그 부위를 무리해서 계속 사용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일단의 응급조치로 다친 부위의 관절에 힘을 빼고 가장 편안한 상태로 한 후, 그 부위를 붕대 등으로 감아서 보조 해준 뒤 가능한 한 가장 덜 움직이는 것이 가장 빠른 회복을 이룰 수 있다.

이와 같이 야외로 여행을 떠날 때는 기후와 환경조건을 예상하여 이에 맞는 간단한 구급약을 준비하고 작은 응급처치 책자와 지도, 가까운 병원 연락처 등도 필수 준비물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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