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치료에 대한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과학적인 연구는 약물에 대한 것이다. 수백 명에서 수만 명에 이르는 대상군을 무작위로 둘로 나누어 한쪽에는 진짜 약을, 다른 쪽에는 가짜 약을 수 개월에서 거의 십 년 가까이 복용하게 한 후 그 차이점을 보는 것이다. 이 차이점을 의학자들은 증거 (evidence)라 부르는데, 이러한 증거가 없으면 비과학적으로 치부가 된다. 약물에 대한 연구는 하나같이 약물만의 효과를 보는 연구이기 때문에 그 연구대상이 연구 기간 중 변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다. 원래는 이렇게 연구의 전제에 불과했던 것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중에는 그 자체가 그대로 사실인 것처럼 착각하게 되었다. "몸을 못 바꾸잖아? 약으로 치료해 줄게!"에서, "약이 다 해결해 줄 텐데, 뭐가 걱정이야, 그냥 살던 대로 살아!"로.

인류 건강에 대한 진정한 과학적인 연구는 대상군을 둘로 나누었을 때, 한편에는 약을 복용하게 하고, 다른 편에는 몸 바꾸기를 하게 하여 그 차이를 비교해야 한다. 그래야 약물의 진정한 자리매김을 알 수가 있다. 다행히도 최근에는 이렇게 연구된 논문들이 심심찮게 출현하고 있는데, 그 결과는 몸 바꾸기의 완벽한 판정승이다. 효과도 월등할 뿐만 아니라, 비용도 훨씬 저렴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약은 한 가지 병에만 듣지만 몸 바꾸기는 여러 병을 동시에 치료하고 예방하게 해주는 진정한 의미의 만병통치약이다. 이제 약을 현재 복용하고 있거나, 수시로 약을 찾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물어 볼 필요가 있다. 평생 약에 의존할 것인가, 아니면 몸 바꾸기를 할 것인가?

사람의 질병을 치료해 주고, 병에 걸리지 않게 하며, 건강하게 오래 살게 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몸 바꾸기는 의외로 몇 가지 되지 않는다. 1) 일-몸의 균형 잡기, 2) 몸 둔감하게 하기와 저항력 키우기 3) 6개월간 금주하기 4) 담배 끊기 5) 적정 영양 6) 정상체중까지 감량하기 7) 운동하기 등이다. 여기서 술, 담배 등을 하지 않는 사람은 그 만큼 하기도 쉽고, 몸 바꾸는 시간도 단축이 된다.처음 4가지는 동시에 시작하여 1개월 정도가 되면. 복용 중인 대증약물 (소화제, 변비약, 수면제, 진통제 등)을 끊을 수가 있게 된다. 담배를 끊은 후에는 체중감량에 돌입할 수 가 있고, 체중감량이 어느 정도 된 후에는 운동량을 늘려도 된다. 이 과정 중에 만성질환약 (혈압약, 당뇨약, 콜레스테롤 약 등)을 순차적으로 끊거나 줄일 수 있게 된다.

내 몸을 바꾸는 첫 번째는 역시 일과 몸의 균형이다. 체력소모가 다 된 몸으로는 내몸을 바꾸는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일을 줄이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내가 권하는 휴식방법은 먼저 약 2주간만 일에서 2시간을 빼서 능동적 휴식을 하라는 것이다. 휴식을 하는 장소는 내 머리를 움직이게 하고 몸을 각성시키는 직장 또는 집 이 외의 장소이어야 한다. 내몸이 조건화되어 있는 같은 장소에서는 휴식을 능동적으로 연습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목욕탕이나 찜질방이 제 격이고, 이 외에도 혼자 앉아서 또는 누워서 조용히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라면 다 좋다. 시간은 처음에는 몸에서 필요한 만큼 1-2시간 정도 하다가 충분한 휴식이 되면서 30분까지 줄이면 된다. 휴식을 취하면서는 가급적 잠은 자지 말고, 또한 눈으로 하는 것은 가급적 하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TV, 인터넷, 신문, 독서, 휴대폰 등은 금지이다. 머리도 가급적 쓰지 않는 것이 좋다.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많은 상념들을 뒤로 하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무념무상의 상태를 연습하라는 것이다. 이렇게 2주간만 연습을 하면, 내몸은 조건화에서 풀리기 시작하여, 내몸을 예민하게 만드는 직장이나 집에서도 휴식을 잘 취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에는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데, 일, 나, 가족 사이의 균형을 6:2:2로 나누라는 것이다. 여기서 나누는 것은 내가 활동하는 시간, 노력, 에너지 및 자산을 말한다. 올인하는 삶은 이 중 두 가지를 희생하여 하나를 얻고자 하는 반면, 일과 삶의 균형은 이 세 가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방법이다.
어려서 스트레스를 참도록 교육받아 온 한국인의 몸은 대체로 예민하다. 열 잘 받는 사람, 혈압이 잘 오르는 사람, ‘신경성’ 질환에 시달리는 사람, 지저분한 꼴을 못 보는 사람 등이다. 언뜻 이것은 성격이나 체질로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조건화된 우리 몸의 반응일 뿐이다. 따라서 몸 둔감하게 하기를 통해 얼마든지 바꿀 수 있으며, 이때 성격과 사상은 전혀 바꿀 필요가 없다. 몸 둔감하게 하기의 예로서는 할 일이 100이 있으면 일부러 80만 하기, 내기나 경쟁에서는 무조건 져주기, 기다리던 지하철이나 버스 일부러 타지 않고 그 다음 차를 기다려 보기, 약속 시간 15분 늦어 무안함 당하기, 일부러 실수하기 등이다. 3개월 정도해보면 몸이 둔감하게 된 것을 금방 알게 된다. 저항력 키우기는 일 종의 잡초훈련으로서 추위/더위 견디기, 감기 그냥 앓기, 싫은 것 해보기, 싫은 사람 만나기, 혼자서 여행해 보기 등이다.

금주 6개월을 하면 몸의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 몸이 알코올의 해독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술이 내 몸에 미쳤던 영향을 알 수 있게 된다. 담배끊기는 이전에 비해서는 훨씬 쉬워졌다. 병원에서 처방하는 ‘담배끊는’ 약을 1-2개월 복용하면 상당수가 저절로 끊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체중감량의 목표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정상체중(자기 키의 제곱 (m2) x 21)까지 감량하여야 하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따라 하고 있는 필자의 반식다이어트가 쉽고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반식다이어트는 그냥 다이어트가 아닌 위 줄이기로 감량이 끝나면 바꿔진 몸이 알아서 체중조절을 하게 해 준다. 마지막으로 운동은 체중감량이 시작된 지 3개월 후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운동부터 하면은 우리 몸이 쓴 것보다 더 많은 음식을 먹게 하기 때문에 체중감량이 불가능해진다. 운동의 효과는 안 하는 사람이 할 때가 가장 효과적이고, 하고 있는 사람이 양을 2배로 늘린다고 하더라도 그 효과가 2배로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강도를 올릴수록 부상과 심장에 대한 부담은 커져 해가 늘 수가 있다.

몸 바꾸기가 어렵다고 느끼거나 엄두가 안 나는 것은 그 동안 우리가 받아 왔던 약물, 건강식품, 수술, 줄기세포 등의 달콤한 유혹 때문이다. 실제로 해보면 할 만하고, 또한 어렵다고 느껴지면 할 수 있게 하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다. 몸 바꾸기는 머리를 바꾸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생각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저지르고 생각하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메드월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